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내수 키울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 만들어라"

자유기업원 / 2009-04-20 / 조회: 3,744       조선일보

한국경제, 내수(內需)에 길이 있다 <()> ― 전문가 16인의 해법
교육·의료 영리법인 허용 해외로소비유출막아야
서비스 산업 규제 풀고 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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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的물적(物的) 집중투자를

 

이번 세계경제 위기 과정에서 한국은 수출에 목숨을 거는 ‘천수답(天水畓) 경제‘의 위험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는 고환율 덕분에 수출이 그나마 버팀목이 돼 왔다. 하지만 환율이 떨어지고 세계 실물경기가 계속 악화되면 수출이 무너지게 된다.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수출이 곤두박질 쳐도 든든한 내수시장으로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취약한 한국경제는 수출이 꺼지면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뜯어고쳐 내수·수출 균형의 성장모델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내수엔진을 살리는 일을 전담해서 종합 관리할 컨트롤 타워(지휘탑)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교육·의료 등 서비스 시장을 살려 내수기반을 다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학계와 연구소 등의 경제 전문가 16명에게 ‘든든한 내수시장 구축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 불황때도 방학이 되면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이나 해외 여행객들이 공항을 메우는 것이 우 리나라의 현실이다. 교육·관광 서비스 분야에서 내수시장이 취약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의료·여행 부문의 수지는 124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①대통령 직속 내수 추진체를 만들라

경제구조를 내수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바꾸려면 강력한 추진체가 필요하다. 내수 살리기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면 자칫 ‘반짝 경기 부양‘식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정부가 내수를 키울 생각이 있다면 별도 기구를 만들어 정색을 하고 달려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의 본질이 외식이나 많이 하고 옷 잘 사 입는 게 아니라, 교육·의료 같은 서비스 시장을 확충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힘있는 기관이 세상에 알리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가칭 ‘민관(民官)합동 내수확대 기획단‘ 같은 기구를 만들어 민간의 요구를 담아 즉각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내수정책 컨트롤 타워‘는 가급적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들어 범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내수 추진체를 만들 경우, 규제 완화 핵심조직인 경쟁력강화위원회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내수확대에 전력하도록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②서비스 산업으로 내수를 일으키라내수 살리기의 전제는 일자리 만들기다.

돈을 쓰려면 먼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만들기에는 서비스 산업이 제격이다. 10억원어치를 생산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이 고용하는 인력은 20.5명으로 제조업(12.1명)의 2배에 가깝다. 김정호 원장은 "관광·의료·교육·대중문화 같은 서비스 산업은 부가가치가 크기 때문에 수익성도 높다"며 "서비스 분야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산업을 키우면 경상수지도 좋아진다. 국내 관광이나 교육 여건이 좋아지면 국민들이 해외여행이나 유학으로 써버리는 돈을 국내로 되돌릴 수 있고 외국 관광객이나 유학생을 불러와 한국에서 돈을 쓰게 만들 수 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작년 금융위기 이후 엔화·위안화 강세를 업고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이런 관광객만 붙잡아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경태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서비스 분야의 진입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민간 전문가를 정부에 영입해 콘텐츠 있는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은 "서비스산업의 우수인력에도 (제조업처럼) 병역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③저소득층에서도 내수를 찾아라경기침체의 충격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에게 가장 빠르고 강하게 닥친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복지혜택도 적어지는 이중고(二重苦)를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고용과 복지를 동시에 개선하면 저소득층과 관련된 내수 시장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영국이 1979년 IMF 위기를 맞았을 때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노후주택 개·보수 사업을 벌였다"며 "이렇게 고용 창출과 복지 증진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양호 국토연구원장은 "중소도시의 불량 주거단지를 재개발·재건축하면서 태양광 기술을 활용한 그린 홈(green home) 건설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화하면 연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진행 중인 복지 대책에도 상당한 일자리 틈새를 발견할 수 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복지 메커니즘을 잘 보면 장애인 도우미, 노인 간병인 등 수많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복지수요를 찾아내는 일만 해도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④민간을 투자중심으로 세워라일본이 5년 만에 국민소득 2만달러에 진입할 때 성장을 주도했던 건 수출이 아니라 투자를 통한 내수부양이었다.

일본은 국민소득 1만달러 이전에는 투자증가율이 0.6%에 머물렀지만 1만달러를 넘어선 이후엔 연평균 7.6%씩 투자가 대폭 늘어났다.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노사관계를 개선해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내수진작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김종석 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반기업적인 정책으로 기업 투자의욕이 꺾였고 국내 투자 기피는 내수기반 박탈로 이어졌다"며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⑤설득의 리더십으로 반대세력 포용을내수 진작을 위해 규제를 풀려면 사회계층 간 갈등부터 빨리 해소해야 한다.

예컨대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 영리법인을 허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 정치권과 사회단체 반발이 심하다. 이경태 원장은 "국민들을 위한 공적(公的) 의료보험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영국뿐"이라며 "영리 의료법인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인데 ‘돈 없으면 병원 못 간다‘는 논리가 사실로 둔갑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사회가 ‘설득과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해 조속히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정부는 규제를 없애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내수를 일으켜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자문에 응해주신 분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 김석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박재하 금융연구원 부원장,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 이두원 연세대 교수, 조윤제 서강대 교수,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가나다순〉

특별취재팀=김영진 정책팀장 hellojin@chosun.com
특별취재팀=정혜전 기자 cooljju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특별취재팀=나지홍 기자 jhr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특별취재팀=금원섭 기자 capend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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