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론 : 차이나 임팩트보다 무서운 國會

자유경제원 / 2014-10-14 / 조회: 1,861       문화일보
[오피니언] 시론-김병직 경제부장게재 일자 : 2014년 10월 13일(月)
차이나 임팩트보다 무서운 國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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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9월 말 한국프레스센터에선 눈길을 끄는 발표회가 하나 열렸다. 시장경제 연구기관인 자유경제원이 주최했던 ‘제19대 국회 시장친화성 평가 발표회’가 그것이다. 국회의 시장친화성을 평가한다? 발표회 주제가 호기심을 잡아끌어 그 발표 내용을 꼼꼼히 들어봤다. 그 내용은 이렇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이 연구원들과 함께 제19대 국회의원과 정당들의 시장과 기업 관련 입법활동이 얼마나 시장 친화적인지 혹은 적대적인지를 평가한 것이다. 평가의 대상으로 삼은 의안들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 30일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1년간 각 본회의에서 가결된 제정·개정 의안 중 시장 및 기업과 관련이 있는 104개 법안이었다.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사유재산권 확립, 세금 부담 완화, 개방과 경쟁의 강화, 경제적 자유의 확대, 규제완화, 법치의 확립 등에 기여하게 되는 의안은 ‘시장 친화적’ 의안으로 평가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반(反)시장적’ 의안으로 평가해 각각 지수화한 것이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분석 대상이 된 의안들 중 64%가 반시장적 의안일 정도로 19대 국회의 시장적대성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별 시장친화 정도(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친화적)를 보면 새누리당 36.6, 새정치민주연합 25.8, 정의당 23.6, 통합진보당 16.8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로만 보면 새누리당만 중도좌파 정당으로 분류되고, 모든 야당은 좌파정당으로 분류된다”는 게 자유경제원의 결론이다. 19대 국회 전체적인 시장친화지수는 31.1로 좌파 성향의 국회로 분류됐다. 지난 18대 국회 당시 같은 형식의 조사에서 18대 국회의 시장친화지수가 53.6으로 중도우파적 성향으로 조사됐던 것과 비교하면 의원들의 이념성향이 급속히 좌클릭으로 이동한 셈이다. 자유경제원은 “박근혜정부 초기에 강력하게 대두되었던 경제민주화의 영향을 받은 법안이 많이 통과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50일 간 ‘입법 제로(0)’를 이어오다가 9월 30일 하루 본회의에서 90개 안건을 ‘뚝딱’ 처리하는 워낙 도깨비 같은 국회이다보니 무슨 짓을 못할까 생각이 들지만… 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여야가 선명성을 경쟁하듯 앞다퉈 통과시켜놨던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부메랑이 돼 한국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 범위를 확대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여파로 대형마트업계의 마이너스 매출 행진은 몇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또 원사업자와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부여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속한 경기위축에 깜짝 놀란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 경제를 살려보겠다며 일명 ‘경제 활성화’ 법안을 쏟아냈지만 “일부 대기업과 부자들만 챙기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반발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자유경제원이 2014년 10월을 기준으로 시장친화성을 평가한다면 어떨까. 새누리당은 다소 오른쪽으로 이동하겠지만 새정치연합 등 야권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또다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검사가 피의자 몰아붙이듯 하는 ‘호통국감’이나 ‘갑질국감’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자 가뜩이나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재계에선 좌불안석이다.

때마침 한국 경제계를 강타하는 ‘차이나 임팩트(중국 충격)’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배경에는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지원과 육성에 나선 중국 정부가 있다. 실제로 중국은 내년까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매출액 1000억 위안(약 17조 원) 이상 대기업 5∼8개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범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대기업들을 두들겨야 국민 편에서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착각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에겐 남의 일이겠지만… 재계 일각에선 “중국보다 더 무서운 건 한국 국회”라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경제가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국회가 아예 문을 걸어 잠갔던 ‘식물국회’ 때가 더 낫다”는 한탄까지 나오는 현실, 언제나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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