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진통과 논란을 거듭한 복수노조 제도가 내일부터 시행됩니다. 1사 1노조가 원칙이었던 우리 노동시장에 복수노조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정부도 노조도 또 기업들도 복수노조의 후폭풍을 긴장 속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복수노조에 대한 핵심 쟁점사항을 두고 노동계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자칫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손석우 기자와 함께 복수노조가 가져올 노동환경의 변화와 제기되고 있는 여러 논란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손석우 기자, 드디어 내일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는데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우리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인가요?
<기자>
지금까지는 사업장 1곳에 하나의 노조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사업장 1곳에 여러 개의 노조가 등장할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수가 크던 적던 현재보다는 노조의 수가 많아진다고 봐야겠죠.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조직률은 10%에 불과합니다. 노동계에서는 단기간은 아니지만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12% 수준인 미국이나 19% 정도인 일본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실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노조와 기업 관계자에게 설문조사했는데요. 전체 결과는 설립 가능성이 절반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규모가 클수록 복수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종업원 수가 많을 수록 내부에서 다양한 요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노동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노조 수가 많아지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겠죠?
<기자>
노동계나 경영계 양쪽 모두 단기간에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쪽을 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최삼태 / 한국노총 대변인 : 노조가 여러 게 생기면 노노간의 갈등, 더 심각한 것은 사용자 측이 회사의 입맛에 맞는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지원해서 회사의 껄끄러운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권혁철 실장 / 자유기업원 : 노조간 경쟁이 있을 때 선명성 경쟁을 한다면 기업에겐 부담입니다. 두 번 째는 노조 난립 문제가 있습니다. 2명 이상이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데요. 노조가 난립함으로써 각각 자신들에게 맞는 요구를 하게되면 기업으로써는 1년 내내 협상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계와 경영계 각각의 바라보는 문제의 시각이 다르지만 원인은 하나입니다. 노조 난립 속에서 노조와 사측의 갈등 또는 노조와 노조의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기업 경쟁력 저하라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문제가 핵심 쟁점입니다. 현재 정부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사측과 교섭을 벌이는 창구를 하나로 통일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앵커>
노동계와 야당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해서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기존에는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섭에 응해야 합니다. 따라서 노조와 사측이 또는 노조끼리 협의 하에 공동교섭에 나서기도 하고 개별교섭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노동계에서는 교섭창구를 의무적으로 단일화 하게 되면 노조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복수노조 제도 하에서도 개별교섭이 가능하지만 사용자 측이 동의를 해야 합니다. 노동계에서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삼태 대변인 / 한국노총 : 단체교섭을 하고 성과물로써 협약을 체결해야 되는데 창구 단일화가 되면 교섭권이 제한되고, 자율적으로 안되면 과반수 노조가, 그것도 안되면 다른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신설노조, 소수노조는 배제가 될 가능성이 높고]
표를 보면 노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절차입니다. 교섭요구는 단체협약 만료 석 달 전부터 할 수 있습니다. 노조간 혹은 노사간 협의가 잘만 되면 교섭요구 뒤 20일 정도면 바로 교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섭대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노조 사이에 의견차가 발생하면 노동위원회로 넘어가거나,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노조끼리 협의를 거쳐야 되는데 이 과정이 길어지면 실제 교섭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서 사측에 협조적인 노조만 우호적으로 대하거나 단일화만을 요구하면 무협약 상태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기업들은 복수노조 도입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기자>
가장 관심사는 대표적인 무노조 기업이었던 삼성과 포스코 등입니다. 양대 노총은 사실상 무노조 상태인 삼성과 포스코에 노조를 세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우선 삼성은 계열사별로 대책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습니다.
설사 노조가 설립돼도 큰 동조가 없도록 노사협의회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사원들의 임금과 복지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직원들과 경영현황을 공유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달 열리는 전사운영회의를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중계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실상 복수노조 체제인 현대차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기업 외에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는 복수노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기자>
복수노조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장을 가봤는데요. 해성운수라는 버스회사인데 이 회사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가 같이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나중에 산별노조 형태로 만들어진 경우인데요.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파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노총 쪽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사업장을 보면 복수노조 도입 초반의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황일남 / 민노총 민주버스노조 경인지부장 : (한노총과의 관계)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서로 경쟁자 관계인데 어쨌튼 복수노조의 취지가 서로 경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취지인데 부합하지 않고 있고 원체 오랜 세월동안 갈등과 경쟁관계인 자동차 노조(한국노총)와 민주버스노조(민주노총)와의 관계는 쉽게 잘 되겠어요. 회의적이라고 보죠.]
물론 특정 사업장의 경우입니다. 하지만 역시 어떤 사업장에서든 복수노조가 있는 곳이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체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 노조와 사측 정부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서 해안을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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