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경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eklim@chosun.com
강규혁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기자 mjk@chosun.com
이상민 조선닷컴 비즈니스앤TV PD sm1515@chosun.com
회사원 김동수씨(30세)는 얼마 전 2010년 달력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휴일과 기념일을 살펴보다 이내 기분이 우울해졌다. 2월 설 연휴가 토,일요일과 겹친 것을 시작으로 현충일과 광복절·개천절은 일요일, 크리스마스는 토요일인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말을 뺀 공휴일을 세어보니 고작 8일 밖에 안 된다. 한 달에 한번씩 평일에 쉬는 것이 직장인들에겐 큰 기쁨인데 이를 잃어버린 것 같아 허탈감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저주받은 해‘라 불릴 만큼 휴일 수가 적었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당수의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친다. 주5일제 근무자를 기준으로 내년에 쉬는 날은 토,일요일을 포함해 총 112일. 올해 쉬는 날(110일)과 비교하면 이틀이 늘었지만 국경일과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주중에 ‘빨간 날‘은 단 8일 뿐이다.
▲ 2010년은 국경일과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주중에 ‘빨간 날‘은 단 8일 뿐이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 직전 금요일이나 다음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공휴일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내수를 진작시키면서 크게 줄어든 서비스업 관련 일자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공휴일 관련 법안은 18대 국회에만 한나라당 윤상현, 민주당 강기정,박은수 의원 등 모두 7건이 제출돼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로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총리가 "국민생활과 경제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일자리 창출(약 14만개 증가)과 경제적 파급효과(11조5800억 원)가 크다는 조사 결과 등 긍정적인 분석이 이어지면서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 ‘대체공휴일제‘ 각 부처 의견 엇갈려
하지만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둘러싼 이견도 만만치 않아 입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각 정부 부처 간에도 공휴일 관련 정책에 관해 엇갈린 의견을 보이며 국회의 결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4대강 예산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여야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공휴일제‘ 법안이 쉽게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는 반면 정작 공휴일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야기만 나온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구체적으로 계획도 없고 언급할 단계도 아니다. 국회에서 나온 결정을 봐야 한다" 고 말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도 지난 4월 국회에서 "경제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현 체제를 유지해 달라" 며 반대 입장을 밝힌바 있다.
▲ 기업,산업계는 ‘휴일이 늘어나면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파급효과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기는 하지만 한 부분만 고려할 수 없고 재계 의견 등도 수렴 해야 하기 때문에 실시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고 재계,산업계를 대변하는 지식경제부도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히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한 검토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며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휴일로 인건비 부담 등이 커지는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 당장 내년부터 ‘대체공휴일제‘가 도입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쉬는 날 많아지면 생산성 떨어져..재계 난색
‘대체공휴일제‘도입을 반대하는 재계,산업계의 주장은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 휴일을 늘리면 기업 부담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이사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은 수 조원의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휴일에 생산을 중단할 수 없으니 일부 근로자는 나와야 할 것이고 기업은 이들에게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대체공휴일 도입 시 석유화학,철강,유통,숙박 등 4개 업종에서만 휴일근로수당으로 1조4000억 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연간 휴일수가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 아니고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은 연차휴가를 이용해 쉬면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자유기업원 권혁철 실장은 "공휴일과 주말이 겹쳐 충분히 쉬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연차 휴가 등을 사용해 쉬면 되는데 실제 직장인들은 15~25일 정도로 주어지는 연차휴가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를 더 쉬게 해주겠다고 하면 반대할 직장인이 어디겠는가.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찬성 쪽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충분한 휴식으로 생산성 높일 수 있어..일자리 창출 효과도
공휴일이 늘어나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강욱 실장은 "이는 휴일 증가로 인한 민간 소비지출의 경제적 파급효과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관광여행 및 여가활동 관련 민간 소비지출이 늘어나면 기업의 판매량 증대로 수익보장과 가계 부문의 고용과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체공휴일제를 찬성하는 쪽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매년 바뀌는 공휴일 수를 일정하게 고정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 관광학과 김남조 교수는 "휴일이 늘어나면 국민의 여가활동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업이나 관광 등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또 해마다 달라지는 공휴일 수를 일정하게 보장함으로써 국민들은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공휴일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제는 일방적인 의견 제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제도의 도입 여부에 대해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박사는 "대체공휴일제가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에도 기업의 인건비 상승이라는 우려 등으로 지체되고 있다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건비 상승문제는 탄력근무제 등 근로시간을 유연화해 줄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근로 제도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한다면 도입취지를 살릴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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