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국회의원 甲질

자유경제원 / 2014-10-06 / 조회: 1,851       경남매일
국회의원 甲질
2014년 10월 05일 (일)박재근 기자  jkpark@kndaily.com
  
▲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웃으면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는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의 분비가 촉진된다. 그중에서도 ‘웃음 호르몬’으로 불리는 엔도르핀은 모르핀의 300배에 해당하는 진통 효과를 발휘한다. 이 같은 사실에 근거, 아픈 사람이 15분 웃은 뒤 두 시간 동안 통증을 못 느꼈다고 영국 옥스퍼드 의과대학은 밝혔다. 또 아이들은 하루에 400~500번 웃고, 장년은 하루 15~20번 웃는다고 한다. 웃음이 줄어든 만큼 노화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웃으면 복이 온다지만 스트레스만 주는 국회 때문에 국민들은 열 받는다. 세비 인상을 두고 “벼룩도 낯짝이 있다. 무슨 낯으로 세비를 올리려 해” 등 혹여 국민들의 입맛에 맞게 입바른 말을 해대는 경우도 있다. 또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면서도 ‘정치를 X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유체이탈 화법은 그 자신은 물론, 국회의원 모두의 신뢰만 훼손할 뿐이다. 

 그들의 목소리에도 별무효과였다는 것이 지난 예에서 드러났기에 하는 말이다. 또 화두인 공무원 연금이 혈세의 블랙홀로 개혁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물론, 적자구조에도 혈세 지원,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 등 개혁의 필요성은 시급하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정작 국회의원 그들이 법을 제정, 땡전 한 푼 납입하지도 않고도 연금을 받는 집단이 무슨 낯으로 공무원연금에 대해 칼질을 해대겠다 것인가. 

 국회의원, 그들이 먼저 연금을 내려놓고 공무원 연금 개혁에 나서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의 눈길은 차갑다. 입법기관이래도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한 일이 있다. 국회의원이 된 것만으로 연금을 받겠다는 발상 자체가 일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도 돈만 챙기려는 것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고 여야가 없고 진보와 보수도 없었다. 

 여야는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앞다투듯 연금을 내려놓고 세비 30% 삭감 등 특권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핑계로 조잘대는 게 정말 밉상이고 여야 모두 ‘혁신위원회’라는 것을 가동, 개혁에 나섰지만 기대를 저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기대난이다. 

 국회는 몸과 마음이 늘고 병들어 생기를 잃는 만큼 웃음도 줄어든다는 것에서 웃음은 못 줄망정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집단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훼손당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합리적 대안으로 즉각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란 것이다. 웃음은 사람의 마음을 표정 변화나 소리로 나타내는 방식의 하나로 너털웃음, 헛웃음, 쓴웃음, 코웃음, 비웃음 등 우리말에는 관련 어휘가 많다. 

 웃음의 소리가 없고 은근하게 짓는 ‘미소(微笑)’, 떠들썩한 ‘홍소(哄笑)’, 크게 웃는 웃음은 ‘대소(大笑)’다. 크고 갑작스럽게 웃는 ‘폭소(爆笑)’, 표정 변화와 소리가 아울러 크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파안대소(破顔大笑)’등 그만큼 좋은 게 웃음이고 웃음이 보약이다. 하지만 ‘조소(嘲笑)’ㆍ‘비소(誹笑)’ㆍ‘냉소(冷笑)’스트레스만 주는 사나운 웃음 등 한자 표현도 다양하다. 

 5개월 동안 법안 처리 0건의 ‘불임국회, 식물 국회’를 만든 것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반성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세비를 3.8%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소식에는 스트레스만 주는 냉소 등 싸늘한 헛웃음을 지을 뿐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은 폭으로 인상하는 세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 확정될 경우,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세비는 1억 4천320만 원으로 올해보다 524만 원 오른다. 국회의원 1년 세비는 우리 국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인 2천450만 원의 5.6배에 이른다. 자유경제원은 이 비율은 GDP의 2∼3배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3.5배, 영국은 2.8배, 프랑스는 2.64배다. 즉, 선진국 수준에 준하는 한국의 의원 세비는 7천만∼8천만 원으로 족하다는 것이다. 

 높은 세비에도 국정수행은 뒷전이고 여야는 싸움질이 잦지만 각종 특권의 슈퍼 갑(甲)질은 한 통속이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된 뒤 ‘(국회가) 밥값을 한 것 같아 다행’이란 것은 국민 생각과는 한참 동떨어졌고 크게 웃는 모습은 해학이기에 앞서 꼴불견이다.

 또 국감은 무더기 소환의 갑(甲)질로 호통칠 게 뻔하다. 3대 코미디 페스티벌인 멜버른코미디페스티벌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 몬트리올페스티벌 못지않은 게 한국 국회란 지적이 새삼스럽지 않다. 국감을 통해 스스로 웃자고 하는 해학, 상대를 공격하는 풍자, 유쾌한 웃음을 일으키는 소극(笑劇), 뜻깊은(?) 웃음을 주는 희극(喜劇) 등 다양한 국회의 장이 열리겠지만 조소, 비소, 냉소 등의 코웃음을 치게 만들어 국민은 스트레스만 받을 게 뻔하다. 

 20년 전, 입적(入寂)한 성철스님은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했다. 어떤 논리도 접어두고 국민의 공분에 사죄하는 차원에서라도 연금을 포기하고 특권 내려놓기로 거듭나길 바란다. 국민들이 크게 한번 웃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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