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대형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긴장조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외교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게임의 목적은 미국 압박하기, 남한정부 길들이기, 남한사회 편 가르기, 내부체제 추스르기 등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사일이 핵무기의 중요한 투발수단이라는 점에서 핵 게임의 일부일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통해 미국을 관리하면서 체제를 지키고 나아가서 대남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WMD 게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북한이 ‘포함 외교(gunboat diplomacy)’와 유사한 ‘미사일 외교’를 펼치고 있다. 포함외교란 강대국들이 군함을 상대국 인근에 배치하여 “당신들은 함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굴종을 강요했던 근세 국제권력정치(power politics)의 한 형태였다. 이를 흉내 내듯이 북한은 탄도미사일의 성능과 사정거리를 늘리면서 한국, 일본, 미국 등을 상대로 ‘벼랑 끝 외교게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함경도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대형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여전히 긴장조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외교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공위성 발사, 설득력 없다
북한은 지난 2월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 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결론부터 말해,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북한으로서는 군사용 미사일 기술과 우주개발용 로켓 기술이 유사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평화적 우주개발’이라고 우길 수 있으나, 국제사회가 그것을 인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북미방공사령부(NORAD)가 모든 우주비행체를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인공위성이 발사되었는지는 조만간 판명 나게 되어 있다. 통상 지구궤도에 위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추진체의 초기의 속도가 초당 8km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드러날 수도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 채 … 대형 탄도미사일의 실험발사 준비를 강행하고 있다. …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여전히 긴장조성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구태의연한 외교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실제 또는 위장용 위성이 탑재되어 발사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주목적이 대륙간탄도탄(ICBM)의 개발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이 반세기에 걸쳐 핵무기와 핵무기의 주요 운반수단인 미사일의 개발에 집착해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며, 이것만으로도 우주개발이 본심이 아님을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궁핍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빈소국(貧小國)이 우주개발에 나선 사례는 없다. 또한 우주개발은 국제협력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일본이나 인도의 경우에서 보듯 이런 경우는 국제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화학무기폐기조약(CWC), 미사일기술수출통제기구(MTCR) 등 비확산 장치들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다 200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마저 탈퇴한 채 핵무기, 화생무기, 미사일 등을 개발해온 북한의 경우는 판이하게 다르다.
북한 미사일 게임의 목적은?
북한은 미사일 게임을 통해 미국과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에도 남한에 대해서는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동원하여 연일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이와 같은 언행에는 ‘미국 압박하기,’ ‘남한정부 길들이기,’ ‘남한사회 편가르기,’ ‘내부체제 추스르기’ 등 네 가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다양한 메시지를 오바마 행정부에게 보내고 있다. 북한이 벌이는 미사일 게임에는 향후 열릴 핵협상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 북한의 체면도 살리고 큰 실리도 가져다주는 ‘협상 보따리’를 제안하고 나오라는 요구 등이 담겨있는 셈이다. 남한정부를 향해서는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돈과 식량을 제공했던
북한은 미사일 게임을 통해 미국과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고 남한에 절제되지 않은 표현들을 동원하여 연일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압박하기, 남한정부 길들이기, 남한사회 편가르기, 내부체제 추스르기 등 네 가지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한은 초강경 표현들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위협은 ‘무자비한 섬멸적 징벌,’ ‘남조선 호전광들,’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것,’ ‘파쇼폭압 정치의 총본산인 청와대부터 폭파’ 등의 표현에서 보듯 도를 넘고 있으며, 남한 대통령을 ‘역도’로 그리고 남한정부를 ‘패당’으로 부르는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있다. 또한 쇠고기 파동을 부추기고 장관인사를 비판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북한이 ‘벼랑 끝 미사일 게임’을 벌이기로 작정한 데에는 매번 이득을 보았던 과거사례들이 한 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1998년 8월 북한은 대포동 1호를 쏘았고, 비슷한 시기동안 금창리 터널 내의 핵시설 존재여부를 놓고 미국과 대치했다. 미국은 1999년 초 이 문제를 타결하면서 60만 톤의 식량을 제공했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의 유예(moratorium)를 약속했다.
2006년 핵실험 직후에도 그랬다. 10월 9일 핵실험 이후 두 달 만에 미북 접촉에 이어 제5차 6자회담이 개최되었고, 이후 레임덕의 부시 대통령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식량을 지원했다. 이런 사례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잠시 동안 반북 국제여론이 비등할 뿐 조만간 유야무야되고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믿게 만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요격은 쉽지않은 정치적 결정
미국은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및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1718호로부터 요격의 합법성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요격을 위한 정치적 결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요격에 성공하면 미국의 대북입지는 강화되겠지만 북한에게 ‘핵 불포기’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실패시에는 체면 손상과 함께 미사일방어 계획 자체가 정치적 논란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북한도 요격 가능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공개적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요격 명분을 제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미사일이 핵무기의 중요한 투발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벌이는 미사일 게임은 핵 게임의 일부일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통해 미국을 관리하면서 체제를 지키고 나아가서 대남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WMD 게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정지궤도에 운영 중인 DSP 위성, 오키나와에 배치된 Cobra Ball 신호정보항공기, 이지스함에 탑재된 SPY-1레이더, 주일미군이 가진 X-band 레이더, 그린랜드 등에 배치된 탄도탄조기경보시스템, 지상 및 해상에 배치된 X-band 레이더 등 다양한 탐지ㆍ추적 장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단 탐지된 미사일은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 종말단계 고고도방어체계(THAAD), 종말단계 저고도방어체계(PAC-3),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미사일 등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오랫동안 일본과 공동으로 SM-3 미사일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오바마 핵외교 시험대될 것”
미사일이 핵무기의 중요한 투발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벌이는 미사일 게임은 핵 게임의 일부일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을 통해 미국을 관리하면서 체제를 지키고 나아가서 대남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WMD 게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게임은 새로이 취임한 오바마 행정부의 핵외교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대북특사로 임명된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가 한ㆍ중ㆍ일 순방길에 나섰고, 이제 세계의 이목은 그에게 쏠리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시킬 최상의 카드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발사 후 북한이 감당해야할 불이익을 경고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과연 이런 조율된 국제행동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다.
발사 이후에도 그렇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가 활성화되고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인데, 강력한 ‘채찍’으로 북한을 고립 속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늘 그랬듯 ‘당근’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미국이 결정해야 할 핵외교 과제이다.
북한의 위험스런 행보는 남한 정부에게도 만만치 않은 시험대가 되고 있다. 서해상의 위기조성, 남북합의 파기선언 등 최근 북한의 대남동향이 심상치 않음에도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가급적 무력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군이 서해에서 취하고 있는 경계강화 등은 주권선 수호를 위한 당연한 최소한의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한 내부에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경색과 전쟁위기를 가져왔다”라는 논리로 사실상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적대정책과는 다르며, 방북하는 우리국민의 안전보장, 남북관계의 상호호혜성 존중, 비핵화 목표의 불변성 등 양보할 수 없는 몇 가지 원칙을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정부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내부의 도전을 불식시켜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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