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의 西海 ‘내해(內海)화’를 막는 상징적 조치
3.26 천안함 폭침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 경과를 냉정히 평가해 볼 때, 가장 큰 손실은 46명의 우리 장병이 희생됐다는 것이고, 두 번째 손실은 2개월에 걸친 과학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범행 도발 사실을 국제사회에 명백히 드러내는데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북한의 대남 군사의도를 알게 됐고 새롭게 증강되고 있는 북한의 잠수함 공격 능력 등 非대칭전력을 인식하게 된 점은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5월 24일 발표한 대북제재 조치 중 시행된 것이 제주해협 북한 선박 운항금지 조치와 韓美연합훈련 뿐이라는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대북심리전 재개는 북한의 ‘정조준 타격’ 위협에 밀린 것인지 쑥 들어가 버렸다.
韓美 훈련도 당초 서해에서 동해로 밀려나는 바람에, 그 의미가 ‘반감(半減)’ 정도를 넘어서서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작년까지 美항모가 참가하는 韓美훈련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던 중국이다. 천안함을 공격당한 한국이 대북 군사제재를 못한 입장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명백히 ‘주권사항’이고, 이에 대해 중국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내정간섭이자 한국을 능멸하는 것밖엔 안 된다. 중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게 되면, 오히려 ‘천안함’으로 安保차원에서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지난 7.25~28 동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됐고, 또 8월 5~9일에 서해에서 국군 단독으로 대잠(對潛)훈련이 실시됐으나, 핵심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韓美연합훈련이 서해에서 실시되지 못하고 동해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 지난 7.25~28 동해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konas.net
만약 중국의 서해 韓美 훈련금지 압박이 한국에 먹혀들어가면서 서해 ‘내해화’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상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 확실하다. 서해에서 한미훈련을 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서해 독점을 사실상 묵인하는 결과가 되고, 향후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전략에 암운(暗雲)을 던지는 중대한 과오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지난 8월 5일, 美 국방부가 航母 조지워싱턴 호의 서해 韓美훈련 참가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서해’ 협박은 사실 ‘종이 호랑이’ 성격이 짙다. 중국이 최근 국력이 급신장하여 G2 대열에 들어섰고 금년 중에 일본의 GDP를 초월하여 세계 2위가 된다고 하지만, 실제 국력에 있어 미국과는 비견될 수 없다. GDP상으로 중국은 미국의 1/3 수준이며(2008년 통계로 美 14조 3천억 달러, 中 4조 2천억 달러), 군사비는 2009년 SIPRI 통계로 1/7(美 6,070억달러, 中 849억달러)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8월 6일 열린 안보세미나(안보전략연구소ㆍ자유기업원 주최)에서 이춘근 박사는 “美 국방비에서 연구개발비용(R&D)만 790억 달러에 달해, 중국의 전체 군사비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이 국제법상 다른 나라들과의 대등한 관계를 전제하고 있음에 비추어, 중국은 위계(位階)질서적 국제관계관(觀)을 갖고 있어, 스스로를 ‘상국(上國)’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성만 前 해군작전사령관은 위 세미나에서 “중국이 서해에 대한 독점적 해상통제권을 추구하고 있으며 … 중국이 항공모함을 운용하게 될 2012년부터는 서해 우리 해역의 대부분이 중국 해군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전략의 제1순위는 서해를 통해 밀려오는 중국의 팽창전략을 어떻게 저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견고한 한미동맹이 그 대안임은 의심할 바 없는데 그렇다면 이번 서해 韓美훈련은 그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美 항모가 참가하는 서해 韓美연합훈련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국내 좌익의 준동에 뒤로 밀리듯 중국의 협박에 또 밀린다면, 이는 장병 46명의 희생을 욕되게 함은 물론 향후 동북아 국제역학구도 재편(再編)에 큰 악영향을 주는 과오가 될 것이 확실하다. 年 교역규모 1,400억 달러의 韓中 경제관계는 상호적인 것이지 우리만 이익을 보는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이제 단순히 북한의 대남위협 억지를 넘어서서 중국의 팽창과 패권전략에 대응하는 문제가 우리의 새로운 외교안보전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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