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과세´ 추진에 보수 경제연구기관 ´우려´
"타깃은 재벌이고,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이게 공정사회는 아니지 않나."
정부여당이 대기업들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과 관련, 보수성향 시장경제연구기관 경제학자들은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개정안은 대기업이 계열사에 다른 회사보다 비싸게 물품을 공급해 이익을 취할 경우, 공급가격 차액에 대해 과세하게 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대기업이 가족 소유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편법적으로 상속하고,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등을 막자는 취지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해당 기업과 주주에 대한 배임 혐의가 다분한데다 부의 이전 등 변칙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그동안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집도한 수술은 매번 뚜렷한 진단조차 내리지 못한 채, 대책마련에 실패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앞세워 매스만 들어 보였고, 정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임시처방전을 내리는데 급급했다. 기업에 과징금을 물리는 정도로 끝내고, 이를 적극 관리-감독하는데 소홀했다.
더욱이 대선-총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매스를 꺼내 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실효성은 배제되고, 인기영합식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 2007년에도 대기업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과세방안 검토 단계까지 갔으나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갔다.
이번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비전인 ´공정사회´ 추진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개정안을 꺼냈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안이라는 우려가 경제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상속체계 개편 등 근본 처방 없는 개정안, 다른 수단 생겨나 악순환 될 것"
특히 경제학자들은 과세요건이나 방법을 자의적으로 정하면 조세법률주의와 상충해 세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다 당사자인 대기업의 경영위축 가능성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를 부과하는 부분은 이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과세에 대한 요건과 대상이 명확해야 하고, 조세법률주의와 상충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런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고민도 없이 공정사회 때문에 성급하게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대기업이 시가보다 싸게 혹은 비싸게 물품을 공급해 이익을 취했다면 과세를 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지금 정부는 추상적인 부분에 과세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개정안) 운영 및 현실 적용 과정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상속체계 개편 없이 이러한 제도를 먼저 도입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올 것"이라며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다른 수단이 생겨나 악순환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상속 관련 세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 (부의 상속을) 막는 수단도 변칙적이다"며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해결 없이 공정사회라는 흐름에 편승한 개정안은 아닌지,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학자는 "정부가 ´공정한사회´ 의지 때문에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우리가 추진한다´는 선포부터 했다"며 "재벌을 타깃으로 정해 놓고,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마구 (정책을) 내놓는 것이 공정사회는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보수성향의 시장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자유기업원 관계자도 "공정사회는 정치적 구호가 됐다. 기업에 간섭을 늘이는 것이 공정사회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고, 이번 개정안 추진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기존 상속-증여세법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 이외에 유사한 과세를 또 검토하는데 대해 우려된다"며 "시장이 위축되면 일자리 창출이 더뎌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여당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일축했다.
[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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