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한국의 시장경제, 국가주의 시장경제 머물러

자유경제원 / 2014-04-21 / 조회: 1,761       미디어펜
한국의 시장경제, 국가주의 시장경제 머물러
건국헌법, 정부는 경제행복과 평등 책임질 존재 규정, 개입과 규제 책무여겨
2014년 04월 21일 (월) 13:32:00편집국 media@mediapen.com

한국의 역사에 자유의 이념 또는 자유주의 철학이 도입된 것은 19세기말이다. 1894년의 갑오경장(甲午更張)을 주도한 개화파 인사들에 의해 최초로 자유의 이념이 소개되었다. 뒤이은 독립협회의 활동은 좁은 범위에서나마 자유의 가치를 전파하였다. 이 초기의 자유는 대한제국(大韓帝國)의 탄압을 받고 한동안 사라졌다.


  
▲ 이승훈 서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일본 민법 원용하면서 개인의 재산권 보호 인식돼

자유 이념을 구성하는 신체의 자유와 재산의 권리는 1912년 일본의 민법이 조선에 의용(依用)됨에 따라 제도화하였다. 이를 계기로 종전의 반상(班常) 신분제와 그에 부수한 사회적 폭력이 한국사회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법제화한 자유 이념은 정신적이라기보다 물질적이었다. 자유 가치는 재산권에 대한 보호로 인식되었다. 그 주요 수혜자는 식민지기에 성장한 지주, 자본가, 신흥 중산층이었다. 그들은 전체 한국인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며, 더구나 식민지 권력에 협조하고 그로부터 지원을 받는 계층이었다. 그러했던 한, 자유 이념의 대중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근대 문물을 습득한 지식인 계층에게도 개인의 자유는 해방과 독립이라는 민족적 과제 앞에서 사치스런 장식품에 불과했다.

민족, 국가라는 전체적 범주가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양상은 1945년 해방 이후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을 건립한 세력에게도 자유는 재산에 대한 권리라든가 진정한 의미의 민족 독립을 의미하였다. 대한민국의 건국세력은 민족사회주의(民族社會主義)라는 국가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였다. 국가는 국민의 경제적 행복과 평등을 책임질 존재로 존중되었다. 건국헌법의 경제장(經濟章)에서 명백하듯이 경제·시장에 대한 개입과 규제는 국가의 도덕적 책무로 규정되었다.

 

  


▲ 한국은 21세기초 현재도 개인의 자유보다는 민족과 집단의 평등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이승만정부의 건국헌법도 민족사회의주 경향이 강하다. 국가가 경제적 행복과 평등을 책임질 존재로 명문화했다. 정부에 의한 시장과 경제에 대한 규제및 간섭은 국가의 도덕적 책무로 규정됐다. 박정희대통령과 그에 반대한 민주화세력이 지향하는 것도 개인보다는 민족과 민중적 개인의 발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초상화를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건국헌법의 특질은 이후 9차례에 걸친 헌법 개정에서도 꾸준히 계승되어 왔다. 현행 헌법도 엄밀히 말해 재산권의 절대적 권리와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시장경제는 변함없이 국가주의 시장경제에 머물러 있다.

박정희정부, 민주화 세력 모두 개인의 자유보다 민중의 평등 중시

건국 이후의 전쟁, 복구,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한국인을 동원한 최고의 권력과 권위는 언제나 국가 또는 민족과 같은 집단 범주였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이 선언한 한국인의 역사적 소명은 민족중흥이었다. 그에게서 개인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의 개발하여 민족중흥에 이바지할 민족적 개인이었다. 그렇다고 박정희의 권위주의 정치에 저항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향상시킨 민주화세력이 개인의 자유에 충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민족 또는 민중이란 집단 범주를 추구하였으며, 개인의 자유보다는 민중의 평등을 보다 중요한 가치로 받들었다.
 

새롭게 주목할 점은 이 같은 20세기의 근대화 과정에서 19세기까지 한국인을 지배해온 유교적 가치(儒敎的 價値)가 널리 대중화하였다는 사실이다. 유교적 가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근대적 법제와 어울리면서 한국인의 일상생활 속으로 깊이 내면화하였다. 20세기에 들어 한국인이 추구한 개인의 실현은 충(忠), 효(孝), 제(悌), 자(慈)와 같은 유교적 가치가 그에 상응하는 인간관계에서 충실히 실현되는 형태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물질적 성공으로 추구되었다.

 

  


▲ 자유경제원이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유주의는 어떻게 경제성장을 가져오는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유호열 고려대 교수, 현진권 원장, 이승훈 교수,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김정식 한국경제학회 회장,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회장.

자유가치와 이념은 21세기 한국인에게 낯선 손님

정부의 조직한 공교육 과정이 추구한 바람직한 인간상은 가족, 이웃, 사회, 민족, 국가, 외국인이라는 집단적 타자에 대해 소여(所與)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관계형(關係形)의 존재였다. 서유럽에서 발생한 원형으로서 근대가 추구한 노동, 자립, 협동, 자유의 가치들이 개인이 그의 평생에 걸쳐 추구할 덕목으로 교육된 적은 없었다. 자유라는 가치와 이념은 21세기 초 지금까지도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낯선 손님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같은 역사적 경과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 글은 이영훈 서울대교수가 자유경제원이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자유주의는 어떻게 경제성장을 가져오는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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