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논쟁 ‘상생’의 함정에 빠지다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비난받고 있는 SSM. 사진은 삼성테스코의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전경.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이 뜨겁다. 지난 10월25일 SSM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분위기는 한층 가열됐다. 여·야는 당초 유통법 개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12월9일까지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안(상생법)을 순차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의 진출을 규제하고 상생법은 가맹점 형태의 SSM도 사업 조정 대상에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 2개 법안은 일종의 ‘SSM 규제법’에 해당된다. 하지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이유로 통상 마찰 우려가 있는 상생법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 간 조율이 안 돼 있다고 파기를 선언한 상태다.
이어 28일에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SSM을 놓고 뜨거운 트위터 설전을 벌였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신세계 임직원들의 복지를 강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슈퍼 개업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며 문 대표가 반말 투로 비난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이와 함께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피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소 피자가게의 피자보다 훨씬 큰데도 가격은 거의 절반 수준인 1만1500원이라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살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 여기에서 대기업이 꼭 피자까지 판매해서 골목 상권을 죽여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이마트 피자 제조회사가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씨가 운영하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라는 점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피자 팔아 동네 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고요? 주변 상권 다 붕괴시키면서 회사 직원 복지만 챙기면 되는 거냐고요?”라고 정 부회장을 공격했다.
이날 MBC TV ‘100분 토론’에서도 SSM은 국정 현안 쟁점으로 다뤄지며 찬반 입장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결국 SSM 논쟁의 핵심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다. 유통 대기업들은 “무턱대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며 “SSM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 “마녀사냥 억울”
가장 표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유통 대기업 ‘빅3’인 롯데슈퍼(롯데쇼핑)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삼성테스코), GS슈퍼마켓(GS리테일)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SSM의 총 점포 수는 773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빅3의 SSM 점포는 롯데슈퍼 216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00개, GS슈퍼마켓 163개로 모두 579개. 전체 SSM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2009년 소형 슈퍼마켓(매장면적 150㎡ 이하)의 점포 수는 7만9200개로 2005년에 비해 2만개 이상이 줄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장 현황만 보고 마녀사냥을 일삼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얘기다. SSM 규제법안이 언젠가는 통과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현재로서는 내년 사업계획도 세울 수 없는 판국인데 당장에 뾰족한 수가 있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롯데슈퍼 측은 어차피 SSM 규제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처리되는 게 들끓는 여론도 조용해지고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다. 롯데슈퍼 홍보팀 최현주 과장은 “SSM 규제법이 통과되면 우리 회사는 유통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며 “전국의 재래시장은 약 1500여개가 있고 전통상가가 30여개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통 시장 수가 줄어들면 좀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최근 SSM 확장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론을 의식해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셈이다. GS슈퍼마켓은 법안이 통과됐을 때를 감안해 문제의 소지가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출점을 계속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더 속이 타들어가는 입장이다. 추후 상생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그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자영업자가 투자한 SSM 프랜차이즈 점포라고 하더라도 대기업 지분이 51% 이상일 경우, 사업조정 신청대상에 포함되므로 지난 2월부터 시작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프랜차이즈 사업은 사실상 접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사업은 지역 소상인을 우선 가맹점주로 하며 이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프랜차이즈’로 홈플러스가 혁신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홈플러스 PR팀 정선희 과장은 “상생법은 가맹점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친서민’ 정책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2009년 9월 지경부, 공정위, 농림부, 중기청 등 8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범정부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장려하는 취지에도 반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정 과장은 “영세상인들이 운영하는 20~30평 슈퍼마켓이 개인 사업의 대형 슈퍼마켓 때문에 망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과연 대기업 규제만으로 될까”라고 반문했다.
신세계 측은 말을 아꼈다. 도매업 진출에 대한 항간의 비판적인 시선 때문인지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SSM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며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통 발전 단계 혹독한 성장통
한편, 일각에서는 ‘중소상인의 밥그릇 보호’라는 명제에만 너무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형 할인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유통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SSM이 등장했다. SSM을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유통산업 발전의 한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SSM이라는 새로운 먹을거리가 생긴 만큼 대기업을 규제하면 중소기업들이 SSM을 들고 나올 것이다. 누구든 손을 댈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SSM 규제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침해하고 고용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우리나라의 낙후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단계가 SSM”이라며 “SSM을 하는 사람도 중소상인들이다. 브랜드를 달고 슈퍼마켓 사업을 한다는 것뿐인데 기존 상인들 때문에 새로 창업하는 상인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역설했다.
SSM 문제는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소비자의 욕구와 권리, 유통시장의 성장, 시장 효율성 확보 등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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