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이 더 심해… 공공성 해칠땐 제작·방영 막아야"
방송개혁시민연대 토론회
불륜·막말은 물론, 납치·강간·살인청부 등 각종 범죄행위가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 확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자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섰다. 방송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강원, 임헌조)와 자유기업원(원장 김정호)은 20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국제회의장에서 ‘TV 드라마의 위기와 발전방향‘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전 국민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막장 드라마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의 첫 공식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견해를 미리 소개한다.
◆막장 드라마 확산 뒤에 숨은 지상파 방송의 위기의식
오명환 용인송담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매출액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존을 위해 막장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며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정착되면서 흔들리는 제왕적 위치를 보전하기 위한 행동으로 일종의 말기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송위원회가 해체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생기는 2~3년간의 과도기에 막장 드라마가 성장했다"며 "방송 프로그램이 사후 심의를 받는 현 상황에서 ‘막장‘ 드라마의 행보는 앞으로도 거침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궁영 동아방송대 교수는 토론문을 통해 "공영방송 KBS와 MBC에서 막장 드라마를 앞장 서 만들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시청자들은 말로만 방송의 주인이지 방송의 노예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방송개혁시민연대 김강원 대표는 "공영방송에서는 공공성·공익성의 기준에 맞지 않는 드라마는 제작·방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영국 BBC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방송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 수출, 한국 대외적 이미지 먹칠한다
오 교수는 "막장 드라마가 한류를 타고 외국에 수출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막장 이미지를 가지게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며 "‘아내의 유혹‘의 해외 수출이 호조라지만 이런 현상을 경제적 관점에서만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막장 드라마의 등장을 원천봉쇄하기는 힘들지만 전 국민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케이블 등 전문 채널을 통해 방영되도록 하면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전국적인 막장 드라마 열풍이 불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고 막장 드라마가 자리 잡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 편성 시간대에 양질의 프로그램이 들어갈 수 있어 1석2조"라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에 광고를 해야 하는가?
오 교수는 "광고주는 드라마의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자라고 할 수 있는데 드라마가 막장이라도 광고는 별개라고 항변할 여지가 별로 없다. 광고가 막장 드라마의 붐을 조성한다는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막장 드라마에 광고가 엄청나게 몰려드는 현 상황에 대해 광고주들이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광고주협회 김이환 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광고집행에 있어서는 광고 효과가 최우선이지만 최근 미풍양속에 반하거나 비교육적인 드라마에 광고를 하는 것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며 "외국의 유명 기업들은 자사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프로그램을 선별해 광고를 집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vaida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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