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이유는 역대 정부의 지방정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매번 반복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도입에 앞서 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먼저 지방단위를 3~5개 권역으로 재정립하고, 그 다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권한을 재분배해야 한다. 이러한 분권구조를 제대로 정립한 후에 지방에 과세권을 부여하고 또 지방소비세건 지방소득세건 어떤 재원을 넘길 것인가에 대한 정책논의를 해야 한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 방안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방재원 확충을 위해 항상 논의되어왔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정책도 노무현 정부와 차이가 없다. 서로 철학을 달리하는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대한 정책은 왜 이리도 꼭 같을까? 아마 지방발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분권은 권한과 책임을 전제로 한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균형발전’과 ‘분권’ 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해서 사용했다. 즉 분권을 강화하면 지방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같이 접근하였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을 넘기면, 그만큼 지방이 고루 발전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지방균형발전’과 ‘분권’은 서로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하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다른 하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분권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지방균형발전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분권형 국가이다. 지방정부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에 주력한다. 이렇게 분권이 보장된 국가에서, 지방정부가 잘 발달한 곳도 있으며 지방정부가 파산한 경우도 있다. 지방정부가 파산할 경우 지방경제는 급속히 파탄이 나며, 그 대표적인 도시가 뉴욕 주에 있는 버팔로이다.
분권(decentralization)의 본래 의미는 ‘책임과 권한’ 메커니즘을 지방정부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권한을 누리려면 반드시 해당하는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권을 이야기할 때 권한만을 말한다. 분권의 영어식 표현은 ‘decentralization’이며, 중앙에 집중되는 것에 대한 반대의 개념이다. 그러나 이때 분권이라고 해서 권한만을 지방에 준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공짜 권한을 준다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권한은 반드시 책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분권(decentralization)의 본래 의미는 ‘책임과 권한’ 메커니즘을 지방정부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권한을 누리려면 반드시 책임에 해당하는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하나의 중앙정부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지방정부가 공존하면서, 제각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왜 좋은 것일까? 가장 단순한 경제논리로 생각하면 중앙정부가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훨씬 원가가 싸게 들며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기호를 중앙정부는 절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과 목포 시민들이 요맨求?서비스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지방정부가 해당 지방주민들의 선호체계를 가장 잘 알 수 있어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주민들의 선호체계가 전부 같을 경우에는 구태여 지방정부에서 제공할 필요가 없으며,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국방과 외교가 그러한 공공서비스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 구조가 경제적 논리를 통해 유도되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부 간 경쟁’이다. 중앙정부는 독점구조이므로, 독점이 가져다주는 폐해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지방정부는 서로 경쟁하게 되며,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언지를 항상 고민하게 되고, 주변의 다른 지방정부와 비교함으로써 효율성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효율성이란 주민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민들을 최대한 만족시킴을 의미하며, 너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지방정부가 없음을 의미한다.
지방정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다양한 기호를 중앙정부는 절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 지방정부는 서로 경쟁하게 되며,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언지를 항상 고민하게 되고, 주변의 다른 지방정부와 비교함으로써 효율성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진정한 의미는 ‘주민의 비용을 통해 지방정부가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이다. 지방세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가격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공공서비스 수준과 주민들이 기꺼이 내려고 하는 세금수준 간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대한 세금은 지방세, 즉 지방정부의 재원이 된다. 이는 부동산이란 재화는 이동할 수 없으므로, 지방정부간의 세금차이로 인해 세입기반이 움직일 수 없으므로, 이상적인 지방정부의 재원인 것이다. 그러나 소득과 소비 같은 과세기반은 지역 간 격차로 인해, 얼마든지 소득과 소비행위가 지역적으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이고, 지방재원으로 소득과 소비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분권구조 하에서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재원은 많이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가지는 정책목표가 다르므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특정사업을 할 유인책을 주는 것이 이전재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국가경제전체의 효율을 목표로 하지만, 지방정부는 그 지방만을 생각하면 되지, 나라 전체를 볼 필요가 없다. 이러한 관심의 차이를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이전재원을 통해 나라 전체의 경제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므로, 분권구조를 가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방분권은 정치적 분권, 행정적 분권, 재정적 분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 및 행정적 분권만이 있지, 재정적 분권이 없다. 즉 지방정부가 스스로 주민들의 조세부담 수준을 정할 권한 (세입권한)과 주민들에게 제공할 공공서비스 수준을 정할 권한 (세출권한)이 없다.
우리나라는 정치 및 행정적 분권만이 있지, 재정적 분권이 없다. 즉 지방정부가 스스로 주민들의 조세부담 수준을 정할 권한 (세입권한)과 주민들에게 제공할 공공서비스 수준을 정할 권한 (세출권한)이 없다.
모든 지방에서 꼭 같은 재산세율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 및 치안 서비스에 대해서는 중앙에서 통치하고 있으므로 지방정부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러나 OECD 국가이면서 교육서비스를 중앙정부가 맡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그래서 한국의 분권은 정치적으로 이름만 요란한 분권이지, 실제로 지방정부간의 경쟁을 통해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구조인 진정한 분권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AD기본적인 구조기반도 없는 곳에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소득 혹은 소비에 대한 과세권을 이양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는 오랫동안 지방이란 이름으로 중앙에 의존해 왔던 고질적 재정구조의 틀 속에서 한 치의 개선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은 항상 중앙에 저자세로 의존해야 하며, 중앙은 고자세로 군림하는 정부 간의 관계가 지금까지 온 것이다.
선결과제는 지방단위 재정립과 중앙과 지방간 권한 재분배
이와 같은 이론적 구조 속에서 보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고려하고 있는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도입은 논리적이지 않다. 소득?기반으로 하는 지방소득세 형태는 현재 ‘주민세’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개인균등할과 함께 소득균등할 주민세가 바로 지방소득세인 것이다. 따라서 지방소득세를 도입할게 아니라, 국세인 소득세를 인하하고 소득균등할 주민세를 인상하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지방소득세라는 새로운 세목을 고려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또한 지방소비세는 행정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세목이다. 우선 해당 주민들의 소비규모에 따라 지방정부에 세수를 배분하는데 행정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쉽게 배분하는 방안이 일종의 공동세 형식이고, 이는 전체 소비세를 지방의 주민 수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방안이 구태여 필요한 것일까?
현재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재원방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교부세이다. 전체 내국세 규모의 20% 수준에 대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지방에 더 많은 재원을 이전하려면, 교부세율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재원을 강조하기 위해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려면, 현재의 교부세 수준과 연계해서 검토해야 한다.
교육 및 치안서비스 등 이양할 권한은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을 재분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세입분권을 줘야 한다. 이러한 분권구조가 제대로 정립된 이후에 지방소비세건, 지방소득세건 어떠한 재원을 넘기는가 하는 정책논의가 의미를 가진다.
우리의 이전재원 정책은 항상 기존의 이전재원 규모는 손대지 않고, 추가적인 재원 이전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재원이전에는 형평성 논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논리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가는 전체 재원규모를 교부세, 지방소비세, 혹은 지방소득세를 통해 각각 어떻게 배분하며, 총 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와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같이 지방은 낙후하기 때문에 부자인 중앙정부가 재원을 이전해야 한다는 구조 속에서는 지방은 항상 불평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정권에서 우리의 지방정책은 지방은 낙후하기 때문에 재원을 이전해야 하고, 자주권을 더 주기 위해 지방소득 혹은 소비 등에 대한 과세권을 주자는 것이다. 즉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관계는 지방정부가 어떻게 하면 재정규모를 더 확충하느냐에 초점을 주는 것이다. 진정한 분권구조 하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관계는 ‘정부 간 재정관계(Intergovernmental Fiscal Relation)’로 보아야 하며, 이는 국가전체의 경제발전을 가장 큰 정책목표로 삼는 접근법이다.
지방소득 소비세 과세권의 지방이전에 앞서 해야 할 선결과제는 우선 지방단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과거 전보를 중심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에 만들어진 도 단위의 지방을, 3시간이면 국내 어디든 갈수 있는 고속화 및 인터넷 시대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전국을 3~5개 정도의 지방으로 재정립하는 작업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을 재분배해야 한다. 교육 및 치안서비스 등 이양할 권한은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을 재분배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능 분권과 함께 세입분권을 줘야 한다. 물론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분권구조가 제대로 정립된 이후에 지방소비세건, 지방소득세건 어떠한 재원을 넘기는가 하는 정책논의가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우선적으로 분권의 토양을 정립하는 개혁조치가 없이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도입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국가적 실익이 없으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지방을 달래는 중앙의 선심성 정책일 뿐이다. 그래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재원과 과세권을 이전하면 마치 지방이 균형 발전하는 듯 한 허구의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소개: 현진권 교수는 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정책분석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조세행정과 정책과제’, ‘표류하는 한국경제 활로는 없는가(공저)’ 외 다수가 있다.
현진권 /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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