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얼리어닭터‘가 되느니 ‘금닭‘하겠어요 롯데마트 통큰치킨, 너 때문에 미치겠다

자유기업원 / 2010-12-11 / 조회: 1,339       오마이뉴스

▲ 독일영화 <몰락>을 패러디 해 롯데마트 통큰치킨을 비판한 ‘우리 동네에 롯데마트가 없어‘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내가 오늘부터 가훈을 ‘이사는 롯데마트 근처‘로 정하겠어. 그리고 오늘부터 ‘금닭‘하겠어. 더러워서 안 먹는다고." 

무덤에서 곤히 잠든 히틀러까지 진노했단다. 그게 다 롯데마트 ‘통큰치킨‘ 때문이다. 물론 패러디 동영상 속에서다. 9일 통큰치킨 출시에 발맞춰 한 네티즌이 <디시인사이드> ‘치킨갤‘에 올린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우리 동네에 롯데마트가 없어‘ 그 동영상의 제목이다. 이는 2004년 개봉한 독일영화 ‘<몰락>(The Downfall)-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에 한글 자막을 올린 것이다.  

"총통각하의 집은 여기 그리고 롯데마트까지 지하철로 40분입니다. 자동차를 탄다고 해도 30분. 이미 따뜻한 치킨은 물 건너갔습니다."

"전화해서 배달은 안 되느냐고 물어봐."

"배달은 안 된답니다. 그냥 이사 가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동영상 속 분노한 히틀러 못지않게 인터넷에서 롯데마트와 ‘통큰치킨‘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패러디가 9일 이후 연이어 생산되고 있다.  

‘통큰치킨‘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롯데마트 앞에 줄서는 사람은 IT기기를 가장 먼저 쓰는 이용자를 빗댄 ‘얼리어닭터‘요, 롯데마트에서 도보·자전거·승용차를 이용해 5분 이내 권역은 ‘닭세권‘, 롯데마트 통큰치킨을 최초로 판매한 날 12일 9일은 ‘계천절‘이란다. 또 지도상에 삼각 편대를 형성한 롯데마트 부평점·삼산점·부평역점은 ‘버뮤닭 삼각지대‘라 불린다.

 
 
▲ 버뮤닭 삼각지대.

이런 패러디 봇물은 국군의 가장 높은 방어준비태세인 ‘치킨계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는 비상경계령과 함께 치킨업계의 몰락을 예고하는 슬픈 풍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패러디를 마냥 웃고 즐길 때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매일 상 타는 격"이라는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의 분석을 경청해야 할 시점이다.  

‘얼리어닭터‘ ‘닭세권‘ ‘계천절‘... 줄잇는 통큰치킨 패러디 

"치킨 가게는 대표적인 생계형 창업 업종이다. 이들이 생존권에 위협을 받거나 도산하면 소비자들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마트 피자나 롯데 치킨은 재벌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괜찮다란 탐욕주의적 자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윤리의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산업경쟁력 차원에서도 비효율적이다." 

10일 오전 방송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덕훈 교수의 말이다. 그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부도덕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대기업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품목 진출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구체적 수치를 거론하며 대기업에 의한 ‘소비자 신뢰 추락‘을 우려했다. 

"이마트 피자 때문에 피자업체들의 매출이 30% 떨어졌다고 한다. 치킨집은 피자보다 상권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더 피해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매출감소보다 더 우려하는 건 대기업발 가격파괴에 따른 소비자신뢰의 추락이다. 소비자들이 보기에 영세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걸로 볼 수 있지만 생닭 한 마리당 납품가격이 4200원, 4000원 정도 한다. 밀가루 값 포함하면 6200원~6500원 정도고 집세, 인건비를 포함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또 이 교수는 "중소기업 통계자료에 의하면 중소기업 사업체수가 전체 (한국 기업의) 99.8%, 전체 고용의 88.1%를 차지하고 있다"며 "소비업을 경쟁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중소기업은 다 죽어도 괜찮다는 논리다, 자유시장체제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기업들도 처음에는 싸게 하지만 나중엔 가격을 또 올린다"고 대기업의 경쟁 논리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 교수와 토론한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롯데마트 통큰치킨 판매는) 상당히 기쁜 일이다"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싸고 좋은 것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서민을 위한 일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한테 얼마나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느냐, 이것이 바로 사회적 책임의 핵심이다"라며 "그것 자체가 이미 (대기업이) 사회적으로 공헌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소비자가 얼마큼 왕으로 대접 받게 만드느냐, 이게 바로 윤리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골목상권의 몰락에 대해서는 "사실 프랜차이즈업계와 유통전문업계가 서로 경쟁을 하게 된 건데, 노하우라든지 하는 생산능력에서 더 싼 물건을 좋게 만드느냐에 대한 경쟁 아닌가"라며 "장사할 권리가 있다, 없다는 제3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선택을 통해서 결정할 문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석희 교수가 지적한 대기업의 약탈적 침략에 대해서도 최 실장은 "물가가 비싸다는 건 대부분 유통 분야에서 마진이라든지 불합리한 구조 때문이다"며 "대형마트들이 그런 단계를 줄이고 산지에서 바로 가져다 판매하는 구조가 바로 유통의 혁신이다"고 염려를 일축했다. 


 
▲ ‘5천 원 치킨‘ 판매가 시작된 9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예약 번호표를 받아든 고객 50여 명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과연 최 실장의 이런 ‘유통 혁명‘에 대해 경쟁 치킨가게 ‘개미 사장‘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치킨집 사장들의 원가 공개... "우리가 폭리 취한다고?"

최근 개인 치킨 사업자들이 속속 인터넷에 치킨 원가를 공개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4년 째 치킨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사장은 <다음> 아고라에 ‘롯데마트 5천원 치킨을 보면서요‘라는 글에서 5500원 전후의 치킨 원가를 공개했다. 

그는 "치킨 한 마리에 900g 닭을 쓰는데 (가격이) 4200원 대에서 약간 왔다 갔다 하고, 여름철에는 5000원 가까이 되지만 겨울에는 싸다"며 "거기에 파우더, 기름, 무, 파닭소스, 파, 무, 양념까지 해서 5500원 정도가 원가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는 인건비와 임대료 각종 공과금은 빠져 있다.  

또 생활정보 커뮤니티인 ‘82cook‘에서 ‘치킨집 주인입니다‘라고 밝힌 회원은 "국내산 냉장 생닭을 사용하는데 한참 비쌀 때는 5000~5700원 정도에 공급됐고 지금은 4300원이다"며 "기름값이 약 일주일에 12만원 정도 들고 파우더 2종류를 구입하는데 3일에 6만원이 든다, 덧붙여 포장박스 330원, 콜라 650원, 소스 500원, 무 300원, 소금 담는 비닐 5원, 비닐봉지 45원, 여기에 기본 자본금과 인건비가 더 추가 된다"고 구체적인 가격을 적시했다.  

치킨 가게 사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은 하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경쟁은 인정하지만 동네 치킨 가게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의혹은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음> 아고라에 현재 치킨집 영업사장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롯데마트에서 5000원에 치킨 한 마리를 팔기 시작하면서, 기존 치킨 판매업자들이 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지금 현실이 가슴 아프네요"라며 "사실 마진 남는 거에서 인건비, 전기세, 가스 요금 등등 기타경비를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건 많지 않은 사장들이 너무나 많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시나요, 이념적으로 하시나요?"

이미 이마트 피자로 ‘통큰치킨‘의 롤모델이 됐던 신세계마트의 정용진 사장이 지난 9월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시장주의자‘ 정용진 사장의 이 ‘이념적 소비‘ 발언은 트위터의 여러 화려한 어록 중 하나로 남았으며, 이후 조국 서울대 교수로부터 ‘윤리적 소비‘ 논쟁까지 이끌어냈다.  



▲ 롯데마트 영등포점 주변 한 동네 치킨집. 치킨 2마리에 1만9900원에 팔고 있다. 

이념적 소비를 넘어서는 상생의 소비, 가능할까

하지만 정 사장이 ‘통큰치킨‘의 논란 속에서도 계속해서 대형유통업계의 골목진출에 대해 색깔론과도 같이 ‘이념적 소비‘ 운운하는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인 치킨집 사업자들이 속속 인터넷에 원가를 공개하는 글을 올리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치킨업계의 고발여부에 따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가격에 대해 사업자간의 경쟁 우위를 위해 훨씬 싸게 파는 부당 염매, 투매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때문에 요즘 욕 엄청 먹고 있어, 내가. 대기업이 소매상권까지 뺏는다는 여론은 안 나오게 해야 될 거 아니야. 돈벌이에, 회사 이익 앞에서 인정이고 뭐고 다 뒷전이란 얘기는 장사꾼의 기본이야. 그런데 말이다. 더 길게 보는 안목도 키워야 돼. 지금은 눈앞의 이익이 더 큰 것 같지만 그룹의 이미지는 당장의 이익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는 거다. 요즘 소비자들 똑똑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기억한단 말이다."

어느 대기업 회장의 고백이냐고? 그랬으면 좋으련만, 이건 7일 방송된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 등장하는 재벌 총수가 유통업을 책임진 아들에게 하는 고언이다. 적어도 <역전의 여왕>의 작가도 충고하는 이 멀리 보는 안목을 과연 신세계마트 정용진 사장이나 롯데마트 경영진은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의식도 중요하다. 무조건 싼 대기업에 가면서 그 옆에, 주위에 있는 우리 골목상권, 이웃들은 다 죽어도 좋다는, 도산해도 좋다는 논리는 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통과된 유통법과 상생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대기업 기업헝 슈퍼마켓(SSM)이 입점 공세와 더불어 소매상권 대표 품목까지 침투하고 있는 지금, 상생의 소비에 대한 이덕훈 교수의 충언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원가와 품질, 가격논쟁, 통큰치킨에 대한 원가 공개까지, 치킨가격과 SSM, 소매상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과연 소비자들은 <역전의 여왕>의 재벌 총수가 무서워한 ‘똑똑한 소비자‘, ‘상생의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

하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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