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로에 선 한국경제]③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언제나

자유기업원 / 2011-10-04 / 조회: 1,355       이투데이

입만 열면 ‘동반성장‘…‘친기업‘은 간 데 없어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이다. 개별 기업이 해당국가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등 기업경쟁력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헤게모니(패권)의 주체가 군사력에서 경제력으로 넘어가면서 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마음껏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자 의무다.

하지만 2011년 대한민국의 기업경영환경은 이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수출위주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세계경기침체와 불확실성으로 내년 경영계획의 수립조차 힘든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를 강조한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 들면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입각한 정책 남발로 기업경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 재계, “정부 정책 일관성 없다” 비판= 중요한 사실은 정부에 대한 기업인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법인세율 인하를 공언했지만, 대선과 총선을 1년 앞둔 올해 돌연 법인세율 인하를 유보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하는 국제적인 추세”라며 “법인세율 인하 철회는 국제경쟁력 약화와 외자유치에 부정적으로 작용, 기업의 투자여력을 줄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용창출·투자확대·동반성장 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는 경영의지를 꺾는 일”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의 기업관련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을 필두로 경제부처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의 기업에 대한 압박수위가 지나치다는 것.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정부의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공산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서 좋을 것이 없다는 우려 제기와 동시에 일각에서는 재계의 입장을 속시원하게 대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는 사실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동반성장 정책의 이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최근 정부가 강압적인 기업정책을 펼치면서 대-중소기업들이 경영환경 악화와 함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 현실적이고 일관된 정책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진은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상의에서 열린 30대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경제적 자유 아직 모자라= 최근 자유기업원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 나라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인가를 보여주는 지표인 ‘경제자유지수(2009년)’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7.32점을 기록, 세계 30위를 기록했다.
비록 순위는 전년도에 비해 세 계단 상승했지만 지수는 0.0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시장규제부문의 경우 6.60(93위)을 기록해 5개 평가분야(정부규모, 재산권 보호, 통화 건전성, 무역 자유, 시장규제)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박사는 “이 결과는 한국경제가 아직 시장규제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제자유지수가 높은 나라는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하위 수준인 시장규제 측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는 출범 첫해인 지난 2008년 10개의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지난 7월 기준 총 249개(73.2%)의 정책과제는 마무리됐으나 32개(9.4%)는 당초 일정 보다 부진하다.

부진한 32개 정책 가운데 분야별로는 물류·통관이 10건, 고용·안전 7건, 세금부담 및 행정절차 간소화 등이 5건 등으로 경영활동 상 직접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이 많다.

이처럼 기업환경 개선이 더딘 이유로는 국회의 법안처리 지연도 있지만 정부가 동반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부분들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당정협의 강화 필요…재계 의견 귀기울여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당정협의를 포함한 정부와 정치권 간의 의견조율이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기업환경개선대책 가운데 추진이 미진한 부분은 입법과정에서 야기되는 것인 만큼 행정부 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재계 압박은 정부보다 한술 더 뜨는 모양새다. 지난 8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개최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모두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청문회가 아닌 공청회장에서 이같은 광경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정부 부처보다 선거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의도적인 행동인 셈이다.

아울러 정치권과 정부는 재계를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세제개편안에서도 재계의 요청사항은 철저하게 묵살됐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감세 철회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으로 연간 5조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경제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국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중소기업과의 공생만 강조한다면 국민들은 기업 생태계에 문제가 있고, 문제의 원인으로 대기업을 주목할 수 있다”며 반(反) 대기업 정서의 확산을 우려했다.

박철근 기자(ckpar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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