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동부 김준기회장 경영권박탈은 KDB의 슈퍼갑질

자유경제원 / 2014-10-06 / 조회: 1,992       미디어펜
동부 김준기회장 경영권박탈은 KDB의 슈퍼갑질자율협약제 개선 시급, 경영자 징벌은 패자부활 강조 박근혜정부 정책과 안맞아
전삼현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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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6  10: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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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기업의 본질은 경영권 행사>

문제제기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채권단과 자율협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주채권단이 부당하게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는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기업구조개선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에, 자율협약이 경영정상화보다는 채권회수를 우선시하는 경우 국책은행으로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가경제촉진에 기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실, 경영권이란 기업의 탄생과 유지, 소멸 모두의 근본적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동부그룹이 구조조정방식으로 택한 자율협약은 법제도적으로 규율하기 보다는 채무자와 채권단간의 자율적 합의에 맡긴다는 점에서 외관상으로는 친시장적 구조조정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채권단이 은행인 경우에는 우리나라 은행산업구조의 특성상 채권단과 채무자간에는 실질적으로 특별권력관계 내지는 “갑”과 “을”관계가 형성되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단지 사적계약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국책은행이 주채권단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자율협약을 단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른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사적 계약관계로 보아 이를 제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은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취지와는 상반대 결과가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이 추구해야할 본질이 무엇인지를 검토해 보고, 최근 자율협약의 형태로 기업구조개선작업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자유경제원이 6일 <기업구조조정의 현안과 대응과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교수, 오수근 이대 법대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신흥철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기업구조조정 관련 최근의 동향

기업구조조정 방식

기업구조조정이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흑자기업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부실정도에 따라 채권단 자율협약,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기업회생절차 (법정관리, 도산법)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에서 자율협약 역시 기업구조개선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통상은 채권액이 500억원미만인 경우에 시행되며 이 때에는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이 적용된다.

그리고 채권액 500억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개선작업인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하여 시행되며, 워크아웃의 채권금융기관은 제2금융권이 포함된 은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채권은행자율협약에 적용을 받는 채권은행은 제2금융권이 제외된 은행 위주로 구성된다.
 

따라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법률로 그 절차와 법률관계를 규율하고 있으므로, 채권단의 우월적 지위 남용 등과 같은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경제발전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기업구조조정제도를 이해한다면 부실 초기단계인 자율협약단계에서 효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경영정상화를 조기달성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기업구조조정관행이 완전히 정착되지 못하여 이를 보완해 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 현황과 쟁점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 현황에 대하여 기업회생절차 (법정관리) 관련 통계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작성한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의 통계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통하여 개괄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널리 알려진 기업구조조정사건으로는 팬택사건을 들 수 있다. 팬택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지 2년만인 지난 2014년 8월 12일에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동아건설산업은 2014년 7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동부제철 경우,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10월중에 경영정상화방안에 대해 동부제철과 약정(MOU)을 체결할 단계에 있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4월 1일 자율협약 신청을 하고,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동의하였으며 채권단은 2차에 걸쳐 총 8,500억원의 지원을 합의하고, 동년 7월 1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STX조선해양의 계속가치를 2조 2천억원, 청산가치 1조 2천억원에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이어 7월 16일에는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100대1 감자안을 제시하였고 7월 31일에 노사동의서는 물론이고 경영진과의 동의서를 제출하여 자율협약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 때 주채권단인 KDB는 구 사주의 사재출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KDB연고인력으로 경영진을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경영진 교체후 1년이 지난 2014년 상반기에 매출액 1.5조원, 영업이익 –1,670억원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샹을 보이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우 국가기간산업인 동부하이텍의 반도체사업에 2조원, 동부제철의 전기로에 1조6천억원을 투자하였으나, 조기정상화가 지연됨에 따라, 그룹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바 있다.

동부그룹은 2013년 11월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제철 당진항만,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등을 매각하고, 동부특수강 기업공개 (IPO)와 김준기 회장 사재출연 등으로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후 KDB가 주관하여 포스코와 패키지 딜(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매각) 매각무산으로 7개월간 약 3,500억원만 조달하는데 그치는 등 주요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었다.

따라서 2014년 7월 동부제철은 산업은행 등 주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되었으며,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시행을 위해 동부제철 실사을 실사한 결과, 자본잠식상태로 순자산이 – 5천억원 정도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산업은행은 경영정상화방안으로 대주주인 김준기 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주식 100대1, 소액주주지분 4대 1로 감자를 실시하면 김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지분 36.94%는 1.2%로 감소하고 주채권단에서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게 되면 김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논란의 시작은 회사장부가 기준으로는 1조 2,566억원으로 평가된 동부제철 당진, 인천공장의 부동산 가치를 채권단 측이 6,326억원에 과소평가하고 자본잠식상태를 과대평가하여 그 경영책임을 사주에게 물어 경영진의 지분을 100대1로 감자할 것을 강요한 데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주채권단의 평가와 회사장부가 중 어느 평가액이 옳은지에 대하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진의 감자비율을 100대 1로 하고 소액주주는 4대 1로 한 것은 경영권 박탈을 위한 감자였다는 반론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 진다.

부실기업 사주의 경영권유지에 대한 최근 논의

우리나라는 2006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명 통합도산법을 통해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 Debtor in Possession)”를 통해 기업관리자 선임 대상을 '채무자의 대표(채무기업 대표이사)'로 한정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법 제74조).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들이 많으며, 그 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비판은 무능한 경영인이 DIP제도로 연명하며 부실을 키우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는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는 요구들이 많다. 실질적으로 DIP제도를 악용하여 본래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국가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몇 사례 때문에 DIP가 근본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현행법상 “채무자의 대표”로 한정하고 있는 기업관리자 선임대상을 기존 이사(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나 집행임원 및 주요주주로 확대하고, 그 선임주체를 판사로 한정하지 말고 주요관계자회의나 임원회의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기업의 회생이란 “기업회생 = 경영권 회생”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때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는 선임대상의 범위와 선임주체의 범위를 확대하여 DIP제도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DIP 제도는 그 취지상 채권단 자율협약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기업경영의 정상화가 조속히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DIP 제도는 법률상 인정된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자율협약에 적용하는 것은 제도상 다양한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DIP제도의 취지를 살려서 자율협약의 경우에도 그 취지를 자치규범의 형태에서 이를 관행화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함은 물론이고 조속히 경영정상화를 달성하여, 추가적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여 국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행 자율협약 시행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

문제점

동부그룹 자율협약 사건과 관련하여 KDB가 동부제철에 대하여는 타사에 비해 적은 530억원만 출자전환하고도 과도하게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하려고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즉, 실사 자산가치가 -1조6천억원으로 평가된 K사에 대하여는 2조 6천 5백억원, 실사자산가치가 - 2조5천억원에 달하는 S사에 대하여는 2조원을 각각 출자전환한 후 경영권을 박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사자산가치가 5,006억원으로 평가받은 동부제철에는 KDB가 530억원만 출자전환한 후 경영권을 박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주채권단으로서 형평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할 자율협약의 시행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전삼현 숭실대교수(왼쪽에서 두번째)는 국책은행인 KDB가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자율협약체결기업들에 대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정상화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는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이후 평생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워온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위기를 겪는다는 이유로 대주주의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심각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김준기회장은 물적 담보를 최대한 제공하는 등 대주주로서 최선을 다해 회생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백억원을 출자한 KDB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경영권을 빼앗는 것은 향후 자율협약제도를 이용한 구조조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패자부활전 정책에도 어긋난다. 자율협약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왼쪽부터 조동근 명지대교수, 전삼현 교수,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신흥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개선방안

채권단이 소규모 출자전환하려한다는 것은 계속기업가치를 통한 채권회수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채권단이 경영진과 경영권 포기를 전제로 100대 1 감자결정을 한 것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여야 향후 자율협약제도가 선순환구조의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는 구체적으로 실사자산가치 평가나 감자비율 자체를 제도적으로 일률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절차적인 면에서 감자비율 결정시에는 채권단 내에 가칭 “자본감소비율심의위원회”를 구성한 후 위원회 구성은 채권단 소속 인사 뿐 만 아니라 외부전문가들도 참여하도록 하고, 비율결정시 채무기업측의 서면의견과 구두진술의 기회를 부여한 후 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채권단의 희생 최소, 대주주 희생 최대화

문제점

동부 측의 주장에 따르면 동부는 그동안 연 8-10%대의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등 최근 4년간(2010-2013) 금융기관에만 총 5,242억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등 성실한 채무이행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단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경영권을 박탈한 것은 과도한 우월적 지위남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즉, 동부측 주장에 따르면,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통해 고금리를 정상 또는 정상보다 낮은 이자율로 조정해주고 신규자금 지원 및 차입금 상환유예를 해주면 회사의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율협약 신청 당시 회사는 자산을 매각하여 7,500억원을 확보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사업정상화를 통해 조기에 신규지원자금과 기존차입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차에 걸쳐 피력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채권단이 일방적으로 이러한 자구계획안을 거부함으로써 채권단 스스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주채권단이 채무기업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거부하고,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발생된 비용에 대한 책임을 채권단이 최소화하기 위하여 그 책임을 대주주에게 대폭 전가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동부그룹의 대주주는 100대1의 감자를 당하면서도 개인재산을 포함한 물적, 인적 담보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최대 손실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경영의 계속성 유지나 우선매수권, 증자참여 등 경영정상화에 대한 참여기회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등 지나친 희생을 강요당하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개선방안

이 문제는 채권단이 채무자의 경제적 궁핍을 이용한 우월적 지위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기 쉬운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경영진의 경영정상화 참여를 일방적으로 배제하였다고 한다면, 이는 경영권이라는 사적 재산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였어야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는 구체적으로 채권단이 마련한 자율협약서 내에 채무기업 기존 경영자의 경영정상화 참여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참여를 배제할 수 있도록 명문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요건에는 채무액상환관련 성실도와 신용도, 대주주의 개인재산 출연정도, 대주주 개인자산의 인적, 물적 담보제공 여부, 향후 경영정상화 계획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책은행의 권한남용 법리적용 여부

문제점

한국산업은행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국민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자금공급 등 한국산업은행의 업무범위를 비롯한 운영상 필요한 사항과 한국산업은행의 민영화 과정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은행이면서도 은행법상의 인가, 지배구조, 업무범위, 예금지급준비금, 동일인여신한도 등 은행에 대한 전통적인 규제가 배제됨으로써 사실상 정부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법 제2조의2).
 

따라서 부실화된 기업의 주채권단이 국책은행인 경우 채권자와 부실기업과의 관계는 단순 채권-채무자관계가 아니라 국가기관과 민간기업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산업은행법 제1조 목적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국가경제발전을 위하여 자금이 필요한 민간기업에게 이를 공급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목적이라면 자율협약이 사적 계약처럼 전적으로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이행되도록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동부그룹사건을 보면 대부분의 자율협약 이행시 채무기업의 자산가치를 평가한 후 미회수채권액을 출자로 전환한 후 대규모 감자를 실시하여 기존 대주주 지분을 대폭 소각한 후 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출자전환액이 많든 적든 간에 부실책임이 기존 경영자에게 부과되어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출자전환규모가 적은 기업의 경우에는 산업은행이 적은 규모의 부실채권액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라는 지위를 남용하여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소위 “권한남용”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개선방안

우리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포함된 1987년 10월 29일 9차 헌법개정을 전후하여 경제관련법 분야에서는 부의 과도한 편중을 막기 위하여 사적계약 분야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을”보호적 입법을 제정하여 시행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보호법,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하도급법은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에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법률로 “을”을 보호하는 입법하였으며, 최근에는 징벌배상제를 추가 확대하는 등 “을”보호적 입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법정서상 횡령, 내부자거래 등과 같이 부실에 대하여 악의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경영자에게까지 그 책임을 물어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권한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율협약과 관련하여 경영권 박탈과 관련하여서는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최소한 가칭 “자율협약이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영권 박탈시 부실은폐 가능성

문제점

부실기업의 정상화는 기업의 유지차원에서 볼 때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신용불량으로 사회에서 낙오한 이들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에게도 이러한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취지하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산법)”도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경우에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를 통해 기업의 회생이 곧 경영자의 회생이 될 수 있도록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IP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4건에 불과하였지만 도입후인 2006년부터는 기업의 회생절차 신청이 한해 800여건 이상으로 급증하고, 서울중앙지법에 계속 중 (2012.11)인 법인회생절차사건 186건 중 166건이 기존 법인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 (89.2%)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의 신청건수에 대한 직접적인 통계자료를 확인하지 못하여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단계에서 경영권을 박탈당할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경영진은 최대한 부실을 은폐하였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여 DIP제도를 이용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의 부실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예방차원에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과정과 관련하여 알려진 바대로 라면, 구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율협약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정관리를 신청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선방안

제도적인 관점에서 볼 때 법정관리시 적용되는 DIP 요건 보다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진행시 DIP 제도를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완화된 DIP 요건을 법률이나 자치규범에 규정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능한 경영진들이 법정관리에서 DIP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예방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에서 DIP 제도를 성공적으로 실행하였거나, 최소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법정관리에서 DIP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부실기업의 경영권 보호 필요성

문제점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창업자의 경영권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하는데 매우 인색해 왔다. 이는 2007년부터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포이즌 필 (Poison Pill)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입법노력이 무산되었으며, 황금주는 물론이고 복수의결권주의 발행역시 금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장기업들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2011년 이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IPO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경영권이 보호되는 소규모기업에 만족하는 기업가정신이 우리 경제사회에 만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더욱이 흑자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및 신용위기로 도산위기에 처했을 때 주 채권단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정책마져 경영권의 박탈을 전제로 채권단자율협약제도가 운영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창업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 소멸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상품화에는 성공하였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여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기본 국정철학 차원에서 볼 때 이번 동부그룹 자율협약 진행과정은 분명 474정책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개선방안

물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하여 부실에 빠진 기업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외생적 변수에 의하여 일시적 부실에 빠진 기업에 대하여는 기존 경영진이 대출에 대한 담보를 사적으로 제공하고, 추가 출자의향이 있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한 경우에는 부실책임이 있는 경영진에게도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법제도적으로 경영권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체계상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는 채권회수가 가장 주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산업은행법 제1조에서 언급한 국민경제촉진과는 거리만 먼 정책으로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상업은행에서 투자은행으로 전환 필요성

이번 동부그룹 자율협약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상업은행 (Commercial Bank)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Investment Bank)이 대한민국에서 탄생하기 위하여는 금융당국의 사전규제를 받지 않는 국책은행이 투자은행으로 선도적 역할을 해줘야 하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채권단 자율협약의 실행을 통하여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흑자기업들이 투자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신용공여액을 출자지분으로 전환하더라도 채무기업에도 이득이 된다는 신뢰가 시장에 널리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투자은행적 사업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기존 경영진에게 경영권을 맡기되, 이를 사후감독하거나 사후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전문가들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채권회수 수단 전락

기업구조개선작업이 개시된 부실기업들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실행 후 오히려 더 악화되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채권단의 부실관리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특히 2013년 11월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의 연도별 신용등급을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2009~2011년 워크아웃 기업 104곳 중 10곳(9.6%)만 경영사정이 개선되었고, 94곳(90.3%)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구조개선작업이 비효율적인 이유에 대하여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보다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심지어는 이러한 대출회수 중심의 기업구조개선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회생가능한 기업들마져 경영활동이 제한을 받아 고사하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들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는 기업구조조정제도의 목적이 채권회수가 아니라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채권단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어

최근 STX, STX 조선해양, STX중공업 등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기초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경영권을 교체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물론, 부실책임자가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책임이 경영권 포기만으로 한정되는 것은 패자부활의 기회제공이라는 기업구조조정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구조조정 실무에서는 법정관리보다 이전 단계인 워크아웃, 더 나아가 자율협약 단계에서 부실경영진의 경영권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평생을 창업과 기업수성에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여한 경영진에게 한순간에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현행 기업구조조정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자율협약이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 구조조정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국가기관에 의해 장악되어 있어 어떤 기업을 어떻게 살릴지를 시장원리가 아닌 정부의 의향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최근 구조조정 절차(회생절차)의 세계적 흐름은 기존의 ‘경영자 징벌적 관점’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업회생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율적이고 선제적이어야 할 ‘자율협약’ 단계에서 아직도 징벌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는 현행 우리나라의 자율협약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상시화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기촉법과 도산법 개선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자율협약에 근거한 선제적 구조조정 절차 개선에 관한 논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개선논의의 시작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6일 개최한 <기업구조조정의 현안과 대응과제>라는 정책세미나에서 전삼현 숭실대 교수가 주제발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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