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흐름과 소통]사모펀드의 대우건설 인수 논란

자유기업원 / 2009-12-02 / 조회: 2,802       경향신문

박병률·박수정기자 mypark@kyunghyang.com

ㆍ“기업간 거래에 3자개입 안돼” “‘먹튀’대처 위해 투자실체 공개”

‘우량기업’ 대우건설이 인수·합병(M&A)시장에 또 나왔다. 3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풋백옵션 만기일인 이달 15일까지 대우건설을 팔지 못하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컨소시엄이 지난달 23일 선정됐다.

토론자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

“투자의 주체가 누구든 자금 출처의 조사는 불합리”최승노
“투기자본은 고수익 위해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홍성준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왼쪽)과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이 지난달 27일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세구기자


하지만 선정된 우선협상자들은 자금조달능력이나 실체가 불분명한 사모펀드여서 자칫 ‘제2의 외환은행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과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이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에서 만나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이하 최승노)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매각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당사자는 금호아시아나입니다.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위기 때문에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고 이를 사모펀드들이 사겠다고 나선 겁니다.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닙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이하 홍성준) = 금호아시아나와 사모펀드만이 당사자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업은 주주도 있지만 그 회사의 임직원, 소비자, 협력사도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의 경영실패를 왜 노동자와 우량기업인 대우건설이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금호아시아나가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또 이를 지렛대로 대한통운 등을 인수했다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금호아시아나의 비정상적이고 투기적 경영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산업은행도 잘못하고 있습니다. 매각주간사이면서 채권자인 산은이 인수자에게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합니다. 사모펀드들이 국내에서 투기하러 들어올 때 정부는 외자유치를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내에서 자본을 조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사모펀드에 대우건설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난 10여년간 투기자본으로부터 피해받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매각과정에서 또 다른 당사자인 대우건설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승노 =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문제는 대우건설에서 온 것이어서 대우건설을 풀지 않고서는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대우건설을 매각한다 해도 다른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해결이 되는 상황입니다. M&A시장이란 부실한 기업이든 건실한 기업이든 얼마든지 사고팔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 매각은 부실기업 처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일 뿐입니다.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제3자가 가치판단을 하거나 불필요한 개입을 하는 것은 계약의 자유를 위반할 수 있습니다.

홍성준 = 자본의 힘만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최소한 대우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우건설 매각에 앞서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해야 합니다.

최승노 = 이번 사태는 경영실패가 아닌 투자실패입니다. 대우건설을 잘 경영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대우건설을 M&A하기 위해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것입니다. 금호는 대우건설의 미래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해 풋백옵션이라는 금융기법을 사용했는데 그게 지금의 위기를 맞도록 한 것입니다.

홍성준 = 금호아시아나는 항공운수회사입니다. 항공운수업을 잘해서 성장하는 게 정상입니다. 건설회사를 인수하려 한 것이 옳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해야 할 역할 중에 중요한 것이 고용과 생산입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에서 10여년 동안,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반복적, 습관적으로 합니다. 목표는 시장에서 주식가치를 올리는 것뿐입니다. 산업설비를 팔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쌓아두는 이런 회사는 상식적으로 보면 망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주가가 계속 올라갑니다. 기업이 고용창출보다 M&A를 통해 투기적인 형태를 보이는 것 자체가 사회적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최승노 = 어떤 주체가 기업인수 의향을 표하느냐는 것은 우리가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사모펀드든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M&A시장에서 자금의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자본이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우리 기업을 인수하면 자본유치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해외자본이 국내금융을 통해 자본의 일부를 조달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해외자본은 분명 들어오는 것입니다. 금호아시아나가 이런 상황입니다. 해외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지나치게 우려하면 우리 경제는 폐쇄형이 됩니다. 해외자본이 들어와 투자에 성공하면 더 많은 자본이 국내에 투자할 것입니다. 해외자본이 국내에서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투자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대신 투자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투자 주체가 지도록 하면 됩니다.

홍성준 = 저도 해외자본이 곧 투기자본이라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기자본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기 위해 반노동자적인 경영을 하고 주가조작과 탈세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훼손합니다. 칼라일 펀드의 투자자들이 공개된 적이 있지만 미국, 영국, 필리핀 심지어 한국의 정책결정권자와 영향력 있는 자들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저는 투자자의 실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의도를 파악하고, 나중에 ‘먹튀’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론스타 펀드에 대해서도 투자자 명단 공개를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이 거부했습니다.

최승노 = 사모펀드의 투자자를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사적인 계약과 투자의 영역이고, 국가의 돈이 투자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외자본의 자금출처를 따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홍성준 = 사적인 거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선 투자자들이 사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특히 공기업이나 은행이 투기자본 손에 넘어가면 사회적 피해가 매우 큽니다. 이런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고 당사자들의 거래라고 말하는 건 너무 일방적입니다.

최승노 = (산업은행의 인수 지원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은행들은 매각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입자금 대출을 해줄 수 있습니다. 매각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금융기능은 은행의 고유역할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정치적인 개입이 아니라 자율적인 매각과정에서 결정돼야 합니다.

홍성준 = 산은에서 대출받아 대우건설을 차입매수할 경우, 그 빚은 고스란히 대우건설의 빚으로 남습니다. 부채는 회사경영에 부담이 됩니다. 또 불법공모 등의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고위 관료, 해당기업, 자본 간 공모, 즉 투기동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는 법률회사들이 있습니다. 고위 관료 출신이면서 사적인 기업 M&A시장에서 자문역할을 하는 현상을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기업 인수 후에는 항상 당사자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고소가 뒤따르는 겁니다. 유명기업이 정체불명의 펀드에 인수되는, 누가 봐도 이상한 거래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승노 = (3자개입과 관련) 기업 간 투자, 거래에 대해서는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주식시장은 본질적으로 투기성,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질 부분입니다. 부채를 진다는 건 투자 위험도를 높이는 것이지 위험을 회피하는 일은 아닙니다. 기존의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끝장을 보는 방식으로 이뤄져왔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내 이익을 챙기겠다는 이기적 행위를 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면 기업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게 맞습니다. 거래를 어렵게 만들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홍성준 = 모든 기업이 정리해고를 많이 합니다. 경제가 어렵고 기업경쟁력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들은 이른바 주주가치경영을 하면서 ‘불임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하면 기업 M&A시장에서는 기업가치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법적 방어망도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를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다수는 노동자입니다.

최승노 = 자본이 투자를 할 때는 철저히 수익성을 추구합니다. 만약 고용을 위해 투자하라고 하면 투자자는 도망갑니다. 수익성이 결국 일자리를 만듭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건설·조선·해운 같은 업종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개입해서 시간을 벌어놓긴 했지만 기업들이 건강하게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불가피합니다. 정부도 M&A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거래 당사자 간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홍성준 = 정부는 M&A시장에 개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를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국가와 시장이 한패라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국가가 일방적이고 폭력적, 반민주적으로 개입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신자유주의에 포섭돼 주주자본주의식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재벌산하 경제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가 기획재정부 국장 책상에 놓인 정책입안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본은 끊임없이 탐욕을 추구하는 야수입니다. 이 야수를 울타리 안에 가둬놓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야수를 시장에 풀어놓고 마음놓고 사냥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규제완화’라는 근사한 말을 붙이면서 말입니다.

<박병률·박수정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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