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30대기업 성장 분석]13년간 2번의 위기… 오너 리더십-수출이 성패 갈랐다

자유기업원 / 2011-06-07 / 조회: 1,375       동아일보

한국경제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외환위기, 성장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세 번의 경제 변곡점을 맞았지만 삼성전자는 자산순위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반면 30위는 고합(1997년), 현대제철(2000년), 삼성SDI(2007년), 현대상선(2010년)으로 매번 바뀌었다. 30대 기업 내부에서도 ‘잘나가는 기업’과 ‘못 나가는 기업’의 명암이 갈린 것이다.

실제 1997년 상위그룹인 1∼10위 기업 중 그룹이 해체된 대우와 대우중공업을 제외한 8개 기업은 지난해에도 30위 안에 남이 있었다. 반면 1997년 하위 그룹인 21∼30위 기업 중에는 SK텔레콤과 현대상선을 뺀 8개 기업이 지난해에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 경제 변곡점마다 항상 순위 올라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1997∼2010년 자산 기준 상위 30대 기업을 조사했을 때 경제 변곡점마다 항상 순위가 올라간 초우량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4개사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13년 동안 자산총액이 4.6배나 늘어 전체 평균(2.8배)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업이익 기준으도 각 경제 변곡점에서 모두 1위였고 매출액은 1997년과 2000년 빼고는 모두 1위였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4개 기업은 수출 중심 기업이고 1990년대 후반 지속적으로 성장한 전자와 조선산업에 속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오너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도 공통점”이라며 “특히 위기 때 오너가 있는 한국기업은 과감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면서 해외의 동종업종 경쟁자보다 앞서갔다”고 덧붙였다.

 

조선산업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 호황’을 맞았다. 그런 산업적 특성에 오너의 리더십이 더해졌다. 현대중공업의 창시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백사장 사진(조선소 용지)과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도면만 갖고 선박 수주에 나설 정도로 조선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 덕분에 경제침체기에도 조선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 “두 번 위기는 없다”

현대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성장기에 68.0%, 48.1% 늘었고 금융위기 때 20.1%, 65.8% 증가했다. 매출액 증가폭은 주춤했지만 영업이익은 성장기 때보다 위기 때 더 크게 늘었다. 수출이 크게 늘면서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넘어섰다.

나머지 30대 기업의 평균성적도 금융위기(2008∼2010년)를 보내면서 거둔 실적이 경제성장기(2000∼2007년) 때보다 더 좋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1997년 외환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며 “30대 기업들은 국내외 경제 악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30대 기업의 경쟁력은 부채비율 추이에서 두드러진다. 1997년 평균 450%였던 부채비율은 2000년 151%로 줄어들고 지난해 83%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1997년 346%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109%로 줄었다. 늘어나는 조선 수주물량을 맞추기 위해 각종 시설을 짓느라 부채도 늘었지만 그보다 자기자본이 더 크게 늘어난 것이다.

평균 종업원 수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만4057명에서 1만3083명으로 줄었지만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오히려 종업원이 더 증가했다.

다른 30대 그룹도 비슷한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그룹 전체 종업원 수는 2009년(97만 명)보다 9만여 명 증가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106만 명으로 집계됐다. 그 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 ‘쇠락’에도 이유가 있다

쇠락하는 기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외환위기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다. 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한보철강 동아건설산업 등이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면서 이름이 사라지거나 30위 아래로 떨어졌다.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이 쇠퇴하면 기업도 함께 약해졌다. 시멘트를 생산하던 쌍용양회, 건설업의 대림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30위에 들지 못했다. 1997년 30대 기업에 현대건설 대림산업 동아건설사업 등 3개의 건설기업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현대건설만 30대 기업에 살아남았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건설경기가 꺾였지만 현대건설은 해외 부문에서 올리는 매출액이 크기 때문에 자산 30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나 경영효율화를 위해 모기업이 기업을 쪼개면서 자산 순위가 떨어지는 곳도 있다. 1997년 SK는 자산순위 3위였다. 당시는 에너지 종합화학 등을 모두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7월부터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SK의 지난해 순위는 23위로 떨어졌다. 그 대신 SK에너지 등 7개 자회사와 엔카네트워크 등 9개 손자회사를 거느린 SK이노베이션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초우량 글로벌기업에 대한 부작용도 지적된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센터 소장은 “기업의 자산이 커지면서 내부에서 수직계열화하다 보니 신수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만약 각 기업이 독립돼 있으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동일 회사 내에서 수직계열화돼 있으면 여러 아이템 중 사업성이 뛰어난 한두 개만 실행되고 나머지는 사장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중소기업이 크지 못하고 초우량 기업이 잘못됐을 경우 한국경제에 지나치게 큰 충격을 준다는 것도 단점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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