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공무원은 30년 하고, 정권 5년 가는데…조직 못 바꾸면 규제개혁 성공 못한다"

자유경제원 / 2014-04-22 / 조회: 1,483       한국경제
입력: 2014-04-21 21:12:08 / 수정: 2014-04-22 04:04:19

"공무원은 30년 하고, 정권 5년 가는데…조직 못 바꾸면 규제개혁 성공 못한다"


자유경제원 ‘다시 성장담론이 필요하다‘ 정책토론회

정부 주도 규제·제도로는 성장정체 해결 한계

‘세월호‘ 문제의 핵심은 공무원 부족해서가 아닌데
안전매뉴얼 쏟아내고 별도부처 만든다고 또 나설 것
자유경제원이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다시 성장담론이 필요하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제도경제학회장),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자유경제원이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다시 성장담론이 필요하다’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제도경제학회장),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2년과 작년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는 위기였다. ‘자유주의가 양극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성장보다 분배, 경제활성화보다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셌다. 올 들어 정부가 규제개혁으로 방향타를 돌리고 있지만 자유주의식 해법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과연 자유주의는 성장을 멈춰버린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이념적 기반인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자유경제원은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다시 성장담론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제도경제학회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전 한국정치학회장),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등이 머리를 맞댔다.

○자유주의는 한물간 이념인가

이영훈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가 ‘철 지난’ 이념으로 전락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자유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여전히 국가사회주의, 민족사회주의 성향이 짙다”며 “대표적인 게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시장에 대한 개입과 규제를 국가의 도덕적 책무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경제주체를 국가가 보호·육성할 대상으로 보고, 이를 위해 철저하게 대기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초등학교 1~6학년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꿈, 성실, 근면 등 도덕적 가치만 강조할 뿐 자유, 정의 등의 단어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주의의 핵심가치인 신체의 자유, 노동·직업의 신성함, 사유재산의 절대성, 올바른 시장 개념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자유주의·시장경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평등주의에 대응할 자유주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좌승희 교수는 “역사적으로 자유 없이는 경제적 번영은 어렵다는 게 입증됐지만, 한국에선 경제민주화 주장이 먹히고 있다”며 “1% 부유층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공격하는데, 자유주의 진영이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유주의가 경제 번영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적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자신이 남보다 번영할 수 있지만 남보다 뒤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회생 해법, 자유주의에 있다

경제문제 해결에 있어 자유주의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김정식 교수는 “점점 낮아지는 잠재성장률, 한계에 다다른 제조업, 고령화 등이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우리 경제가 몸집은 커졌는데 옷은 옛날 것을 입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공공영역 주도의 규제·제도로는 현재의 성장 정체를 해결할 수 없고, 자유주의적 이념에 기반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기업투자가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금과 노사문제인데, 이는 연금시스템 부재와 높은 생활물가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업에 투자를 늘리라고 하기 전에 민간연금 시스템으로 임금 수준을 낮춘다면 선순환의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익집단의 반발을 넘어 각종 진입장벽을 풀어야 하고, 과도하게 늘어난 공기업 등 공공영역의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진권 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올 들어 경제민주화 대신 규제개혁으로 정책기조를 바꾼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공무원 조직 개혁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은 30년간 자리를 지키고, 정부는 5년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조직 개편을 하지 않고선 그 어떤 정책도 공무원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를 뒤흔든 세월호 사건의 핵심은 공무원이 부족하거나 주무부처가 없어서가 아닌데, 앞으로 공무원들이 안전 관련 매뉴얼을 쏟아내고 별도 부처를 만든다고 나설 것”이라며 “규제개혁은 작은 정부와 맞물려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회장은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지표를 분석해보면 성장률이 떨어지면 사회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며 “성장을 통해 분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지만, 분배를 강화한다고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이 안 되는 건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게 가장 큰 요인인데, 동반성장과 분배 요구가 투자 위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며 “결국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등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유호열 교수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등 남북 통일 논의가 활발하다”며 “그러나 한국 사회가 저성장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면 통일은 고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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