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 - ⑨ 에스팀 김소연 대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모델들이 대거 소속돼 있는 에스팀(ESteem)의 김소연 대표는 많은 모델들의 꿈과 열정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최정상 모델 송경아, 한류 스타로 발돋움한 모델 겸 배우 김재욱, 톱모델 겸 싱어송 라이터 장윤주,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고(故) 이언, 그리고 최근 프랑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톱모델 고 김다울이 김 대표와 동고동락했던 모델들이다. 단순한 모델 에이전시를 넘어 김 대표는 모델들의 재능과 끼를 승화시키며 이들이 표현해 내는 이미지를 여러 가지 미디어 사업을 통해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를 개척해 내고 있다. 오디션이 한창이라 장신의 선남선녀들이 가득한 압구정동 에스팀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모델만큼이나 키가 큰 김 대표는 화려해 보이는 모델비즈니스와 다르게 소탈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모델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 기획, 음반 등 패션 관련 종합 이미지 비즈니스 같습니다. 에스팀의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모델 매니지먼트를 하다 보니 이들의 끼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모델들의 쇼·드라마·영화·광고 캐스팅에도 관여하고 패션 TV 프로그램 기획·출판·음반발매·파티 기획, 그리고 모델과 스태프를 위한 아카데미 등의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체 의류 브랜드인 ‘Est. 35’도 론칭했어요. 모두 우리 모델들이 디자인한 것이죠.
특히 방송은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 등 제작에 소스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모델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서 시놉시스를 주면 방송국이 구체화합니다. 케이블 방송국 Mnet의 ‘아이 엠 어 모델’, ‘트렌드 리포트 필’이나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어웨이’, MTV의 ‘힙업보이즈’ 등의 프로그램이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죠.
전국에서 모인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서슴없이 나눴던 이야기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방송국과 함께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는 패션 관련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들고 공중파 방송국에 찾아갔었습니다. 기획을 설명했더니 관심은 보였지만 유명 연예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죠. 모든 공중파 방송국에서 거절당했지만 개의치 않고 수소문 끝에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인 Mnet을 찾아갔는데 거기서 기회를 만났습니다. 담당 국장이 패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설명하자마자 편성을 바로 다음 달로 잡고 추진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이 패션 트렌드를 전해주는 ‘아이 엠 어 모델’이었습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패션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에이전시가 하기에 따라 모델의 가치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모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시는지요.
모델을 많이 훈련시키지 않습니다. 모델이 연예인의 한 부류라고 생각하는데 전문 직업인일 뿐입니다. 모델은 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전문 직업 모델로 발을 들인 사람은 오락 프로 섭외가 들어와도 나가지 않고 모델 일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이 친구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모델로서의 훈련뿐만 아니라 숨은 재능을 찾아내 음반을 낸다거나 그림이나 글로서 추구하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죠. 모델들은 암암리에 그러한 재능을 어필했고 저는 음반이나 출판을 제안했는데 잘 따라와 줬습니다.
우리는 전속 모델의 경우 저와의 관계가 최소 8년입니다. 같이 웃고 울고 영업하고 생활하고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가족보다 더 친합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죠. 그래서 그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일은 진행하고, 잘 못하는 부분은 막 밀어붙일 수 있죠. 우리는 성공이냐, 실패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일인지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모델에 관한 리얼리티 방송을 만들 때도 서로 경험을 이야기하며 같이 만들어 가니 스토리가 재미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선투자도 많고, 위험도 클 텐데 어떻게 위험을 관리하십니까.
2003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작은 사무실에 직원 3명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적자 없이 잘해 왔습니다. 수익이 남는 대로 족족 직원을 뽑고 사무실을 넓혀 나갔습니다. 지금은 건물의 2개 층을 사용하고 직원은 31명입니다. 소속 모델은 처음 5명에서 지금은 전속이 35명, 소속이 150~200명 정도입니다. 규모로 치자면 더 큰 모델 에이전시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델 매니지먼트 개념으로 파견을 돕는 에이전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없었지만 2008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소속 모델이 공중파 드라마에 출연하고 유명세를 타면서 오히려 재정적으로 힘들어졌죠. 차도 임대해 주고 스타일리스트와 미용사 등을 붙여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모델계에서는 몸값이 몇천만 원인 사람이 방송에서는 신인이어서 몇십만 원급으로 떨어졌고 출연료를 받기 전에 선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소속 모델을 뉴욕 패션계에 보내면 업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그들이 버는 수익이 없어집니다. 수천만 원 몸값의 모델 4명이 해외 진출하니 회사로서는 좀 힘들었죠. 방송 출연이나 해외 진출로 화려해졌지만 수입은 오히려 크게 줄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모델 매니지먼트 외에 패션쇼나 아카데미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 사업도 경기를 많이 탈 것 같습니다. 위기를 어떻게 견뎠습니까.
맞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홍보이기 때문에 경기를 많이 탑니다. 패션쇼 대신에 패션 회사의 쇼룸에서 마네킹으로 대체하는 식이죠. 2008년이 그랬습니다. 주요 클라이언트인 의류 업체가 이벤트를 많이 취소했습니다. 대부분 회사가 투자자가 있어서 급한 마음에 투자 컨설팅을 의뢰했습니다. 대기업이 제안을 많이 했죠. 하지만 그들의 투자를 받으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고 종속되는 관계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몇 년 후에는 몇% 성장 등의 목표가 정해져 있고 이에 맞추려면 모델들에게 하기 싫어하는 일도 맡겨야 해서 어찌 보면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투자 받는 것을 포기하고 감축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에스팀이 덩치가 커져 이제 좀 겁도 납니다. 원래 겁이 없고 낙천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직원에게 급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보니 두려움도 생겼어요. 본의 아니게 같이 고생하자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업이 상당히 글로벌화돼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모델 비즈니스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은 있나요.
지금 모든 분야에서 아시아가 관건입니다. 밀라노 파리 뉴욕에서 아시아 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습니다. 패션계에서 아시아 바람이 태동할 때 운이 좋게 우리 모델들이 해외에 진출해 스포트라이트를 쉽게 받았습니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광고나 컬렉션이 많았습니다. 중국 모델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모델들이 테크닉이나 몸매가 좋아서 많이 관심을 받게 됐죠.
JYP의 대표 박진영의 말처럼 한국의 파워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많은 아시안 모델들이 서구 패션계에 진출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아시안 모델에 대해 익숙해졌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 모델들이 진출한 것이고요. 한예진 송경아, 그리고 고 김다울이 해외 진출 3인방으로 현지에서도 A급으로 활동했습니다.
김소연 대표는…
1972년생. 96년 고려대 미술교육과 졸업. 98년 비데오 코 셀렉트 창립 멤버. 2000년 DCM 창립 멤버. 2001년 이영희평양한복쇼 연출. 2003년 에스팀(ESteem) 설립. 2005년 에스트미디어(ESTmedia) 설립. 2009년 동덕여대 ‘모델 매니지먼트’ 과목 강의.
만난 사람=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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