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에 있는 서울메트로 본사가 옮겨올 예정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엔 서울지하철노조 사무실이 20년 넘게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조가 결성된 뒤 이곳은 서노협(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전노협(전국노동자협의회),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으로 이어지는 민주노조 운동 중심에 있었다.
지금 그 자리가 이젠 민주노총에 맞서는 ‘제3노총‘ 중심으로 뒤바뀌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 4월 말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하고 ‘국민노총(가칭)‘ 결성에 나선 것이다. 올해 초 민주노총 지지 후보에 맞서 ‘실리‘를 앞세운 정연수(56)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 당선하면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09년에도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했다 실패한 뒤 지난 2010년 3월 새희망노동연대를 만들어 ‘제3노총‘ 결성을 준비해 왔다.
이달 초 ‘새로운 노동조합 총연맹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제3노총‘ 세 확산에 여념이 없는 정연수 위원장을 지난 21일 오후 서울지하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노총 탄생 주역에서 ‘제3노총‘ 중심으로 ‘변신‘
"서울메트로 1, 2, 3, 4호선은 하루 지하철 이용고객 930만 명 가운데 400만 명이 이용한다. 지하철 역사는 시민들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크다. 시민 교통권을 담보로 한 셈이지만 시민 생활에 큰 역할을 해 전동차가 10~20분만 지연돼도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서울지하철은 민주노총 탄생 주역이었고 해방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에 앞서 프로젝터 화면을 켜고 지난 20여 년 지하철노조 활동과 새 노총 취지를 40여 분에 걸쳐 설명했다. 그간 12차례 파업으로 ‘파업철‘이란 오명을 벗으려고 최근 시민마라톤대회 등 사회봉사 활동에 나선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에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87년 사회와 직장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과 노동조합의 열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는 큰 힘이 있었다. 글로벌 시대로 바뀌었는데 노조가 환경 변화에 적응 못하고 이념투쟁, 권위주의, 귀족주의 같은 과거 방식에 젖어 있으니까 국민 85%가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거다. 국민을 등진 단순 정치 투쟁이 노조 지도부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현장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상처받고 희망을 잃어 왔다. 새로운 방법은 제3노총을 만들어 국민 중심의 노사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지하철노조 내부에서 ‘실리파‘,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연수 위원장은 배일도 전 위원장과 함께 2000년대 들어 민주노총 탈퇴와 제3노총 결성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지 세력들과 끊임없는 반목을 겪었다.
"이념 투쟁 가지고는 한 번도 조합원 권익 향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근로 조건만 후퇴했다. 배일도 위원장 이후 민주노총 지지를 받았던 노조 집행부들은 부적절하고 무능력해서 조합원들에게 불신을 받았다. 반면 온건한 시민 노조는 76~78% 지지를 받았다. 이데올로기, 전투 방식으로 지도부 자체는 군림할 수 있지만 조합원 근로 조건은 퇴보했다.
쌍용자동차를 봐라. 다 박살났다. 지금까지 쌍용차에서 14명이 죽었는데 다른 자동차 노사가 똘똘 뭉쳐서 그 사람들을 안 받았다. 그 사람들이 들어오면 노사가 다 죽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이 ‘종북론‘ 가지고 왈가왈부할 땐가? 글로벌 환경에서 이데올로기 투쟁은 맞지 않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제휴는 상층부 기득권 때문"
이런 ‘제3노총‘을 바라보는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시선은 차갑다. 그동안 정책 공조를 해온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하자 위기감을 느낀 이명박 정부가 제3노총을 새 교섭 상대로 삼으려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 위원장이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인 배일도 전 한나라당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노동운동을 현실정치와 연관시켜 보지 말아 달라. 나는 2007년에 이것(제3노총)을 기획했었다. 복수노조가 유예되는 바람에 무산됐고 올해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작돼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이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대변해야 한다는 건 우스운 얘기다."
- 지난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버스 파업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증한 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지하철 건설부채도 다 가져갔고 버스회사 공영화 문제도 해결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단지 정치적 이해가 안 맞는다고 욕해야 하나."
정 위원장 오히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를 문제삼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제휴? 이건 제휴가 아니라 서로 속이는 거다. 진정성이나 철학을 가지고 화합했는가? 타임오프제 반대 같이 자신들의 기득권 문제 때문이다. 제대로 된 노사문화가 정착하려면 정부나 정치, 국민이 함께 나서서 도와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치 지배를 목적으로 하고 한국노총도 녹색사민당도 만들어 어설픈 정치를 하려 했다. 국민노총은 노조 간부나 상층부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 국민과 조합원 중심으로 간다. 이게 시대에 맞는 에너지다."
정 위원장은 제3노총을 만들며 기존 이념 투쟁 중단과 노사 상생을 내걸고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면제시간 제한)와 복수노조에도 찬성했다. 이는 현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친정부‘, ‘친기업‘ 노총의 탄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건 내 20년 노동운동 원칙이다. 예를 들어 난 복수노조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유일 노조만 있으면 선거를 통해 상대를 궤멸시키려고 권력 다툼에 목숨을 건다. 복수노조가 되면 자기 신념과 철학이 다른 노조가 법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걸 가지고 정부 입장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국민 어렵게 하려고 하겠나? 단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친정부‘라고 하는 건 어처구니없다."
"노조 경쟁 시대, 합리적 노조만 살아남을 것"
제3노총 탄생은 7월부터 전면 허용된 복수노조와 무관하지 않다. 한 개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 외에도 추가 노조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대 노총에서 큰 위협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 2주 사이 추가 신청한 노조 200여 곳 가운데 양대 노총 가입 노조는 10%도 안 된 반면 80%는 민주노총 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노조 부위원장 해고 등 회사 쪽에 반하는 노조는 철저히 탄압받고 있다.
- 결국 복수노조 허용이 친기업 어용 노조만 양산하는 거 아닌가. "복수노조가 되면 57%는 노사 관계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친기업‘이냐 ‘강성 노동운동‘이냐 잣대는 과거 방식이다. 상생, 협력이 잘못된 것인가? 물론 회사가 적대적 노조도 포용해야 한다. 노조도 이제 경쟁시대다. 조합원이 진보적인데 과거처럼 이념 투쟁 집단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고 자주성 없는 사업자 아류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끼리 경쟁해서 2~3년 내에 합리적이고 민주적 조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존 노동 운동계에서 어용 노조니 뭐니 하는 건 흑백 논리다."
- 복수노조 가운데 국민노총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있나. "우리 정책실장이 지금 노조 설립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10개 정도 작업했고 20개 정도 작업 중이다."
이달 초 국민노총은 공무원, 공공기관, 민간제조, 민간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70여 개 노조 5만 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한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이 중심이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KT 등 대기업 노조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지금 지방공기업 33개 노조가 결의를 마쳤고 환경서비스용역 비정규직 노조, 전교조를 제외한 교원단체노조, 발전노조 등이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은 내부 정리가 되는 대로 합류하기로 했다. 7월 1일 복수노조가 시작됐지만 (기존 노조 선거라는) 큰 게임이 남아 있다. 그 게임에 도전해서 장악하기 전에는 따로 노조를 안 만들고 게임이 끝나면 조직 분가가 본격화될 것이다."
"완장만 두른 ‘장님운동‘... 투쟁만 하는 게 강성 아냐"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4월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지만 찬성표가 53%에 그치면서 잡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를 위해 노조 규약을 바꾸려면 투표자 2/3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탈퇴 무효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그럼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다는 건 최근 잇따른 노조 이탈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노총에 큰 타격이었다.
20년 전 30대였던 서울지하철 8700명 조합원 평균 나이는 이제 50대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자녀들 대학 등록금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오랜 ‘투쟁‘에 지친 조합원들의 시각도 있다.
"조직 내부의 변화고 실천이다. 민주노총 간부들 가운데 20년 전처럼 하는 사람도 많다. 이른바 ‘장님 운동‘이다. 예전에는 간부 완장만 차면 다 됐다. 노동조합 권력을 차지하고 앉아서 조합 맛을 보면 현장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시대 환경에 맞는가? 요즘 신규 채용자들은 다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효율성을 찾는다."
- 평시면 몰라도 쌍용자동차 상황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이 되면 조합원들도 ‘강성‘을 택하지 않겠는가. "강성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 강성이 멋있게 투쟁하고 양보 안 해 조합원들 해고되고 근로조건 후퇴하게 만든 건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어렵고 힘들 때 (협상에) 들어가 해결하는 게 진정한 강성이다. 투쟁만 하는 게 강성이라는 건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배일도 위원장이 있는 동안 서울지하철노조 노동 조건은 4조3교대에서 3조2교대로 나빠졌고 구조조정으로 1621명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KT 노조 역시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뒤 지난 2009년 12월 5922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속수무책이었다.
"KT가 속수무책이 아니고 민주노총보다도 협상을 잘 해 냈다. 민주노총 방식은 무조건 싸워놓고 보자는 식이라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당했다. 지금 KT노조는 협상 잘해서 조합원들과 공유해서 (명예퇴직을) 이끌어 낸 것이다. 지하철노조도 오히려 사회적 협약 맺어 구조조정을 막아냈다. 국민과 소통하는 힘이 파업보다도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제3노총 지도부는 정치 안 해... 후배들 위해 길 만들 것"
정 위원장은 이날 시민마라톤대회, 국회의원 일일명예역장 등 서울지하철노조의 대시민 봉사활동을 자랑했다. 그 사진들 정 위원장 곁에는 늘 여야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바짝 붙어 있었다. 마치 선거를 앞둔 유명 정치인의 홍보 사진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스스로 정치권에 나설 뜻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국민노총 핵심 지도부는 정치권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면서 "1회성으로 정치하려고 노동자와 국민의 꿈을 팔아서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정 위원장은 "북유럽 정치인 70%가 노동운동 출신인 건 도덕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국민노총이 밑거름을 만들어 도덕성이 높아지면 국민들이 자연히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원할 것"이라고 새 노총을 통한 정치 세력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 촉루낙시민루낙(燭淚落時民淚落)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
이날 위원장실 칠판에는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탐관오리를 비꼰 한시 한편이 적혀있었다. 정 위원장이 "국민과 조합원을 섬기겠다는 마음을 담아 써봤다"고 말했듯 ‘제3노총‘도 이제 국민과 조합원들의 냉정한 심판을 앞두고 있다.
20년 전 민주노조 운동에 중심에 섰던 정 위원장의 행보는 좌파 운동권에서 우파로 돌아선 뉴라이트 세력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오는 28일 뉴라이트 계열 자유기업원과 시대정신이 주최하는 노동운동, 시민운동 비판 토론회에 지하철노조 정책자문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제3노총이 양대 노총을 긴장시켜 우리 노동운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지, 과거 ‘뉴라이트‘처럼 또다른 기득권을 만드는 데 그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
방배동에 있는 서울메트로 본사가 옮겨올 예정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엔 서울지하철노조 사무실이 20년 넘게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조가 결성된 뒤 이곳은 서노협(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전노협(전국노동자협의회),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으로 이어지는 민주노조 운동 중심에 있었다.
지금 그 자리가 이젠 민주노총에 맞서는 ‘제3노총‘ 중심으로 뒤바뀌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 4월 말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하고 ‘국민노총(가칭)‘ 결성에 나선 것이다. 올해 초 민주노총 지지 후보에 맞서 ‘실리‘를 앞세운 정연수(56)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 당선하면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09년에도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했다 실패한 뒤 지난 2010년 3월 새희망노동연대를 만들어 ‘제3노총‘ 결성을 준비해 왔다.
이달 초 ‘새로운 노동조합 총연맹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제3노총‘ 세 확산에 여념이 없는 정연수 위원장을 지난 21일 오후 서울지하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노총 탄생 주역에서 ‘제3노총‘ 중심으로 ‘변신‘
"서울메트로 1, 2, 3, 4호선은 하루 지하철 이용고객 930만 명 가운데 400만 명이 이용한다. 지하철 역사는 시민들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크다. 시민 교통권을 담보로 한 셈이지만 시민 생활에 큰 역할을 해 전동차가 10~20분만 지연돼도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서울지하철은 민주노총 탄생 주역이었고 해방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에 앞서 프로젝터 화면을 켜고 지난 20여 년 지하철노조 활동과 새 노총 취지를 40여 분에 걸쳐 설명했다. 그간 12차례 파업으로 ‘파업철‘이란 오명을 벗으려고 최근 시민마라톤대회 등 사회봉사 활동에 나선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에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87년 사회와 직장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과 노동조합의 열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는 큰 힘이 있었다. 글로벌 시대로 바뀌었는데 노조가 환경 변화에 적응 못하고 이념투쟁, 권위주의, 귀족주의 같은 과거 방식에 젖어 있으니까 국민 85%가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거다. 국민을 등진 단순 정치 투쟁이 노조 지도부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현장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상처받고 희망을 잃어 왔다. 새로운 방법은 제3노총을 만들어 국민 중심의 노사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지하철노조 내부에서 ‘실리파‘,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연수 위원장은 배일도 전 위원장과 함께 2000년대 들어 민주노총 탈퇴와 제3노총 결성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지 세력들과 끊임없는 반목을 겪었다.
"이념 투쟁 가지고는 한 번도 조합원 권익 향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근로 조건만 후퇴했다. 배일도 위원장 이후 민주노총 지지를 받았던 노조 집행부들은 부적절하고 무능력해서 조합원들에게 불신을 받았다. 반면 온건한 시민 노조는 76~78% 지지를 받았다. 이데올로기, 전투 방식으로 지도부 자체는 군림할 수 있지만 조합원 근로 조건은 퇴보했다.
쌍용자동차를 봐라. 다 박살났다. 지금까지 쌍용차에서 14명이 죽었는데 다른 자동차 노사가 똘똘 뭉쳐서 그 사람들을 안 받았다. 그 사람들이 들어오면 노사가 다 죽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이 ‘종북론‘ 가지고 왈가왈부할 땐가? 글로벌 환경에서 이데올로기 투쟁은 맞지 않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제휴는 상층부 기득권 때문"
이런 ‘제3노총‘을 바라보는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시선은 차갑다. 그동안 정책 공조를 해온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하자 위기감을 느낀 이명박 정부가 제3노총을 새 교섭 상대로 삼으려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 위원장이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인 배일도 전 한나라당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노동운동을 현실정치와 연관시켜 보지 말아 달라. 나는 2007년에 이것(제3노총)을 기획했었다. 복수노조가 유예되는 바람에 무산됐고 올해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작돼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이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대변해야 한다는 건 우스운 얘기다."
- 지난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버스 파업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증한 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지하철 건설부채도 다 가져갔고 버스회사 공영화 문제도 해결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단지 정치적 이해가 안 맞는다고 욕해야 하나."
정 위원장 오히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를 문제삼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제휴? 이건 제휴가 아니라 서로 속이는 거다. 진정성이나 철학을 가지고 화합했는가? 타임오프제 반대 같이 자신들의 기득권 문제 때문이다. 제대로 된 노사문화가 정착하려면 정부나 정치, 국민이 함께 나서서 도와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치 지배를 목적으로 하고 한국노총도 녹색사민당도 만들어 어설픈 정치를 하려 했다. 국민노총은 노조 간부나 상층부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 국민과 조합원 중심으로 간다. 이게 시대에 맞는 에너지다."
정 위원장은 제3노총을 만들며 기존 이념 투쟁 중단과 노사 상생을 내걸고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면제시간 제한)와 복수노조에도 찬성했다. 이는 현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친정부‘, ‘친기업‘ 노총의 탄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건 내 20년 노동운동 원칙이다. 예를 들어 난 복수노조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유일 노조만 있으면 선거를 통해 상대를 궤멸시키려고 권력 다툼에 목숨을 건다. 복수노조가 되면 자기 신념과 철학이 다른 노조가 법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걸 가지고 정부 입장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국민 어렵게 하려고 하겠나? 단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친정부‘라고 하는 건 어처구니없다."
"노조 경쟁 시대, 합리적 노조만 살아남을 것"
제3노총 탄생은 7월부터 전면 허용된 복수노조와 무관하지 않다. 한 개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 외에도 추가 노조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대 노총에서 큰 위협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 2주 사이 추가 신청한 노조 200여 곳 가운데 양대 노총 가입 노조는 10%도 안 된 반면 80%는 민주노총 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노조 부위원장 해고 등 회사 쪽에 반하는 노조는 철저히 탄압받고 있다.
- 결국 복수노조 허용이 친기업 어용 노조만 양산하는 거 아닌가. "복수노조가 되면 57%는 노사 관계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친기업‘이냐 ‘강성 노동운동‘이냐 잣대는 과거 방식이다. 상생, 협력이 잘못된 것인가? 물론 회사가 적대적 노조도 포용해야 한다. 노조도 이제 경쟁시대다. 조합원이 진보적인데 과거처럼 이념 투쟁 집단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고 자주성 없는 사업자 아류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끼리 경쟁해서 2~3년 내에 합리적이고 민주적 조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존 노동 운동계에서 어용 노조니 뭐니 하는 건 흑백 논리다."
- 복수노조 가운데 국민노총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있나. "우리 정책실장이 지금 노조 설립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10개 정도 작업했고 20개 정도 작업 중이다."
이달 초 국민노총은 공무원, 공공기관, 민간제조, 민간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70여 개 노조 5만 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한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이 중심이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KT 등 대기업 노조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지금 지방공기업 33개 노조가 결의를 마쳤고 환경서비스용역 비정규직 노조, 전교조를 제외한 교원단체노조, 발전노조 등이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은 내부 정리가 되는 대로 합류하기로 했다. 7월 1일 복수노조가 시작됐지만 (기존 노조 선거라는) 큰 게임이 남아 있다. 그 게임에 도전해서 장악하기 전에는 따로 노조를 안 만들고 게임이 끝나면 조직 분가가 본격화될 것이다."
"완장만 두른 ‘장님운동‘... 투쟁만 하는 게 강성 아냐"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4월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지만 찬성표가 53%에 그치면서 잡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를 위해 노조 규약을 바꾸려면 투표자 2/3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탈퇴 무효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그럼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다는 건 최근 잇따른 노조 이탈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노총에 큰 타격이었다.
20년 전 30대였던 서울지하철 8700명 조합원 평균 나이는 이제 50대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자녀들 대학 등록금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오랜 ‘투쟁‘에 지친 조합원들의 시각도 있다.
"조직 내부의 변화고 실천이다. 민주노총 간부들 가운데 20년 전처럼 하는 사람도 많다. 이른바 ‘장님 운동‘이다. 예전에는 간부 완장만 차면 다 됐다. 노동조합 권력을 차지하고 앉아서 조합 맛을 보면 현장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시대 환경에 맞는가? 요즘 신규 채용자들은 다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고 효율성을 찾는다."
- 평시면 몰라도 쌍용자동차 상황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이 되면 조합원들도 ‘강성‘을 택하지 않겠는가. "강성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 강성이 멋있게 투쟁하고 양보 안 해 조합원들 해고되고 근로조건 후퇴하게 만든 건 개인적 욕심 때문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어렵고 힘들 때 (협상에) 들어가 해결하는 게 진정한 강성이다. 투쟁만 하는 게 강성이라는 건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배일도 위원장이 있는 동안 서울지하철노조 노동 조건은 4조3교대에서 3조2교대로 나빠졌고 구조조정으로 1621명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KT 노조 역시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뒤 지난 2009년 12월 5922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속수무책이었다.
"KT가 속수무책이 아니고 민주노총보다도 협상을 잘 해 냈다. 민주노총 방식은 무조건 싸워놓고 보자는 식이라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고 당했다. 지금 KT노조는 협상 잘해서 조합원들과 공유해서 (명예퇴직을) 이끌어 낸 것이다. 지하철노조도 오히려 사회적 협약 맺어 구조조정을 막아냈다. 국민과 소통하는 힘이 파업보다도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제3노총 지도부는 정치 안 해... 후배들 위해 길 만들 것"
정 위원장은 이날 시민마라톤대회, 국회의원 일일명예역장 등 서울지하철노조의 대시민 봉사활동을 자랑했다. 그 사진들 정 위원장 곁에는 늘 여야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이 바짝 붙어 있었다. 마치 선거를 앞둔 유명 정치인의 홍보 사진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스스로 정치권에 나설 뜻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국민노총 핵심 지도부는 정치권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면서 "1회성으로 정치하려고 노동자와 국민의 꿈을 팔아서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정 위원장은 "북유럽 정치인 70%가 노동운동 출신인 건 도덕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국민노총이 밑거름을 만들어 도덕성이 높아지면 국민들이 자연히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원할 것"이라고 새 노총을 통한 정치 세력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 촉루낙시민루낙(燭淚落時民淚落)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
이날 위원장실 칠판에는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탐관오리를 비꼰 한시 한편이 적혀있었다. 정 위원장이 "국민과 조합원을 섬기겠다는 마음을 담아 써봤다"고 말했듯 ‘제3노총‘도 이제 국민과 조합원들의 냉정한 심판을 앞두고 있다.
20년 전 민주노조 운동에 중심에 섰던 정 위원장의 행보는 좌파 운동권에서 우파로 돌아선 뉴라이트 세력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오는 28일 뉴라이트 계열 자유기업원과 시대정신이 주최하는 노동운동, 시민운동 비판 토론회에 지하철노조 정책자문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제3노총이 양대 노총을 긴장시켜 우리 노동운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지, 과거 ‘뉴라이트‘처럼 또다른 기득권을 만드는 데 그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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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에 있는 서울메트로 본사가 옮겨올 예정인 성동구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엔 서울지하철노조 사무실이 20년 넘게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조가 결성된 뒤 이곳은 서노협(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전노협(전국노동자협의회),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으로 이어지는 민주노조 운동 중심에 있었다.
지금 그 자리가 이젠 민주노총에 맞서는 ‘제3노총‘ 중심으로 뒤바뀌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 4월 말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하고 ‘국민노총(가칭)‘ 결성에 나선 것이다. 올해 초 민주노총 지지 후보에 맞서 ‘실리‘를 앞세운 정연수(56)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 당선하면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09년에도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했다 실패한 뒤 지난 2010년 3월 새희망노동연대를 만들어 ‘제3노총‘ 결성을 준비해 왔다.
이달 초 ‘새로운 노동조합 총연맹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제3노총‘ 세 확산에 여념이 없는 정연수 위원장을 지난 21일 오후 서울지하철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민주노총 탄생 주역에서 ‘제3노총‘ 중심으로 ‘변신‘
"서울메트로 1, 2, 3, 4호선은 하루 지하철 이용고객 930만 명 가운데 400만 명이 이용한다. 지하철 역사는 시민들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크다. 시민 교통권을 담보로 한 셈이지만 시민 생활에 큰 역할을 해 전동차가 10~20분만 지연돼도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서울지하철은 민주노총 탄생 주역이었고 해방기관차 역할을 해왔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에 앞서 프로젝터 화면을 켜고 지난 20여 년 지하철노조 활동과 새 노총 취지를 40여 분에 걸쳐 설명했다. 그간 12차례 파업으로 ‘파업철‘이란 오명을 벗으려고 최근 시민마라톤대회 등 사회봉사 활동에 나선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에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87년 사회와 직장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과 노동조합의 열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는 큰 힘이 있었다. 글로벌 시대로 바뀌었는데 노조가 환경 변화에 적응 못하고 이념투쟁, 권위주의, 귀족주의 같은 과거 방식에 젖어 있으니까 국민 85%가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거다. 국민을 등진 단순 정치 투쟁이 노조 지도부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현장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상처받고 희망을 잃어 왔다. 새로운 방법은 제3노총을 만들어 국민 중심의 노사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지하철노조 내부에서 ‘실리파‘, ‘온건파‘로 분류되는 정연수 위원장은 배일도 전 위원장과 함께 2000년대 들어 민주노총 탈퇴와 제3노총 결성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지 세력들과 끊임없는 반목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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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투쟁 가지고는 한 번도 조합원 권익 향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근로 조건만 후퇴했다. 배일도 위원장 이후 민주노총 지지를 받았던 노조 집행부들은 부적절하고 무능력해서 조합원들에게 불신을 받았다. 반면 온건한 시민 노조는 76~78% 지지를 받았다. 이데올로기, 전투 방식으로 지도부 자체는 군림할 수 있지만 조합원 근로 조건은 퇴보했다.
쌍용자동차를 봐라. 다 박살났다. 지금까지 쌍용차에서 14명이 죽었는데 다른 자동차 노사가 똘똘 뭉쳐서 그 사람들을 안 받았다. 그 사람들이 들어오면 노사가 다 죽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이 ‘종북론‘ 가지고 왈가왈부할 땐가? 글로벌 환경에서 이데올로기 투쟁은 맞지 않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제휴는 상층부 기득권 때문"
이런 ‘제3노총‘을 바라보는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시선은 차갑다. 그동안 정책 공조를 해온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하자 위기감을 느낀 이명박 정부가 제3노총을 새 교섭 상대로 삼으려고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 위원장이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인 배일도 전 한나라당 의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도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노동운동을 현실정치와 연관시켜 보지 말아 달라. 나는 2007년에 이것(제3노총)을 기획했었다. 복수노조가 유예되는 바람에 무산됐고 올해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작돼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이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대변해야 한다는 건 우스운 얘기다."
- 지난 대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버스 파업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검증한 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지하철 건설부채도 다 가져갔고 버스회사 공영화 문제도 해결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단지 정치적 이해가 안 맞는다고 욕해야 하나."
정 위원장 오히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를 문제삼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제휴? 이건 제휴가 아니라 서로 속이는 거다. 진정성이나 철학을 가지고 화합했는가? 타임오프제 반대 같이 자신들의 기득권 문제 때문이다. 제대로 된 노사문화가 정착하려면 정부나 정치, 국민이 함께 나서서 도와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치 지배를 목적으로 하고 한국노총도 녹색사민당도 만들어 어설픈 정치를 하려 했다. 국민노총은 노조 간부나 상층부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 국민과 조합원 중심으로 간다. 이게 시대에 맞는 에너지다."
정 위원장은 제3노총을 만들며 기존 이념 투쟁 중단과 노사 상생을 내걸고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면제시간 제한)와 복수노조에도 찬성했다. 이는 현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정책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친정부‘, ‘친기업‘ 노총의 탄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건 내 20년 노동운동 원칙이다. 예를 들어 난 복수노조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유일 노조만 있으면 선거를 통해 상대를 궤멸시키려고 권력 다툼에 목숨을 건다. 복수노조가 되면 자기 신념과 철학이 다른 노조가 법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걸 가지고 정부 입장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국민 어렵게 하려고 하겠나? 단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친정부‘라고 하는 건 어처구니없다."
"노조 경쟁 시대, 합리적 노조만 살아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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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노총 탄생은 7월부터 전면 허용된 복수노조와 무관하지 않다. 한 개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 외에도 추가 노조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양대 노총에서 큰 위협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 2주 사이 추가 신청한 노조 200여 곳 가운데 양대 노총 가입 노조는 10%도 안 된 반면 80%는 민주노총 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노조 부위원장 해고 등 회사 쪽에 반하는 노조는 철저히 탄압받고 있다.
- 결국 복수노조 허용이 친기업 어용 노조만 양산하는 거 아닌가.
"복수노조가 되면 57%는 노사 관계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친기업‘이냐 ‘강성 노동운동‘이냐 잣대는 과거 방식이다. 상생, 협력이 잘못된 것인가? 물론 회사가 적대적 노조도 포용해야 한다. 노조도 이제 경쟁시대다. 조합원이 진보적인데 과거처럼 이념 투쟁 집단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고 자주성 없는 사업자 아류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끼리 경쟁해서 2~3년 내에 합리적이고 민주적 조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존 노동 운동계에서 어용 노조니 뭐니 하는 건 흑백 논리다."
- 복수노조 가운데 국민노총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있나.
"우리 정책실장이 지금 노조 설립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10개 정도 작업했고 20개 정도 작업 중이다."
이달 초 국민노총은 공무원, 공공기관, 민간제조, 민간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70여 개 노조 5만 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한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이 중심이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KT 등 대기업 노조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지금 지방공기업 33개 노조가 결의를 마쳤고 환경서비스용역 비정규직 노조, 전교조를 제외한 교원단체노조, 발전노조 등이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들은 내부 정리가 되는 대로 합류하기로 했다. 7월 1일 복수노조가 시작됐지만 (기존 노조 선거라는) 큰 게임이 남아 있다. 그 게임에 도전해서 장악하기 전에는 따로 노조를 안 만들고 게임이 끝나면 조직 분가가 본격화될 것이다."
"완장만 두른 ‘장님운동‘... 투쟁만 하는 게 강성 아냐"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4월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지만 찬성표가 53%에 그치면서 잡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탈퇴를 위해 노조 규약을 바꾸려면 투표자 2/3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탈퇴 무효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그럼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다는 건 최근 잇따른 노조 이탈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노총에 큰 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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