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한우 파동 시장에 맡겨라

자유기업원 / 2012-01-20 / 조회: 1,351       세계일보

 배진영 인제대 교수·경제학

한 축산업자가 자식 같은 소를 굶겨 죽이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얼마나 한우의 산지가격이 형편없었으면 저 지경까지 이르렀겠는가 하고 생각하니 안쓰럽다. 우리는 1년반 전의 배추파동을 기억한다.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1만원을 넘었고 소비자들은 아우성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격 폭등과 폭락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정부를 향해 날린다. 그러면 정부는 마치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다는 듯이 이들 가격을 관리하겠다고 나선다.

가격관리에 대한 유혹은 대단하다. 특히 생필품의 가격이 불안정하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관리의 유혹에서 온전히 벗어나 있기는 어렵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통해 가격관리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시장의 힘을 이기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변화가 시장의 수급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면 이에 순응하는 것이 옳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격은 무수히 많은 시장 참여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결과이다. 시장의 결과가 어느 한쪽이 불리하다고 정부가 나설 경우 반드시 다른 쪽은 선의의 피해를 입는다. 가격의 신호기능이야말로 시장경제를 어느 체제보다 우월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시장 개입은 수요자나 공급자의 시장적응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에 공급이나 수요의 과잉과 과소가 가져오는 시장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약 농축산업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아예 기대할 수 없다면 이들은 자신의 생산행위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고, 이에 따른 공급의 과잉·과소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셋째, 정부 지원의 과정에서 관료와 유통업자 또는 생산자 간의 유착관계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유착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순간 뒤따르는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정부의 시장 개입을 심각히 우려하는 것이다.

넷째, 가격 변동에 의한 아픔이 농축산업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들 말고도 소상인과 봉급생활자의 하소연과 불안함은 거리에 넘친다. 게다가 이런 아픔이 오늘날에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50년 전 거의 80%에 이르는 농업부문의 종사자들이 이제는 7∼8%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웅변한다.

한우의 산지가격이 폭락함에도 소비자가격이 내려가지 않자 대형 매장과 소비자들이 직접 유통마진을 없애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시장의 힘이다. 시장의 이런 조정과정을 통해 한우의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면 한우 소비는 증대할 것이다. 이것이 축산업자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정도(正道)이다. 정부는 섣부른 시장 개입 대신 산지와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과정에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규제가 없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배진영 인제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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