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장용성 칼럼] 왜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없나요?

자유기업원 / 2011-06-23 / 조회: 1,700       매일경제


 얼마 전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한 외교관의 질문이 귓가에 맴돈다. 언론인 몇 명과의 오찬 자리에서 그는 "한국은 그동안 민주주의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단 한가지 부족한 것은 성공적으로 안착한 전임 대통령(Ex-President)이 없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 외교관은 곧이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은 어떨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함께 자리한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전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논란이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씨의 뒤늦은 저서('운명') 출간을 계기로 다시 일고 있다.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다른 국가들과 릴레이 게임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대리해서 달리는 선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릴레이 선수가 끝까지 잘 뛰어주고 바톤을 이을 출중한 후임 선수를 고르는 일이다. 달리는 선수가 막판에 절름발이가 되면 릴레이에서 뒤처지게 되고 손해는 대한민국과 국민이 보게 된다.

우리 현실을 보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마저도 국민의 대표선수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행태가 부쩍 늘고 있다. 나라 안팎의 불길한 사정을 보면 대통령이 국정의 조종간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도 주주인 국민의 뜻과 달리 자기 이해를 챙기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에 빠져드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성공한 전임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정의 바람'을 차단해야 한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발언은 날로 세를 불려 가면서 한국판 문화혁명처럼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학생데모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고, 차기 대통령 정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대학의 몰염치와 장삿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아탑과 교수들을 탐욕의 집단으로 몰매를 주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불행스러운 일이다. 청와대는 황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대통령 공약인 법인세 감세 철회 발언에도 좀 더 강력한 대응을 했어야 한다. 앞으로 무슨 포퓰리즘적인 헛소리들이 나올지 모르지만 청와대와 해당 부처에서는 확실한 쐐기를 박아야 한다. 언론과 시민단체들도 나서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최초로 '포퓰리즘정책감시단'을 발족한 것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은 지난 주말 장차관을 모아 놓고 워크숍을 하면서 '나라가 썩었다'고 강도 높은 질책을 했다. 강력한 사정정국이 예고된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정권 말기 '낙지부동'인 공무원들에게 1년만 더 참으면 된다는 식의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사정분위기보다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과 국책사업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등을 떠밀며 구슬리는 게 실속이 있을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쟁이나 표류하는 사법개혁에서 볼 수 있듯이 기관 이기주의는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부처 이기주의에는 청와대가 단호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비리 상황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썩을 수 있고 오래 방치되어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누가 됐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죄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금융권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인낸싱)는 중도금 대출까지 포함하면 실제론 130조원 규모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수부 수사가 자칫 잘못해 뱅크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내 공조가 필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팀과 금융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잠을 못 잔다는 1000조원 규모의 개인부채가 부동산 경기 침체, 유럽발 위기 및 미국 중국 경제 주춤 등과 증폭되면 제3의 경제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내수 침체는 장차관 세미나 탁상공론으로는 어림없다. 경제대통령을 외치며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어려운 숙제는 과연 자신의 브랜드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장용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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