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통일 대박` 시작은 북한의 자유시장경제서 출발

자유경제원 / 2014-09-25 / 조회: 2,092       미디어펜
'통일 대박' 시작은 북한의 자유시장경제서 출발북한, 사회주의 체제 고집땐 '참담한 실패'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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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4  1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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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4일 ‘대박 통일’을 위한 과제로 제1차 통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통일의 과제는 탈사회주의이다’라는 전용덕 교수(대구대 무역학과)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광동 원장(나라정책연구원), 김인영 교수(한림대 정치행정학과), 배정호 소장(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최승노 부원장(자유경제원 부원장)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행사는 통일로 향하는 길이 잘못되지 않도록 통일의 목적을 확고히 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다양하지만 특히 강조된 부분은 경제 부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흡수통일이 아닌 북한의 탈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확보와 안정을 목적으로 한 통일이 이뤄줘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의 주제발표 전문

I. 통일의 목표는 탈사회주의

이 연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목적은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desocialization)임을 전제로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리, 원칙, 정책 등을 제안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앞에서 제시한 통일 방안을 토대로 독일 통일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지금 예상되고 있는 통일이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있었던 다른 통일과 다르고 어려운 점은 남한 경제의 지향점과 북한 경제의 지향점이 적어도 명목적이지만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점이 잘 고려되지 않은 채 통일 방안이 작성된다면 그런 방안은 참담한 실패를 예상할 수 있다. 마치 독일 통일의 경우와 같이 말이다.

통일 방안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통일 비용을 예상하고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하는 연구로는 김병연(2014, 2012, 2009), 안예홍․문성민(2009), 이석(2012), 이석기(2012), 이지순(2012), 장형수․김광호(2012), 전홍택(2012), Kim and Roland(2012) 등이 있다. 다른 하나는 독일 통일의 경험을 검토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하는 연구로는 송태수(2010), Maier(2010), Seliger(2010) 등이 있다.

이 두 그룹의 연구는 남한 경제의 지향점과 북한 경제의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거나 통일의 경험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이 불분명하거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세 번째 그룹은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탈사회주의화의 원리와 원칙 등을 제시한 것이다. Hoppe(1991), Rothbard(1992), Herbener(1992) 등이 있다.

우리의 목표가 통일이라면, 통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더 구체적으로, 경제 제도적 측면에서 통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통일의 목표가 통일 그 자체이거나, 지리적으로 단순 병합하는 것이거나, 남한이 북한을 단순히 흡수하는 방식은 통일의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이다. 통일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가 통일의 목표를 이렇게 잘못 설정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제 제도적 측면에서 통일의 목표는 탈사회주의여야 하고 탈사회주의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북한 경제 붕괴의 궁극적 원인은 생산수단들의 집단적인 소유 또는 사회주의화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 결과 미래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탈사회주의화 또는 사유화(privatization)만이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탈사회주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이다. 경제 제도로서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그 존속 기간이 다를 뿐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운영과 경제 환경은 경우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회주의가 붕괴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로서 사회주의가 지속 불가능한 것은 경제 계획에 필요한 ‘경제 계산’(economic calculation)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센티브의 부재, 경쟁의 부재, 하이에크가 말하는 지식의 문제 등으로 사회주의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제스는 사회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사회주의, 즉 모든 경제행위에 대한 정부의 완전한 통제는 실행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국가는 경제계산이라는 경제계획과 설계에 필수불가결한 지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한 중앙계획이라는 바로 그 아이디어가 자기 모순적이다. 생산을 관리하는 사회주의 중앙 위원회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직면하여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 위원회는 검토 중인 프로젝트들이 유익한가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또는 그 프로젝트의 성과가 이용 가능한 수단을 낭비하지 않는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사회주의는 완전한 혼란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경제 계산의 문제를 좀 더 보기로 한다. 인간의 행동은 미래를 향한 것이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하여 인간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경제 계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가격 정보 없이는 경제 계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로 인하여 생산요소들 또는 자본재들 또는 생산수단들을 국유화하면 그런 것들에 관한 가격은 없어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자본재들의 국유화 또는 사회주의화는 그런 자본재들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없애기 때문에 가격 정보가 존재할 수 없다. 가격이라는 정보의 부재로 인한 경제 계산이 불가능하면 자본재의 배분과 이용에 있어서 완전한 경제적 불합리성과 혼란 때문에 사회주의는 실패하게 된다. 요약하면, 사회주의는 경제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붕괴한다.

탈사회주의화를 위해 긴요한 것은 자본재들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나서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로 왜곡된 제도나 부분을 바로잡아 자본재들을 위한 시장의 발달을 돕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탈사회주의화란 어떻게 자유시장경제 또는 자본주의로 전환하는가 하는 것과 함께 사회주의로 왜곡된 북한 경제를 위한 유익한 여러 가지 보조적 수단이나 도구를 제안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북한 경제의 탈사회주의화는 남한 경제에서 사회주의로 된 부문이나 제도도 비록 일부이지만 탈사회주의화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검토할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에 동독 지역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독일은 사유화로 1994년 9월 30일 현재 650억 마르크의 수익을 얻었지만 보조금으로 3500억 마르크를 지불하여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였다(김병연 p. 24). 통일 이후 매년 독일 GDP의 4-5%를 동독 지역의 지원에 사용하고 통일 후 2010년까지 약 1.4-1.5조 유로를 지출했다(Seliger 2010). 이런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현재 서독 지역의 실업률은 6.4%인 반면에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13.1%였다. 2006년 현재 동독 지역의 1인당 GDP는 서독 수준의 67.9%이고 동독 지역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서독 지역의 78.3%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인가?”라는 질문에 통일을 진행하던 시점인 1990년에 긍정적으로 답한 서독인과 동독인의 비중은 각각 54%와 45%였지만 1994년에는 그 비중이 각각 42%와 27%로 감소하여 서독인에 비하여 동독인의 통독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박성조 2010). 이 모든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통일을 위하여 독일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것과 비교하여 동독 지역의 경제성과는 매우 저조할 뿐 아니라 동독인의 통일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독일 통일의 경우에 경제 제도적 관점에서 통일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사회주의 때문에 동독 경제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복지국가 체제가 상당 부분 도입된 서독의 경제 체제를 별다른 의심 없이 이식한 것은 그 점을 증명한다. 만약 독일이 통일의 목표를 탈사회주의로 정했다면 통일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을 뿐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경제적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우리가 독일 통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통일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뿐 아니라 그 목표가 당연히 탈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논의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유시장 원리라는 관점에서 탈사회주의를 실행하는 방법을 다루는 것이다. 자유시장 원리란 자산의 사유화와 계약의 자유(free contract)인데 그런 두 가지 원리를 어떻게 실천할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원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다른 보조적인 원칙도 논의해야 한다. 이 점은 제II절의 전반부에서 다루고자 한다.

둘째,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방법을 고려할 때 두 가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먼저 현재의 남한 경제를 모방하는 방법이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탈사회주의화를 이루는 방식은 크게 나누어 점진적이고 단계적 방식과 급진적이고 일시적인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연 어느 방법이 더 나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통일 방법과 관련한 두 가지 문제는 제II절의 후반부에서 다루고자 한다.

셋째, 경제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했던 독일의 통일 사례는 반면교사로서 연구의 가치가 크다. 제II절에서 제시된 각종 원리와 원칙, 보조 수단, 통일 방법 등에 비추어 독일 통일의 경험을 검토하고 시사점을 유도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독일이 통일에 그토록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동독 지역 경제의 성과가 크게 좋지 않은 이유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 점은 제III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IV절에서는 요약과 결론을 서술한다.

  
▲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56kg급 인상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과 우리측 통일응원단이 북한 엄윤철의 선전을 기원하며 공동 응원을 하고 있다.

II.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리들과 방법들

1.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리들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한 가지 핵심 원리와 그것을 보조하는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가지 핵심 원리란 자산의 사유화를 말하고 보조하는 원칙이란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사유재산 제도와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자본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결국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핵심 원리는 자본주의 또는 자유 시장을 제도화하기 위한 원리라고 하겠다.

(1) 사유화의 원리

탈사회주의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화의 원리(principle of privatization)이다.
사유화하는 방법은 크게 구분하여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국가 소유의 자산을 모든 주민에게 동등하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경매 방식으로서 국가 소유 자산을 민간에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개인에게 보유 기간을 정하여 사용하게 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정부에게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중국의 농지 사유화 방식이다. 네 번째 방법은 홈스테딩 원리(homesteading principle)와 그것을 약간 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가장 효과적일 뿐 아니라 정의의 원칙에 잘 부합하는 네 번째 방법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제III절에서 독일의 경험을 비판할 때 다루고자 한다. 첫 번째 방법과 세 번째 방법은 결코 좋은 원리가 아니기 때문에 검토를 생략한다.

사유화의 원리로서 홈스테딩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산의 원래 소유자(original owner)가 존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자산의 원래 소유자나 그 상속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산은 원래 소유자나 그 상속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물론 이 때 그 자산은 정당한(just) 자산이라야 한다. 즉 원래 소유자나 그 상속자라도 그 자산이 정당하게 획득되지 않으면 자산 소유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 정부가 지주에게서 무상으로 몰수한 자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지주 중에서 상당수는 월남하였기 때문에 그들 또는 그들의 상속자는 현재 남한 주민이다.
물론 현재 일단의 사람이 그 자산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들은 즉각 그 자산을 원래의 소유자나 그 상속자에게 반납해야 한다.

자산의 주인이 없는 경우의 홈스테딩 원리란 그 자산에 노력이나 다른 소유되지 않은 자원을 가한 사람이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 자산의 주인이 없는 경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당초 월남한 남한 주민의 자산이지만 그 자신이나 상속자를 찾을 수 없는 자산과 처음부터 북한 정부나 공공단체 소유의 자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종류의 자산에 속하는 자산이라면 우리는 이제 그런 자산의 사유화에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존 로크(John Locke)가 제안했던 기본 원리라고 하겠다. 그리고 Rothbard(1982)는 로크의 기본 원리를 기초로 가장 완전하고 일관된 재산권 이론을 주장했다. 여기에서 로크의 원리란 “자산의 소유권은 소유되지 않은 토지 또는 다른 자원에 그 사람의 노동을 혼합함으로써 획득된다는 것”이다. 로크의 원리는 결국 소유자가 없는 자산의 경우에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노력을 가했는가 하는 것이 소유권에서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장은 노동자들, 농토는 농부들, 학교는 선생님들, 도로는 도로 청소부들과 도로 건설자들, 오피스 빌딩은 관료들에게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자산을 분배할 때 오직 개인에게 주고 비록 일부이지만 그룹이나 단체로 나누어주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집단에게 자산을 분배하는 방식은 좀 더 분권화된 형태의 신디켈리즘(syndicalism) 또는 사회주의화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적인 예를 들어 홈스테딩 원리를 적용하여 본다. 북한의 해외 수입 부서에서 일하면서 현지에 가서 각종 재화를 수입하는 일을 했던 직원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 수입 부서가 사용하던 시설과 장비 등은 홈스테딩 원리를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수입 부서의 직원이 현지에서 뇌물을 받은 경우이다. 만약 그 뇌물의 원래 소유자가 밝혀지면 그 소유자에게 뇌물을 반납하면 된다. 문제는 원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 그 뇌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그 뇌물에 누군가의 노력이 합쳐졌다면 그 사람(들)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노력이 합쳐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면 수입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 전체에게 공동 분배하는 방법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 방법은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로 자원을 귀속하는 것보다는 탈사회주의라는 목표에 근접한 것이라고 하겠다.

홈스테딩 원리에 입각한 사유화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몰수한 토지에 어떤 구조물을 세운 경우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 몰수 토지의 원래 소유자 또는 그 상속자와 구조물을 만들거나 사용한 사람(들)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두 개인 또는 두 집단이 협상을 하는 길밖에 없다.
 

왜냐하면 경제이론에 의하면 토지와 구조물은 완전히 특정하고도 보완적인 생산요소들로서 생산물의 생산에 공헌한 정도를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협상을 통해 어느 한 쪽이 팔거나 구입하고 토지와 구조물을 합친 것을 홈스테딩 원리에 의거 분배하는 방식을 취하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조물 구축자보다 토지 소유자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협상은 상대적으로 쉽게 타결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둘째, 생산자들이나 자원의 사용자들이 각기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각 생산자나 사용자의 몫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자본집약적 산업에 종사했던 생산자나 사용자가 노동집약적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보다 유리할 것이다. 즉 홈스테딩 원리는 부의 불평등 분배를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홈스테딩 원리에 의거 자연 자원의 소유권을 분배하는 경우에도 부의 불평등 현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홈스테딩 원리에 의한 부의 분배가 소유되지 않는 자연 자원에 대한 홈스테딩 원리에 의한 분배보다 더 불공평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2) 계약의 자유 보장

개인에게 자산이 분배되고 나면 각자의 몫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팔 수 있도록 자산의 거래를 전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산의 소유자가 새롭게 정해지면 자유로운 거래가 철저히 보장되도록 자산의 거래에 어떤 제약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계약의 자유는 사유 재산 제도를 보조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만약 사유 재산 제도는 인정하지만 계약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간섭주의(interventionism)이다.

간섭주의는 장기적으로는 사회주의가 되거나 사회주의와 유사한 결과를 초래한다. 자산을 사유화하지만 정부가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면 탈사회주의화는 실질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그것도 단기에서는 사회주의보다 나은 결과를 초래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계약의 자유의 완전한 보장을 통해 자산의 사유화는 실질적으로 보장된다. 사회주의가 거미줄 같이 얽힌 규제의 복합물이라면 계약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규제를 철저하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계약의 자유를 억제함으로써 사유화가 간섭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2. 기타 원칙

(1) 암시장의 합법화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거래에 대한 많은 제약과 통제가 있다. 그런 제약과 통제는 상당 부문에서 암시장을 발달하게 만든다. 암시장이 된 것은 국가의 통제와 규제 때문이다. 암시장의 합법화는 국가의 통제와 규제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과 거래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탈사회주의화의 원칙과 아주 잘 일치한다.

예를 들어, 지금 북한에서 달러가 암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에 정부는 달러의 거래에 어떤 제약과 통제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남한 화폐와 북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할 때 북한의 달러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의 환율을 이용한다면 두 화폐 간의 실질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 교환비율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환율을 사용하여 남한 화폐와 북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할 때만이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이 점에서 크게 실패했다. 이 점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아래에서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암시장은 정부에 의해 불법으로 선언되었기 때문에 합법적인 시장이 아닌 암시장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유화 과정에서 정부는 암시장을 엄중하게 단속할 것이 아니라 규제 또는 통제를 폐지하고 모든 거래를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2) 작은 정부와 정부 업무의 민영화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모든 일을 규제하고 통제한다. 국가의 영역이 너무 크고 심대한 것이다. 사유화란 결국 그런 국가의 영역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영역을 줄일 때만이 재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게 된다. 국가의 영역을 어디까지 줄일 것인가? 국가가 국방과 치안만을 맡도록 하게 해야 한다는 정치 철학이 자유주의 철학이고 이 때 정부의 크기는 가장 작아진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사회주의 하에서의 정부의 각종 업무를 민영화하여야 한다. 작은 정부에 맞게 각종 세금을 최대한 인하하고 불필요하게 많은 관료도 해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정부가 얼마나 세금을 징수해서 지출할 것인가? 이 점에 대해 세이(Jean-Baptiste Say)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즉 “[공공]재정을 위한 최선의 요강은 가능한 한 적게 지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선의 조세는 언제나 가장 적은 것이다.”
 

(3) 화폐의 통합

최선의 화폐는 상품화폐이다. 최선의 금융제도는 대출은행업과 예금은행업을 구분하고 예금은행업의 경우에 은행이 100% 지급준비금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화폐와 금융 제도를 이렇게 개혁하면 경기변동, 인플레이션, 그로 인한 소득재분배 등과 같은 폐해는 대부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선책은 북한의 경우에 달러의 암시장 가격과 남한의 달러 공식 환율을 이용하여 남한과 북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비율로 모든 화폐를 남한 화폐로 통합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전환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은 문제가 크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뒤에서 보겠지만 남한과 북한이 실질적으로 통합하는 시점에 화폐를 통합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4) 정부 지원은 독이다

사건 또는 사고가 나면 정부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언제나 금전적 지원 또는 비금전적 지원을 한다. 통일이라는 큰 사건에서도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지원이란 남쪽 정부가 남쪽 주민에게 세금을 징수하거나 화폐를 발행하여 북한 주민이나 집단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남한이 북한의 도로 등과 같은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는 경우에 금전적 지원과 비금전적 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통일 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은 약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독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부 지원의 문제점 또는 폐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주의로 북한이 붕괴하게 된 것은 남한 주민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있을 때만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배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 잘못도 없는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에게 지원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둘째, 어떤 정부도 정부는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필연적으로 생산적이지 못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희소한 자원은 언제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지원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정부의 지원은 규제로서 간섭주의의 일종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다. 간섭주의는 장기적으로는 사회주의가 되거나 사회주의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경제 제도임을 앞에서 지적했다.

그런데 북한은 사회주의 때문에 붕괴했는데 사회주의의 변종이라고 할 수 있는 간섭주의를 허용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비록 단기적으로 그런 지원이 긍정적인 영향이 작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넷째, 정부의 지원은 남한 주민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도 남한 주민의 세금이 너무 무겁다는 점에서 통일을 위한 추가적인 세금 부담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앞에서 검토한 점을 통일세에 적용해본다. 정부의 지원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되기 때문에 남한 주민에게 통일세를 징수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부정하지만 민간의 자발적인 자선이나 지원까지도 부인하지 않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북한은 자신의 노력과 남한 주민의 자발적인 자선이나 지원을 토대로 통일 이후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한다.

3. 탈사회주의화 방법들

(1)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

경제 체제 관점에서, 탈사회주의화 과정에서 남한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통일의 과정과 관련이 있다. 통일 과정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남한이 북한을 흡수 또는 합병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남한의 경제 체제를 모방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경제 체제를 탈사회주의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한 경제 체제의 일부를 버리고 북한의 경제 현실에 맞게 다른 내용으로 보충하겠지만 남한 경제 체제의 근간은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남한 경제 체제의 근간을 북한에 이식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탈사회주의화를 앞에서 제시한 원리와 원칙에 입각하여 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은 현재의 남한 경제 체제가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모범 또는 모형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검토할 것이다. 통일 과정이라는 관점에서는, 이 방법은 남한이 북한을 흡수 또는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연후에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에 기초한 북한의 탈사회주의화 과정은 물론 남한의 경제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아래에서 검토할 것이다.

여기에서 검토해야 할 내용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다. 첫 번째 의문은 남한의 경제 체제가 북한이 모방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은 북한의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가 남한의 경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첫 번째 의문을 먼저 풀어보기로 한다.

현재 남한의 경제 체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경제 체제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란 자본주의, 간섭주의, 사회주의를 지칭한다. 간섭주의는 오랜 기간 지속되면 사실상 사회주의와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간섭주의의 폐해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사회주의가 된다. 그러므로 단기와 달리 장기에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가지 경제 체제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각 산업별 또는 부문별로 경제 체제라는 관점에서 구분해 본다. 다만 우리의 의문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체제를 간략히 진단하고자 한다.

건강보험은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강제 징수하여 운영하는 사회주의이다. 여기에 정부는 매년 상당한 액수의 적자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적 의료보험의 대상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사회주의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부터 의료 수가와 약가는 본격적으로 정부에 의해 규제되기 시작했다. 의사와 약국에 대한 간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육과 보육은 정부가 최근 상당한 보조금을 지불함으로써 간섭주의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인구 증대라는 목적과 맞물려 이 부문은 조만간 사회주의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는 무상으로 점심까지 제공한다. 중학교에서도 교육비용은 모두 무료이다. 고등학교는 자립형 사립고를 제외하면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크지 않다. 택지개발에서 입주자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공립인 경우에 학교용지를 현물 납부해야 한다.

대학교는 국공립 대학은 등록금이 매우 저렴하고 최근에는 사립대학에게도 많은 금액이 지원되고 있다. 초등학교는 완전한 사회주의, 중․고등․대학교는 지독한 간섭주의에서 점차 사회주의로 바뀌고 있다.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사교육도 규제할 길을 찾고 있다. 물론 사교육의 일부는 지금도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교육 제도 전체가 사회주의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경제교실 시즌2'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쌀시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년 낭비하고 있는 자원은 얼마인가? 농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농민의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하여 경작지를 휴경하고 있는 면적은 얼마인가?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쌀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를 알 수 없다. 쌀의 가격이 규제됨으로써 정부의 간섭주의가 시행된 역사가 오래이다. 농촌에는 농기계에 사용하는 기름에 대한 보조금도 있다. 절대 농지의 경우는 농민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도 있다. 농산물에 대해서는 각종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적지 않다.

노동에서는 실업자에게는 실업보조금[보험], 고용을 위한 각종 국비 지원금, 청년 인턴제를 위한 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근로장려세제가 있고 강제성 산재보험도 있다. 앞에서 나열한 것들은 복지 제도인데 복지 정책은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최저임금법으로 청년을 포함한 저임 노동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 결과 청년 실업율은 높다. 노동조합은 노동시장 간섭주의의 대표적인 것이다. 그 결과 백수 4백만이라는 비공식 통계가 오래 전에 발표되었다. 요약하면, 노동 시장은 간섭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형태이다. 

복지제도는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앞에서 지적했다. 앞에서 지적한 것을 제외하고 우리가 지금 실시하고 있는 복지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 노령연금을 포함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주택연금 등이 있다. 저소득자에게는 각종 교육비 보조금, 각종 교통비 보조금, 각종 주택 보조금, 각종 통신비 보조금, 각종 전기 사용료 보조금, 각종 수도요금 보조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조금이 있다.

정부에 의한 환율의 통제는 수출업자들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수입업자와 잠재 수입업자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 결과 수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환율을 통제하지 않을 때와 비교하여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환율의 통제는 소비자로부터 수출업자로 소득을 이전하게 만들고 있다. 수입이 금지된 일부 품목의 경우에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면 이윤이 작지 않다. 그 결과 상당수 수입업자나 판매업자는 제품의 품질을 속이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은 불필요하게 경찰과 수사 인력을 증대하게 만든다. 환율의 통제, 관세 또는 비관세에 의한 무역의 제한 등은 국제 거래에 가해진 간섭주의의 전형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많은 민간 은행이 사실상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다. 정부가 다수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그들 금융 기관들에서 정부의 지분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민간 은행들이 사회주의인 것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민간 금융기관들의 대출 금리는 규제되고 있다. 예금에서 일정한 액수의 지급준비금(reserve)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험을 강제로 가입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앞에서 나열한 규제 이외에도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규제는 작지 않다. 즉 금융 부문에도 간섭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경제위기와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현재는 약 200조 원 수준이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부채일 뿐이다.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없다. 공기업의 부채는 그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 10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는 양도세 등과 같은 각종 세금 제도가 부동산의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건폐율, 용적률, 동간 거리 확보 등과 같은 규제도 적지 않다. 부동산 거래에도 간섭주의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하철 공사를 포함한 수 많은 공사는 사회주의이다. 공기업의 수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공기업의 부채도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버스는 준공영제로서 버스 교통 체제의 일부가 사회주의이다. 버스, 지하철, 철도, 전기, 수도, 가스, 항공, 선박 운임 등과 같은 재화에 대한 가격 규제는 간섭주의이다.

앞에서 열거한 규제나 사회주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규제와 사회주의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그것들을 나열한 것은 간섭주의와 사회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근간이 북한이 모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님을 보이는 것이다.
 

요약하면, 북한은 앞에서 제시한 탈사회주의 원리를 기초로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를 실행해야 한다. 그 길만이 탈사회주의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북한의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는 남한에게 통일세를 부담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없앨 것이다. 남한은 통일세를 부담해야 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통일세로 남한 경제에 대한 부담을 없앨 수 있다.

이제 두 번째 질문, 즉 북한이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를 한다면 남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미리 강조해야 할 것은 북한이 탈사회주의화를 ‘적당히’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탈사회주의화를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 경우에 북한의 경제는 초기에 약간의 혼란과 부진한 성과를 거두겠지만 그 기간을 지나고 나면 아주 빠른 경제성장과 실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역동적인 경제성장은 남한에 있는 영구적인 실업자, 반영구적인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북한으로의 이주를 초래할 것이다. 역동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자본의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남한 자본의 이동도 초래할 것이다. 물론 기술은 자본과 함께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동은 남한 경제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그 결과 두 나라 경제의 격차는 빠르게 없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남한이 자신의 경제 체제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사회주의를 탈사회주의화하게 될 것이다. 남한 경제의 탈사회주의화는 북한 경제의 탈사회주의화와 정비례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요약하면, 남한 경제 체제는 북한이 모방해야 할 모범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북한은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를 추진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빠르고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남한의 노동, 자본, 기술 등이 북한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탈사회주의화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에 자극받아 장기적으로는 남한이 자신의 경제 체제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사회주의를 탈사회주의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나라가 탈사회주의화를 크게 이루고 난 뒤에 이루어지는 통일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2) 급진적이고 일시적인 탈사회주의화 

탈사회주의화 방법에 대한 두 번째 의문은 탈사회주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실시하는 시기와 정도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제도와 정책을 ‘즉각적이고 일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도와 정책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두 방법을 검토하기 전에 결론부터 내린다면 첫 번째 방법이 두 번째 방법보다 훨씬 좋은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점진적이고 단계별로 실천하는 탈사회주의화는 탈사회주의화라를 무한정 지연시키게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거대한 사회주의 관료가 탈사회주의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탈사회주의화 과정에서 패자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때문이다.

둘째, 자유 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만의 탈사회주의화는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시장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대중이 그렇게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탈사회주의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시장이 원래 하나이기 때문이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주장하듯이 시장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시장을 계획할 수 없다는 점이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실천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거래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형성되는 네트워크가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을 사전에 계획할 수 없다.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실천도 계획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은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실천이 일정 부분 시장과 같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모든 제도와 정책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그 실행은 즉각적이고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 방법만이 탈사회주의화를 중도에 포기하고 적당한 혼합경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에르하르트가 1948년 6월 24일에 서독을 통제 경제에서 즉각적으로 탈사회주의화하여 성공한 경험은 훌륭한 역사적 사례이다. 적당한 혼합경제를 채택한 독일 통일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자세히 검토하고자 한다.

4. 탈사회주의화의 결과

앞에서 서술한 원리들과 원칙들에 기초한 탈사회주의화가 초래할 결과를 예상해본다. 첫째, 사유화로 북한 주민 모두의 부(wealth)가 증가할 것이다. 이 부의 실제 크기는 인구 수와 분배되는 토지를 포함한 실물 자산의 가치에 달려있다. 이 부는 탈사회주의화 이후에 창업 자금 등으로 사용 가능할 것이다. 북한 주민의 부의 증대는 두 나라 화폐의 교환비율을 조작하여 동독 주민의 부를 증가시키고자 했던 독일의 경우보다도 문제가 훨씬 적을 뿐 아니라 정당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원래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자산을 제외한 공동 소유 자산을 그 기여자가 공동으로 나누어 갖는 것은 홈스테딩 원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너무나 정의로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재 시장이 생겨나기 때문에 자본재들에 대한 가격들이 이용 가능해진다. 자본재들의 가격에 대한 정보는 경제 계산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 경제 계산은 기업가들에게는 이윤과 손실을 계산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 기업가들의 창업을 자극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사회주의 사회에서와 다르게 각 기업가는 창업의 결과, 즉 이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가들은 자본재들의 사용에 있어서 합리적이 됨으로써 자본재들의 가치와 자신들의 노력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재들의 합리적인 사용과 함께 창업의 자극은 빠른 경제성장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 모든 가격 통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재화와 서비스의 부족을 거의 즉각적으로 없앨 것이다. 왜냐하면 가격 통제의 폐지로 재화들의 생산과 수입이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품질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난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품질의 재화가 대량으로 생산되거나 수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통일 초기에 실업은 상당히 증가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감소할 것이다. 노동조합도 없고, 실업 보험 등과 같은 각종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가 없기 때문에 임금이 충분히 유연하기 때문이다. 통일 초기에 임금은 매우 낮지만 북한 내부에서 기업가의 창업과 북한 외부의 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임금도 그와 비례하여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사유화로 인한 북한 주민의 일시적인 부의 증가와 빠른 경제성장은 북한 주민의 남한으로의 이주를 억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초기의 혼란기를 지나고 나면 인력을 포함한 많은 자원의 남한에서 북한으로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다.

다섯째, 사유화로 인한 북한 지역에서의 부의 일시적인 증대와 빠른 경제성장은 남한이 통일세를 부담해야 할 필요를 없앨 것이다. 북한의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원은 빠른 경제성장에 자극받아 자연스럽게 남한과 전 세계로부터 빠르게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은 앞에서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 원칙과 일치한다. 무거운 통일세 때문에 통일을 반대하는 남한 주민의 반대도 전혀 없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여섯째, 경제성장으로 인한 문화 융성, 인구의 증가, 영양 상태의 개선, 평균 수명의 증가 등을 초래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자유도 증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의 삶의 만족도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열거하지 않은 다른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예상한 모든 일은 탈사회주의화를 얼마나 철저하게 실행하고 보장하느냐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만약 사유화와 계약의 자유를 미온적으로 실행한다면 앞에서 예상한 것과는 반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 일본, 국내 일부 전문가들이 앞에서 예상한 것과 반대 예상을 하는 것은 그들이 사유화와 계약의 자유 보장에 대하여 특별한 원리나 원칙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독일 통일 경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다. 

III. 독일 통일에 대한 검토

먼저 독일의 주요 통일 일정을 보면 1990년 7월 2일에 통일이 공식 선언되고 통일 원칙의 개요가 발표되었다. 1990년 10월 2일에 모든 독일인의 선거에 의해 통일이 인준되었고 그에 따라 1990년 10월 3일에 통일 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절에서는 독일 통일 과정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평가하고자 한다. 평가의 기준은 제II절에서 제시한 통일의 원리, 원칙, 정책 등이다. 그 기준을 잣대로 독일 통일 과정을 경제통합의 기본원칙, 성공한 제도와 정책, 실패한 제도와 정책 등으로 구분하여 서술한다. 

1. 경제통합의 기본원칙에 대한 평가

동서독 경제통합의 기본원칙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wirtschaft)
체제에 의한 경제통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통일 독일의 지향점이 자유시장경제 또는 시장경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주제를 여기에서 다룰 것이다. 둘째, 서독 마르크화를 통일 독일의 법화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통화 발행과 관련한 사항은 실패한 제도이기 때문에 아래 절에서 다룬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 경제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경제의 개혁을 주도했던 Erhard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으로 독일 경제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개혁의 초기에는 자유시장 개혁(free-market reforms)이 중심이 되었다. 그는 거의 모든 가격과 임금에 대한 국가 통제를 폐지했다. 그리고 거의 완전한 이동의 자유, 거래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허용했다. 그 결과 사유 재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권리가 매우 크게 확장되었다. 한 마디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줄이고 자유시장의 영역을 확장하는 개혁을 실행한 것이다.

에르하르트의 초기 자유시장 개혁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경제학자들과 독일 대중의 지배적인 의견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 점에서 그의 개혁은 매우 급진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비록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옳은 방향이었다는 것은 그 이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서독 경제의 극적인 성장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순수한 자유시장 개혁이 아니었음도 또한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서독 경제의 지향점은 사회적 시장경제였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간섭주의의 변종이다. Mises(1996, pp. 723-724)는 간섭주의의 변종이 종국에는 복지국가 사회주의(welfare state socialism)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런 경고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자 현실로 나타났다.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미제스의 경고를 인용해 본다. “간섭주의 학설의 주장자들은 그들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기업 활동, 시장 교환 등의 폐지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반복한다. 간섭주의의 가장 최근의 변종인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지지자들은 그들이 시장경제를 사회의 경제조직으로서 가장 가능성 있고 가장 바람직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전권을 행사하는 사회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을 또한 강조한다.

그러나 물론 이러한 중도 정책의 옹호자들은 자유무역주의나 자유방임적 자유주의도 거부한다고 힘차게 강조한다. ‘경제적 힘들의 자유로운 역할 수행’이 ‘사회적으로’ 소망스럽지 않게 보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언제 어디서나 국가가 시장현상에 간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 주장을 하면서 그들은, 모든 개별 경우에 일정한 경제현상이 ‘사회적’ 관점에서 비난받을 만한 것인가, 그 결과 시장의 상태가 정부의 특별한 간섭 행동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 결정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 정부라는 점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들 간섭주의 옹호자들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그래서 모든 경제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완전한 지배권 수립을 의미하고, 궁극적으로는 소위 독일식 혹은 힌덴부르크식 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는 상태를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일정한 경제적 조건이 간섭을 정당화하고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정부의 관할권 안에 있다면, 어떤 영역도 시장에 남겨지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상품이, 얼마나, 어떤 품질로, 누구에 의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어야 하는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다. 왜냐하면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경제의 운용 결과가 당국이 ‘사회적으로’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라지는 순간, 정부가 간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부가 원하는 기능을 정확히 수행하는 한에서만, 시장이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국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수행하는 것은 자유로우며, 당국이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수행하는 것은 자유롭지 않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결정은 정부에게 달려 있다. 따라서 간섭주의의 학설이나 실천은 궁극적으로는 원래 철저한 사회주의와 구별되었던 특징들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고, 전적으로 전체주의적인 전방위 계획화의 원리를 채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면 미제스의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서독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보기로 한다. 교육, 철도를 포함한 교통, 통신, 도로, 하천과 호수, 우정, 항공, 방송과 텔레비전 등이 국유화되었다. 군대는 징집제가 되었다. 비스마르크 시대의 강제 국민연금제가 부활되었다. 주택과 농업이 시장의 경쟁에서 제외되었다. 석탄을 포함한 광업, 철강, 조선, 섬유 산업 등이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1951년과 1952년에 노동자를 보호하는 다수의 법률이 통과되었다.

여기에는 실업보조금의 제공과 노사협상을 강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자유경쟁을 억제하는 반카르텔법이 제정되었다. 서독 정부는 산업을 보호하고 복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세금과 지폐의 발행을 지속적으로 증대시켰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은 1960년에 9%에서 1966년에 2%, 1967년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1967년은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가 비준된 1949년으로부터 2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서독 경제 체제 중에서 간섭주의적 요소들-이 요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사회주의가 되었는데-이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1969-1982년 기간에 복지국가를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정치적으로는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의 시대였다.
 

이 때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법안들이 다수 통과되었다. 세금과 연금이 크게 증대되었다. 적자 재정은 1970년에 570억 마르크, 1980년에 2,320억 마르크, 1989년에 5,030억 마르크로 폭증했다. 이와 함께 케인스 추종자들은 정부지출을 1960년 GNP의 약 30%에서 1980년대 초 50% 이상으로 크게 확대했다. 그 결과 2% 이하의 실업률에서 1980년대는 8%대로 크게 상승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자유시장 개혁을 추진했던 시점으로부터 대략 40년 지난 1980년대 중반의 서독은 복지 사회주의(welfare socialism)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었다. 그 결과 경제성과는 매우 저조했다.

연도별 평균 성장률과 평균 실업률이 <표 1>에 나와 있다. 통일 이전까지 평균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평균 실업률은 1960년대 후반을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80년대의 평균 실업률은 8%대까지 상승했다. 이런 결과는 앞에서 서술했듯이 서독이 복지 사회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에도 평균 성장률은 매우 낮았고 평균 실업률은 통일 이전보다 높았다. 통일 이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고자 한다.

  
▲ 자료: 민경국(2007), 『한국경제, 지유주의에서 탈출구를 찾아라』, FKI 미디어, 197쪽에서 재인용, 주: 원자료는 독일통계청, 통계연감.

앞에서 서술한 경제사는 매우 간략한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서독과 달리 통일 무렵의 서독 경제 체제는 이미 미제스가 예언한대로 복지국가 사회주의였다. 이렇게 된 것은 에르하르트가 서독 경제의 지향점을 사회적 시장경제로 결정했을 때 이미 그 지향점에 안에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통일 무렵 서독의 경제 체제는 완전한 사회주의 체제였던 동독보다는 여전히 우월한 것이었지만 크게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만약 서독의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를 동독 경제 체제의 지향점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동독 경제를 일부는 탈사회주의화하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서독식 사회주의를 다시 이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동독 경제를 어느 정도 역동적이게 만들겠지만 그 역동성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래 지속되지도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점은 앞에서 보았듯이 동독 지역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로 입증된다. 게다가, 오랫동안 평등주의적 사고에 익숙했던 동독인의 행동이 경쟁, 효율 등의 경제 운영 방식에 적응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래에서 보겠지만 동독 지역의 사유화가 엄청났지만 동독 지역의 경찰, 사법부, 교통, 통신, 교육 등은 사유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부문들에서 사유화의 정도가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보다 매우 낮아서 통일 독일의 정부의 크기를 증대시키게 되었다.

앞에서 지적한 논리에 비추어 보면 김병연(2014, p. 25)이 “독일의 경험은 흡수국이 피흡수국, 또는 체제전환국의 자생적 회복과 경제성장을 돕는 방식의 지원은 약이 되는 반면 흡수국의 제도를 단기간에 이식하려는 노력, 소비위주의 대규모 재정지원은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부분적으로 틀렸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주장은 서독의 체제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결론적으로,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동서독 경제통합의 기본 원칙을 사회적 시장경제로 채택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동독 경제가 붕괴한 것이 사회주의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통합의 기본 원칙을 사회적 시장경제로 채택한 것은 목표를 잘못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목표는 통일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동안의 동독 지역의 경제성과도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

2. 성공한 제도와 정책

첫째, 사유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탈사회주의를 위한 근간은 사유화이다. 독일은 1990년 6월 17일 “국유자산의 사유화 및 재조정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신탁관리청(Treuhandanstalt, 이하 신탁청)을 설립하였다. 신탁청은 동독의 기업과 토지를 사유화하는 작업을 전담하는 기관이다. 신탁청은 사유화의 원칙으로 원상회복(restitution)과 현금매각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채택하였다.

두 가지 사유화 원칙 중에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원상회복 방식이다. 원상회복이란 국유 자산의 원래의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반환하는 방식을 말한다. 자산의 원래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회복시켜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앞에서 언급한 사유화 원칙에도 잘 맞는 것이다. 원상회복 방식의 사유화는 소유권 분쟁을 촉발했고 그 결과 자산 소유권에 대한 불확실성 증폭은 투자를 제약했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효율성이 정당성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원상회복 방식의 사유화는 불법 자산은 불법일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하겠다. 김병연(2014, p. 25)은 “원소유주에게 자산을 반환하는 원상회복 방식의 사유화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초래하여 사유화 자체를 방해하고 투자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함으로써 원상회복 방식의 사유화를 암묵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당한 소유자가 그 권리를 회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산의 권리에 대한 정당성 여부는 효율성과 같은 경제적 관점 이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통일 방식의 첫 번째 요소와 관련된 것이다. 독일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급진적 통일 방식을 채택했다. 앞 절에서 지적했듯이 급진적 통일 방식이 점진적 통일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 이유가 무엇이든 급진적 통일 방식은 성공한 정책이라고 하겠다. 독일 통일 비용이 과도한 이유는 사회주의적 정책과 제도 때문이다. 급진적 통일 방식이 과도한 통일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김병연(2014, p. 25)의 지적은 틀린 것이다.

3. 실패한 제도와 정책

첫째, 매각 방식에 의한 사유화가 초래할 문제점과 관련한 것이다. 앞 절에서 신탁청은 사유화의 두 번째 방법으로 현금매각 방식을 채택했음을 알았다. 이 방식은 주로 동독 기업의 매각에 동원된 방식이다. 이 매각 방식은 내부 경영자에게 매각(Management-Buy-Out)하는 방식과 비공식적 협상에 의거 기업을 매각하는 비공식적 매각(Informal Sales)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국가가 개인이나 집단에게 기업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공식적 매각이 내부 경영자에게 매각하는 방식보다 더 나빴다. 왜냐하면 비공식적 매각의 경우에 그 대상이 대규모 기업인 경우에 매각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분할하여 매각함으로써 매각 기업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리고 매각된 기업도 통일 이후에 생산성이 낮아서 엄청나게 고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주의 시기의 은행 채무를 삭감해줌으로써 기업 매각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 방법은 앞 절에서 사유화의 두 번째 방법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독일이 사유화를 위하여 채택한 이 방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가 실질적으로 모든 자산을 소유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은 그런 자산을 구매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은 독일 통일 초기에 일어났던 일로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94년 9월 30일 현재 기업 매각 수익은 650억 마르크-초기 기대의 10분의 1 수준임-였지만 보조금으로 3500억 마르크를 지불함으로써 사유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급된 보조금이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매각에 있어서 개인이나 집단의 구매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협상 가격이 낮게 책정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둘째, 정부가 자산의 매각으로부터 얻는 수익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탈사회주의화를 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국가가 생산수단인 자본재들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유 자산 매각 방법은 이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셋째, 매각에 있어서 구매자를 동독인으로 제한하거나 서독인을 제외하는 규제를 가함으로써 매각 자산의 가격을 최대로 받는 데 실패하게 했다.

통일 과정에서 원상회복 방법보다는 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 중요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기업을 매각함에 있어서 문제가 많은 사유화 방법을 채택함으로써 많은 비용만 쓰고 실패했다. 매각 보조금을 제외한 매각 수익이 음(陰)이 된 사실이 이 점을 증명한다. 독일 정부의 사유화의 실패는 앞에서 필자가 제시한 사유화 원리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필자가 제시한 사유화 방법은 동독의 모든 주민에게 일정한 부를 분배해주기 때문이다.

  
▲ 통일부, 국민대통합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EBS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국순회 청춘 토크콘서트 ‘통일드림'이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둘째, 동독인들에게 대규모 정부 지원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은 여러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란 간섭주의의 일종으로 변형된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먼저 서독식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동독 지역은 동독인에게 서독 마르크로 퇴직연금을 지불했다. 그런데 그 수준은 통일 당시의 서독 수준으로 크게 인상한 것이었다.

당초 동독 지역의 퇴직연금은 1989년 11월 이전의 환율인 5:1의 교환비율로 환산할 때 서독 지역 퇴직연금의 약 15분의 1의 수준이었다. 한 마디로, 통일로 동독인들은 퇴직연금에 있어서 통일 이전에 비래 15배가 인상되었다. 물론 이 인상은 정부의 세금으로 충당되었다. 동독 지역의 임금도 서독 지역의 임금 수준의 1/2 수준까지 인상했다. 임금에 관한 한, 서독 화폐와 동독 화폐의 전환 비율을 1:1로 정했기 때문이다. 동독 지역에 실업 보조금 제도와 실업 보험금 제도를 즉각적으로 도입했다.

서독의 노동조합 조직이 동독을 장악했고 노동조합 제도가 동독에 정착되었다. 최저임금제도 도입했다. 월세(rents)가 1:1 전환비율로 전환되었고 정부가 월세를 강력하게 통제했다. 이제 주택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공공 주택을 대규모로 건축했다. 동독인이 가진 모든 채무는 서독 마르크로 표시하면서 반 값으로 절하되었다. 한 마디로, 대규모 정부 지원이 여러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들 지원은 모두 여러 갈래로 소득재분배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셋째, 화폐개혁의 실패를 들 수 있다.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의 암시장 환율은 1989년 10월에 9:1이었고 1990년 1월에는 7:1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4,000마르크까지는 두 화폐의 교환비율을 1:1로 하고 그 이상은 2:1로 했다. 임금과 연금에 대해서는 1:1의 전환비율을, 기업부채 등은 2:1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현실을 무시한 이러한 교환비율과 전환비율이 결정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동독 정부가 경제나 생산성에 관한 기초자료를 철저히 왜곡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왜곡은 서독 재무부, 분데스방크, 여러 경제 연구소 등이 교환비율과 전환비율을 잘못 추정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동독민의 서독으로의 대량 이주를 우려한 정치권이 전문가들의 제안보다 더 비현실적인 교환비율과 전환비율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이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사회주의화를 통일의 목표로 결정했다면 초기에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있었겠지만 대량 이주는 염려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앞 절에서 암시장은 그 자체를 합법화할 것을 지적했다. 암시장을 합법화한다면 통화 통합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통화 통합을 하더라도 교환비율은 암시장 환율을 반영하는 것이 라야 했다. 그러나 과도한 교환비율 또는 전환비율은 설정한 목적과 관계없이 경제에 각종 폐해를 미치게 된다. 가장 중요한 폐해는 소득재분배이다. 소득재분배는 두 단계로 일어난다. 첫째, 서독 주민으로부터 독일 정부로 소득재분배가 일어난다. 과도한 교환비율 또는 전환비율은 정부가 사실상 통화 공급을 증대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둘째, 서독 주민에게서 동독 주민으로 소득재분배가 일어난다. 통화량 증대는 통화량 증대 후기에 화폐를 받는 사람, 즉 서독 주민으로부터 초기에 화폐를 받는 사람, 즉 동독 주민에게로 소득재분배가 일어난다.

통화증발로 일반적인 물가상승은 목격되지 않았다. 동독 통화량이 전체 통화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일 뿐 아니라 서독 기업들이 재고를 즉각적으로 동독으로 이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목격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통화증발이 인플레이션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미하지만 물가상승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점은 추후의 연구 과제이다.

현실을 무시한 전환비율은 노동자 1인당 평균임금을 급격하게 증가하게 만들었다. 1990년 상반기 중에 노동자 1인당 평균 임금은 23% 상승했고, 3·4분기 중에 다시 15.8% 상승했다.
경쟁력이 없는 동독기업에게 평균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설상가상으로 동독기업의 경쟁력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동독의 거의 전 기업이 도산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넷째, 통일 방식의 두 번째 요소와 관련된 것이다. 만약 서독이 자유시장 경제로서 동독이 모방할 가치가 충분하다면 서독의 흡수 통일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통일 무렵의 서독은 복지국가로서 체제 관점에서 동독이 모방해야할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동서독은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의 길로 나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통일을 함으로써 사실상 동독을 탈사회주의화한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를 적당히 혼합한 시장경제로 전환했다. 체제 전환에 상당 부분 실패한 것이다.

요약하면, 앞에서 실패한 제도 또는 정책으로 제시한 것은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회주의적인 것이다. 사회주의적인 것 때문에 높은 실업, 경제의 정체, 사회보장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 인상, 대규모 공공지출로 인한 정부 부채의 증가 등과 같은 폐해가 통일된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IV. 요약과 결론

통일 비용과 통일 이후의 경제성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크게 세 가지에 달려있다. 첫 번째는 통일의 목표를 정하느냐 그리고 만약 통일의 목표를 정한다면 무엇으로 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최선은 통일의 목표를 탈사회주의로 결정하는 것이다. 탈사회주의화는 통일 비용과 통일 이후의 경제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통일을 위하여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의 독자적인 탈사회주의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는 방법은 많은 통일 비용과 통일 이후의 경제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만약 남한의 사회주의 또는 간섭주의 제도나 정책을 북한에 이식한다면 북한 경제의 성과는 매우 지지부진할 공산이 크다. 물론 그 경우에도 자본주의 제도나 정책 또는 덜 간섭적인 제도나 정책이 있을 것이고 그 부문만은 일정 기간 동안 경제성과가 상당히 두드러질 것이다.

세 번째는 통일의 속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급진적인 통일 방식만이 북한과 남한의 통일에 대한 저항을 비교적 덜 받고 통일을 위한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단계적 통일 방안은 반통일 세력의 저항으로 개혁을 완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단계적 통일 방안은 탈사회주의화를 적당히 추진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동독 지역의 경제성과가 아직도 여전히 부진한 것은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처음 두 가지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독일 통일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연구나 분석은 없다.

통일 과정에 관련했던 독일 정치가들이나 통일을 연구하는 독일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우리에게 전수해줄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이 구체적 정책, 예를 들어 자산 매각 정책의 편익과 비용을 대비하여 보여줌으로써 그 정책의 경험을 타인에게 전수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의 목표, 사유화를 위한 원리, 방법 등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전수해 줄 것이 없다. 그들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거나 큰 잘못을 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독일 통일 경험은 역사적 경험인데 역사적 경험을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이론을 이용할 때만이 그 해석 또는 이해가 정확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일 통일 관련 전문가들은 잘못된 이론을 이용함으로써 역사적 경험의 해석 또는 이해가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역사가로서 그들은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로서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임무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일의 목표를 탈사회주의로 결정하면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북한만의 헌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헌법은 제II절에 제시한 내용을 기초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탈사회주의는 북한 지역 경제성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그런 빠른 경제성장은 도로의 건설과 같은 국가 건설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탈사회주의화는 남한의 통일 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그리고 남한의 탈사회주의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하게 됨으로써 남한 경제의 성과를 개선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탈사회주의화를 어느 정도 추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남북한 모두에게 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북한의 철저한 탈사회주의화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통일에서 탈사회주의화와 관련된 것이다. 통일은 탈사회주의화와 관련되지 않은 것도 있다. 남한 지역과 북한 지역의 통합인 통일은 큰 시장(big market)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통일 이전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향유하는 이점을 가질 뿐 아니라 분업이 증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큰 시장은 경제성장을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통일은 남한과 북한이 내부에서 자유무역을 하는 것과 같다. 남한과 북한의 자유무역은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보다 거래비용이 적게 들 가능성이 크다. 두 지역 사람들의 이념적 차이로 인한 거래비용은 통일 초기에는 작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에 의해 그렇게 염려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주지하듯이 자유무역은 경제성장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무역정책은 다른 어떤 경제 정책보다도 경제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다. 남북한의 통일은 두 지역에게는 자유무역 국가가 하나씩 생겨나는 것과 다름없다. 즉 통일은 ‘역내 자유무역’(internal free trade)의 지역적 확대를 의미한다.

올슨(2014, 제2장)은 다수 국가가 역내 자유무역의 확대 또는 지역통합을 이룸으로써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 국가란 1871-1918년 기간의 독일 제2제국(the Second Reich), 메이지 유신으로 인한 일본 내 지역 통합과 강압적인 무역 자유화, 19세기에 일어났던 미국의 주들 간의 관세 철폐와 지역통합(지역 팽창), 17세기 네덜란드의 지역통합, 영국의 지역통합(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지역을 통합) 등이다. 이들 국가는 지역 통합으로 역내 자유무역 지대가 만들어지면서 빠른 경제성장이 이어졌다. 물론 일본은 당시 서구 열강의 압력으로 대외 무역도 크게 자유화하였다.

한 마디로, 통일의 경제성과는 통일로 만들어지는 역내 자유무역 지역의 확대로 인한 경제적 이점과 탈사회주의화로 인한 경제성과를 합산한 것이 될 것이다. 통일이 소위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더 엄밀하게는 통일을 대박으로 만드는 것은 탈사회주의화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24일 개최한 <'통일 대박'을 위한 과제>라는 정책세미나에서 전용덕 대구대 교수가 주제발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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