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수출대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으로 돈잔치를 벌였지만 우리 경제 전반에서는 온기와 활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초과 이익 공유, 공적 연기금의 대기업 주주권 행사 강화 등 이른바 ‘대기업 때리기’ 논란이 잇따르는 데에는 대기업 ‘승자독식’과 산업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지난주 SBS 시사토론은 2011 한국사회의 재벌 대기업 문제를 다뤘습니다. 대기업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는? ‘트리클 다운’ 효과 유효한가? ‘초과이익 공유’와 ‘연기금’ 논란은 동반성장인지 反시장인지 따져보는 자리였습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과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이 출연했습니다.
1. 대기업 대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IMF후 치열한 국제경쟁 거친 승자의 이익”..“정부 환율, 하도급 불공정성, 저임금이 원인”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 대기업 대 중소기업간의 격차라기보다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라는 게 정확한 분석이다. 53개 전체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13곳의 대기업들이 적자상태였다. 주로 내수기업들이다. 내수가 나쁜 데에는 주택경기 침체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올해 초 유럽 경제인과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 목적이 뭔가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대기업들이 워낙 잘 나가고 있는데 그 비밀이 뭐냐는 걸 알고 싶어서 온 것이다.
그런데 시찰을 마치고 나서 어느 분이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정부 환율 정책. 둘째 하도급 거래의 불공정성. 셋째 비정규직을 비롯한 저임금 구조라는 거다. 그런데 유럽 기업들은 이를 흉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대기업들이 자기 혁신을 통한 생산성을 높인 측면도 있으나, 정부 정책이나 시장 거래상 불공정성 같은 것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외환위기 이후 30대 대기업 가운데 정확하게 16곳이 망했다. 급격한 구조조정이었다. 처참하게 붕괴된 것이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들이 이른바 ‘승자의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원인은 김 소장님과 전혀 달리 본다. 중소기업은 지난 십수년 동안 제대로 구조조정돼 본 적이 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끊임없는 육성보호 정책을 펴와, 중소기업군에서 벗어나는 순간 온갖 지원이 다 끊어지는 바람에 벗어나기 싫어하는 중소기업조차 굉장히 많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되려고 할 때 오히려 기업을 찢는다. 지역별로 나누기도 한다. 왜냐,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에 200가지 정도 지원책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또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댐 밑에 아주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는 것이다. 지금 동반성장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품목 같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1979년부터 30년 동안 해오다가 소위 좌파 정부라고 하는 노무현 정부 때 폐기한 것이다.
박경철 시골의사 : 기업 이익을 보면 정말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 매출 증가도 크지만 순이익이 증가하는 건 아무래도 설비투자가 줄었다는 의미일 테고, 둘째 김 소장님 지적대로 고용 유연성 문제, 셋째는 효율적 재고 관리, 이렇게 3가지를 꼽고 있는 걸로 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들이 수출주도형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미래 투자를 하거나 신규 설비 투자를 하기보다는 내부 유보금으로 안고 있거나 심지어 설비 투자를 한다고 해도 해외에다 하고 있다. 나름대로의 설비 투자가 충분히 국내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통제되지 않은 탐욕으로 해외 설비 투자가 일어나고 국내 투자가 없다 보니까 기회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김상조 : 정규재 위원님께 몇 가지 지적을 하고 싶다. 중소기업 특성을 보여주는 통계가 통계청의 광업제조업 통계조사이다. 최근 동향을 보면 상시고용인 5-19인, 그야말로 영세 기업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소기업과 중기업들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댐 밑에 바글바글하다는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김정호 : 대기업들이 투자를 안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 2011년 모두 전반적으로 30대 그룹같은 경우에 매년 10% 이상 투자 증가를 계속해오고 있다. 30대 그룹 고용 근로자수도 2009년 97만 명에서 2010년 106만 명으로 늘었다.
현금유보 이유를 들어 투자 안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옛날에는 왜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빚내서 투자하느냐고 지적해왔다. 지금 차츰차츰 은행빚 줄여 현금자산을 많이 갖게 됐고 무차입 경영에까지 이르렀다. 옛날에 요구했던 대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기업이 하면 잘못됐다라는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김상조 :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는 트리클 다운, 낙수 효과가 한국 경제에서 작동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사실 김 원장님 말씀대로 대기업들이 투자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까지 흘러넘치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보면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를 보면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있다. 이것이 외환위기 이후 심각하게 떨어져 일본과 비교하면 격차가 너무나 크다. 휴대폰 산업에서의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0.419 밖에 안된다. 휴대폰 업체가 1000원 어치 생산을 늘리면 이 가운데 국내에 부가가치가 되는 것이 419원밖에 안되고 나머지 6백원 가까이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초기에는 낙수 효과를 통해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기업들을 지원해줬는데 낙수 통로가 다 막혀버렸기 때문에 대기업 지원보다 중소기업을 직접 타겟팅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것이라고 본다.
박경철 :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대기업이 투자했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이나 다른 기업들에 기회를 줘야 할 것을 대기업이 직접 하면서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걸 투자했다고 말을 해버리니까 문제다. 현대자동차의 예를 들어보자. ‘오늘날 우리 기업을 있게 해준 것을 생각해서 견딜 수만 있다면 기술혁신 등을 통해 국내에 공장을 하나 더 짓겠다.’ 이렇다면 이건 투자로 볼 수 있겠지만 강판 만드는 현대제철, 강판 옮길 글로비스를 세워 ‘수직계열화’해 기회를 다 가져가서 이익을 내고자 하면서 ‘투자했다‘고 말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 죽는 결과를 불러오는 거다.
김정호 : 아니 제철공장에 투자를 하는데 그걸 투자가 아니라고 하면 어떤 게 투자인가?
박경철 : 그럼 이런 사례는 어떻게 대답할 텐가? 한화 S&C, 동부 C&I, 태광 TCS, 현대 오토에버 등 현재 대기업들이 하나씩 SI업체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을 보면 세 자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게 앞의 세 업체이고, 현대 오토에버의 경우 50% 가깝다. 정보통신 관련 시스템 업체들을 대기업이 직접 설립한 것이다. 이걸 투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IT 산업이 왜 침체돼 있나, 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3, 4년 뒤쳐졌는가, 바로 여기에 정답이 있다. 대기업들이 자녀들에게 지분 증여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들이 시스템을 수주하고 내부 거래를 하기 위해서 출자한 내용이 이른바 ‘투자’로 잡혀 있다. 실제 목적은 자녀들에 대한 지분증여 혹은 지분 확대를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두고 ‘투자’했다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정규재 : 트리클 다운 연결고리가 끊어지지는 않았을 거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 충격으로 급하게 따라가기 위해서 소싱을 하다보면 국내 중소업체들이 미처 부품공급이 안 될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신제품의 경우 아웃소싱이 해외로 뛰어나가게 돼 있다. 그래서 연결고리가 끊어진 걸로 보이게 된다. 우리 중소 납품업체들이 정말 잘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2. 초과이익 공유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기존 성과공유 확대..사회주의 아니다”..“납품업체 계열사화로 피해 돌아가”
김상조 :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납품업체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없어 실행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 사회주의 논란이다. 둘 다 포인트가 틀린 비판이다. 원래 성과공유, benefit sharing이란 방법이 있었다. 토요타에서 했듯이 협력업체의 새로운 제안으로 성과가 났을 때, 대기업이 일정 부분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기여도를 일일이 측정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생산비 구조를, 이른바 속살을 다 들여다 봐야 한다. 흔히 말해 대기업 구매과장이 중소기업 사장한테 ‘오늘 장부 다 들고 회사로 들어오시라’는 거다. 초과이익 공유는 성과 측정의 대상을 중소기업에다 두는 게 아니라 대기업 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목표가 있는데 그걸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면 그걸 내부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것처럼, 협력중소기업에도 일정한 방식으로 나눠주자는 것이다.
김정호 : 김 소장님께서 초과이익 공유제를 하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컨트롤하거나 장부를 들여다 보는 일이 없을 거라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익을 나눠주려면 기여도 평가가 불가피하다. 대기업이 성과급 주기 위해 본사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처럼 협력업체들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고가를 매기는 것이다. 계열사화할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부품 납품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연말에 납품단가 이외에 별도의 이익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입찰가격이 낮아진다. 조금 낮게 쓰더라도 일단 일감만 얻게 되면 나중에 뭔가가 추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할 테고 결국 납품단가를 더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타난다.
김상조 : 기여도 평가가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익 공유제 취지를 이해 못한 비판이다. 계약할 때 이렇게 하는 거다. 총판매수익, 총이익, 또는 초과이익이 딱 정해지면 그 중에 몇 퍼센트를 나눈다고 단순하게 정하는게 이익공유제다. 중소기업들과 협력 기여도를 일일이 다 측정해서 기여한만큼 나눠준다는 발상이 아니다.
정규재 : 지금 말씀하신 건 정운찬 위원장이 이야기한 초과이익 공유와 전혀 다른 것이다. 지금 말씀하신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도 기업에서 많이 하고 있을 거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위험을 공유한만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거다. 위험 상황에서 투자할 때 어떤 부품을 넣어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 때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게 가격 협상 조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박경철 : 성과공유제를 실시하는 곳이 우리나라에서 포스코를 비롯해 약 90곳이 있다. 이중 가장 잘하고 있다는 포스코 경우, 5조 원 이익 가운데 53억 원을 성과 공유했다. 이렇다면 있으나마나한 제도 아닌가?
방금 ‘위험’에 대한 수혈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미 중소 협력업체가 실시간으로 위험을 떠안고 있다. 갤럽시 탭을 100만 대 팔릴 거라고 생각하고 중간 업체들에 주문을 좍 돌린다. 그러면 중소하청업체에선 공급을 늘리려고 설비를 늘린다. 그랬더니 실제로는 30만 대 팔렸다. 그러면 대기업 입장에서 주문을 줄여버리면 끝이다. 이래서 과거 경제위기가 오면 제일 먼저 망하는 게 중소기업이다. 하청업자들은 이미 기본적으로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위험을 깔고 있다. 위험에 대한 수혈을 하자고 하면 지금 당장 다해야 한다.
정규재 : 이상한 얘기다. 포스코가 5조를 버는데 성과공유를 53억 밖에 안 했다? 비교방식이 웃기는 얘기다. 5조 매출 올리는데 납품기업이 몇 개인가, 수천 개 있을 거다. 그동안 수천 개의 납품기업들이 포스코와 거래하면서 벌어들였던 단기 순이익은 왜 계산 안하나? 단기 순이익에다 추가적으로 53억 원이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킷처럼 간 것이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박경철 : 그 논리라면 삼성전자에서 혹은 이건희 회장이 배당금으로 천 몇 백억 원씩 받아가는데 대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고 말했을 때, 전국민이 200만 원씩 받아봐야 얼마냐는 말과 같은 것 아닌가?
김상조 : 초과이익 공유와 관련해 이런 측면도 있다. 미국, 영국과 달리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하도급 관계가 준내부적 조직관계라는 특성이 있다. 완전한 조직 내부도 아니고 기업 대 기업의 동등한 시장거래 관계도 아니다. 일본에서 토요타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이런 하도급 거래나 주거래 은행 관계 때문이라고 일본 경제학 교과서에 써 있다. 이런 준내부자적 관계가 지속되면서 종속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하도급 업체가 대기업을 선택할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자와 어떻게 이익을 나누느냐는 주장은 우리나라 하도급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김정호 : 그런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는 이미 대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자금 지원도 하고 있다. 이미 자기 계열사 비슷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름이 초과이익 공유제든 무엇이든 간에 이미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