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 권도엽 국토해양, 이채필 고용노동 등 새 경제장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쏟아낼 조짐이 뚜렷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차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여야가 국가재정의 현실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면 경제의 안정성장 기반이 무너지고 나라살림이 골병들기 쉽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재정 상태는 빠른 속도로 취약해지고 있다. 경제장관들은 여야의 선거공약을 금지할 권한은 없지만 무책임한 공약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그리고 어떤 대안이 바람직한지 용기 있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 나타날 재앙이라고 미루거나 기피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철 포퓰리즘을 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재·보선 패배 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내세우는 ‘반값 등록금’ 등 정합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 방안을 지켜보고만 있다. 정부는 여당에서 먼저 제기한 반값 등록금에 대해 재원대책 등 현실성과 타당성을 깊이 있게 짚어봐야 한다. 오늘 퇴임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종 복지확충 방안에 대해 “재정이 소요되는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을 해당 부처가 책임지고 방어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32개 시민단체로 결성된 ‘포퓰리즘 입법감시 시민단체연합’은 국회의원들에게 ‘포퓰리즘 및 세금낭비 입법 안 하기’ 서약을 받을 계획이다. 이 단체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부문의 개혁 대신 생필품 가격통제, 친서민 상생, 동반성장, 선심성 복지, 공정사회 등으로 자유시장경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포퓰리즘으로 사회경제적 발전단계에 맞지 않는 복지제도를 가졌다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은 나라가 많다”면서 우리나라가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진성 교육선진화운동 상임대표는 “저출산 고령사회가 다가오는데 잘못된 복지정책으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없이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기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도 무분별한 복지 지출이 주요인이었다. ‘재정 안정 없이 경제 안정은 없다’는 점을 유럽의 피그스(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포퓰리즘 정책이 갈수록 기승을 부려 불안하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같은 공짜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시대와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건전한 재정운용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복지정책은 전문가그룹의 검증을 받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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