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과 진실의 소리’ 토론서 참석자들 "사회병리적 문제"
"촛불 주도세력 비논리 체계적 망상 사로잡혀 지금도 잘못 인정안해"
2008년 광화문 네거리는 촛불로 뒤덮였고, 시청 앞 광장 인근 인도에는 천막이 들어섰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기 싫었다”는 여중생부터 아이를 앞세운 유모차 부대, 퇴근길 동료와 함께 참여한 넥타이부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그 곳에 있었다.
비이성적인 공포와 두려움,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100일 간 광화문 네거리의 밤은 혼란스러웠다. 매일밤 경찰과 광우병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대치가 이어졌고, 광화문 네거리는 불가능했다. 당시 국가는 직·간접적으로 3조7513억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0.4%에 해당하는 액수.
광우병의 공포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반박이 나왔지만, 100일 간의 혼란과 갈등을 겪고난 뒤였다. 대한민국의 심장부는 100일 동안 마비됐지만, 3년이 지나도록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광우병 파동과 진실의 소리’ 토론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국민들이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까닭은 사회병리적 문제이자 비과학적 접근 때문’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사회적·과학적 측면에서 광우병 촛불집회를 되돌아보고 한국 사회에 남긴 영향을 진단했다. 이들은 당시 광우병 촛불시위가 정치적·이념적 목적을 위한 것이었으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각종 낭설이 사실인양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이후 광우병 촛불시위와 같이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정당, 전문가, 일반 국민이 ‘복합체’를 이루는 형태의 사회병리학적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 등의 공적 권위를 흔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광우병 촛불시위는 과학적 연구에서 윤리가 결여되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발생하는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애써 과학적 진실을 외면한 사람들로 인해 사회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의도적으로 광우병을 이용해 혼란을 부추겼지만, 그 내용은 과학과 거리가 멀다”며 “광우병을 정권투쟁용으로 사용했다면 테마를 잘못 잡은 것이다. 식품안전에서 ‘사전예방의 원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터라 왜곡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광우병의 원인체인 변형 프리온은 정상 프리온의 단백질 구조 중 일부 a-helix 구조가 b-sheet 구조로 변형된 것”이라며 “무려 300년 전부터 프리온에 의한 질병이 발견돼왔다”고 설명했다.
프리온에 의한 질병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732년. ‘스크래피’(scrapie)라 불리는 이 질병은 면양에게서 발견됐다. 기존의 질병들과 달리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적 변이에 의해 발병했다는 점이 달랐다. 인간에게서도 1920년 sCJD(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라는 프리온에 의한 질병이 처음 발견되는데 이 역시 노년층에서 인구 100만명당 0.5~1명꼴로 발생한다.
이 명예교수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인간광우병과 특히 원인인 프리온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광우병이라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SE)과 ‘인간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은 생화학적 구조가 같다. ‘육골분이 든 사료를 먹은 소가 광우병 증상을 나타내고 이를 먹은 사람이 인간광우병의 증상을 나타낸 것’은 맞지만, 미량이라도 쇠고기가 들어가는 제품을 쓰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1992년 인간광우병이 만연되기 시작하고, 1997년 인간광우병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에 미국은 아예 유럽에서 반추수 및 반추수제조물 수입을 금지시켰다”며 “그런데 이걸 두고 조금이라도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여전히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예방의 원칙’에 입각한 조치였을 뿐, 변형 프리온이 있는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괜찮은데도 사실을 호도했다”고 꼬집었다.
◇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자유기업원과 자유주의포럼,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가 주최로 열린 ´광우병 파동과 진실의 소리´토론회에서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자유기업원과 자유주의포럼,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가 주최로 열린 ´광우병 파동과 진실의 소리´토론회에서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어 “1992년 한해에만 3만7000마리의 소에 광우병이 발병했지만, 육골분을 차단하니까 3년만에 급격히 줄었고, 현재는 발생추이가 제로에 가깝다”며 “다양하게 쓰이는 소의 혈청이나 젤라틴에는 변형 프리온이 없는데다 감염경로를 막는데 어떻게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서 말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론적으로 100% 안전한 식품이란 건 없지만 식품이 안전한데도 불신하고 불안해 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통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담배 한 개비를 피워 암에 걸리거나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위험성을 부풀린 사람들이 국민들이 불안해했던 점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는 걸 보면서 안타깝다”며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등의 노력으로 인간광우병이나 광우병 발생추이가 낮아졌을 뿐더러, 앞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새로운 사회병리학적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사회의 여러 집단이 이념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특정문제에 대해 지지하는 구조를 형성하는 ‘편집증적 복합체’의 모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MBC ‘PD수첩’이 광우병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게 한 소위 전문지식, 과학적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며 “당시 국민의 80%가 미국산 쇠고기를 위험하다고 믿었고, 시위 역시 전국적으로 대규모였다. 이를 단순히 집단 히스테리나 광한병(mad korean disease)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학을 앞세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왜곡, 과장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전문가’라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 광우병의 위험을 의도적으로 새롭게 조합해 전혀 근거없는 주장을 만들었다는 게 홍 교수의 비판이다. 심지어 국제수역사무국을 ‘미국의 영향 아래 과학적 판단을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집단’으로 몰아갈 정도로 “후안무치했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그러나 홍 교수는 “광우병 촛불시위의 주축 세력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체계적인 망상을 갖고 있으므로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공적인 권위를 흔들고 정치적으로 세력화해 자신들의 목적대로 주장을 펼친다”고 꼬집었다.
결국 좌파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들이 ‘참여민주주의의 진화’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적 시위’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 등으로 추켜세우고 있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진실은 ‘특정한 목적’에 의해 변형된 것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촛불시위 주축 세력들이 원했던 것은 한미FTA 저지·반대였다. 이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한미FTA 저지·반대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홍 교수는 주장했다.
홍 교수는 2006년 11월 민주노동당의 반(反)한미FTA 집회 사진과 MBC ‘PD수첩’의 한 장면에 주목했다. ‘목숨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동일한 구호가 들어간 이들 장면에서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세력이 있었고 △미국산 쇠고기를 독극물로 취급하는 한편, △정치공학적 목적과 이유로 인해 가공의 위험성을 열성적으로 선전해왔음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 의회의 한미FTA 비준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맞바꾸려는 전략을 세운 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탓에 광우병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는 사실인양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전문가의 사실왜곡 → 좌파 언론의 전파 → 좌파 시민사회단체의 지지조직 결성 → 정당의 정략적 편승 → 국민의 대중적 보호막 형성 등의 과정을 거치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세력들은 견고해졌다.
홍 교수는 “편집증적 복합체의 논리를 깨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이들의 주장을 법적으로 제재하기도 어렵다”면서 “의식주와 생로병사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공적인 권위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결론을 내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적 권위를 갖는 학자들을 모아 심포지엄을 열거나 광우병 전문가에 반박하는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의 노력이 없었다”며 “광우병 촛불시위 때의 잘못을 천안함 때도 똑같이 했으니,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는 거다. 앞으로도 광우병 촛불시위와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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