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사내 유보금` 과세, 증시는 `빙그레`

자유경제원 / 2014-07-22 / 조회: 1,825       머니위크

[STOCK] '사내 유보금' 과세, 증시는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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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꺼내들었다. 12년 전 폐지된 정책 부활 예고에 재계는 이중과세에 사유재산 몰수 성격이 짙다며 벌써부터 '신음'이다. 

증시로 고개를 돌려보면 어떨까. 증권가에선 정부의 이번 방침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유보금 과세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이를 위한 배당확대 자체는 한국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와 외국인투자자로의 국부유출 등 유보금 과세 반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괜찮은 것일까. 사내유보금 과세에 따른 한국증시 영향을 분석했다. 
 

 
◆유보금 늘고, 배당 줄고 

"여러 가지 과세나 인센티브로 기업부문의 창출된 소득이 가계부문으로 투자나 배당·임금을 통해 흘러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은 확고했다. 지난 8일 인사청문회 당시 "가계부채와 내수부진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지 않고서는 어렵다"며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등을 늘려 가계 쪽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하겠다"던 발언을 총리 임명 후 재확인한 것이다. 

즉 기업의 곳간을 시중에 풀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뜻인데 해법으로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 사내유보율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사내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이다. 이를 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유보율이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90년 과다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 제도를 도입했으나 실효성 논란과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문제로 지난 2001년 폐지했다. 이후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높아지면서 지난해 11월 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외 12명이 적정한 사내유보금을 초과하는 금액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 의원 등은 "과다한 사내보유는 소득세 회피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고 법인의 투자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적정한 사내유보금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면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건전한 기업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말대로 국내 법인의 사내유보금은 제도 폐지 후 과다하게 증가하면서 정재계의 논란거리가 됐다. 최근 5년 사이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16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올 1분기 말 사내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09년의 271조원에 비해 90.3% 급증했다. 유보율 증가세는 더욱 놀랍다. 같은 기간 986.9%에서 1733.9%로 747%포인트나 올랐다.
 

 
◆상향배당 지속 여부 관건

이처럼 기업 곳간에는 자금이 산처럼 쌓였지만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배당은 늘지 않았다. 지난해 코스피 배당성향은 15.8%로 최근 10년 평균치인 20.0%를 밑돈다. 배당수익률은 1%대로 주변국인 대만 3.0%, 인도 1.5%, 인도네시아 2.6%, 중국 3.5% 등과 비교해 크게 낮다. 

이에 전문가들은 배당 자체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송동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의 실현여부를 떠나 정부가 기업의 투자위축과 유보자금 증가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 기대감을 높여줬다는 측면에서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증시투자자들의 관심은 배당수익률 상승과 (신규)투자 확대로 모아질 것"이라며 "일회적인 배당금 이슈보다 향후 늘어난 배당의 지속 가능성이 높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증권은 "직접적 과세보다는 법인세 감면혜택의 확대를 통한 배당증가를 유도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내부유보율이 높은 기업 중 배당상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한국증시 할인 해소와 장기투자 문화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는 "현금을 쌓아둔 기업 입장에서 상여금 지급, 배당 확대, 투자 확대 등 무엇을 선택하든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 배당성향을 감안하면 향후 배당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기업은 적극적인 투자로, 성숙기업은 효율적인 배당을 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길"이라며 투자자들이 배당 확대를 기업의 투자보다 우위에 놓는 시각을 우려했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 생전의 애플과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배당보다는 투자에 몰두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사내유보금을 M&A 등 전략적 투자에 썼다. 

국부유출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사내유보금이 많은 대기업 대부분은 발행주식 중 외국인 소유지분이 40%대를 넘어 내수 진작보다 국부의 해외유출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해외배당 증가로 외인투자자에게만 이득을 줄 우려가 있다"며 "국내 기업의 높은 외인, 기관 및 대주주 지분율을 고려할 때 배당증가가 일반 개인의 소비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증권사가 뽑은 배당증가 기업은?
 
2기 경제팀의 처방은 배당주 열풍을 불러왔다. 정부 주도로 배당 증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낮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 판도가 바뀔 확률도 높아졌기 때문.

시장에서는 어떤 배당주에 관심을 보일까. 전문가들은 현금유보는 많지만 배당이 낮은 기업에 주목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총자본 비중이 이익(자본)잉여금의 전년대비 증가분보다 높은 곳, 과거 평균 배당성향보다 지난해 배당성향이 낮은 곳으로 잠재적 배당 확대가 가능한 기업을 뽑은 결과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오리온 등 5종목으로 압축됐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와이즈에프엔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업 집단의 내부유보율과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높은 곳,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은 곳 등을 조사해 배당증가 예상기업을 추정한 결과 롯데칠성, 롯데제과,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 롯데쇼핑, SK, 현대중공업, CJ제일제당, 현대모비스, 제일기획, 현대차, SK이노베이션, LG화학, GS홈쇼핑, 현대제철, LG생활건강, 현대위아, LG하우시스, LS, GS, 기아차, 현대건설, LG상사,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단 전문가들은 기업의 내부유보율이 높다고 해서 모두 투자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잉여금을 설비·지분 등에 투자했을 때도 회계상 내부유보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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