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기업가정신 혼을 깨워라<5·끝>기업을 웃게 하려면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기업가정신이 약화되고 있다. 불씨를 지피라고 하지만 기업 혼자서 하기에는 규제가 너무 많다","인허가는 물론, 승인 검사 결정 고시 공고 훈령 예규 조례… 수 없는 규제의 산속을 헤쳐나가 창업도 하기전에 지친다"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이처럼 규제를 꼽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불필요한 규제만이라도 없애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훌쩍 넘었으나 기업현장에서의 규제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규제는 인허가, 면허, 특허, 승인, 지정, 추천, 검사, 결정, 명령, 단속 등과 신고 보고 등록 제출등 의무부과 등 40여 유형에 이른다.
12일 정부부처와 각종연구기관, 대학 등의 조사결과, 경제관련 등록, 미등록규제는 줄잡아 1만6000여건으로 추산된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조사에 따르면 2008년 9월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등록된 규제는 5195건이었다. 부처별로는 국토해양부가 932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위(759건), 보건복지가족부(616건, 여성가족부출범 전), 농림수산식품부(416건), 환경부(325건), 지식경제부(294건) 등의 순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08년 5∼8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 국토해양부, 노동부, 지식경제부 등 9개 경제관련부처 731개 법률을 대상으로 미등록규제를 조사한 결과 1만2443건으로 집계됐다. 한경연이 파악한 등록규제(4180건)의 3배나 됐다. 또한 2009년 12월 현재 지경부, 행정안전부, 국토부 등 18개 부처 소관 94개 법률 중 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4463건(법령 1643건, 시행령 982건, 시행규칙 1838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9.7%(2663건)가 기업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품생산과 관련된 규제였고 39.0%(1742건)은 판매 마케팅관련 규제였다.
규제는 파면 팔수록 더 많은 규제가 드러난다. 행정연구원이 국무총리실 의뢰로 지난해 8월∼10월 두달간 상반기 미등록규제를 정비한 부처를 제외한 15개 부처(공정위, 방송통신위, 통일부, 소방방재청 등)을 조사했더니 280건의 규제가 추가로 발굴됐다. 일례로 토지형질변경을 허가하면서 "공사는 일출에서 일몰시까지만 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이는 ‘법령등‘에 근거가 없는 규제였다. 공장설립을 승인하면서 "공장용지를 나대지 상태로 전매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함"이라는 조건을 단 것 역시 ‘법령등‘의 근거없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규제였다. 최유성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부처는 부수규제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하나의 법률(주규제)에 20~30개의 부수규제가 있는 경우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가 4차례나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내놓고 각 부처가 매번 규제를 정비한다고해도 이 정도다. 정부,공무원이 규제의 칼을 즐기면, 숨은 규제를 많이 만들고, 재량권을 과다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꺾고 기업가 정신을 갉아먹는다. 특히 녹색산업, 융합, 지식서비스 등의 국가전략적 지원분야, 고위험 분야 등은 그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의 혁신활동을 저해하고 비용증가와 경쟁력저하를 초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시정 자유기업원 연구원은 "규제개혁은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시장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처방보다도 우월하다"면서 "특히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일은 우리경제가 가지고 있는 반기업적인 제도환경을 친기업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한 지경부 산업기술정책국장은 "혁신적인 제품이 출시되고 개발되고 있으나 현행 법,제도에 가로막혀 판로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기술규제를 개선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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