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기업격차는 생존 경쟁력...규제보다 시장에 맡겨야

자유경제원 / 2014-10-27 / 조회: 2,197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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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격차는 생존 경쟁력...규제보다 시장에 맡겨야소비자 선택 무시 정부 개입땐 시장도 잃고 기업도 잃어
최승노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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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25  08: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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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세상의 것들이 서로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다르고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하다. 사람들이 모두 똑 같은 생각을 하거나 추구하는 것이 하나인 일은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다양한 해법이 존재한다. 하나의 정답만이 강요될 수 없는 시대이다.
 

격차는 문명이 고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차이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격차(gap)라는 말은 차이(difference)라는 말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진 말이다.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해소했으면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빈부격차, 소득격차, 지역격차, 임금격차, 가격격차, 경제격차, 기업격차, 세대격차, 정보격차, 뭉퉁거려 격차사회라고 하기도 한다. 공통적으로 문명의 발달로 생겨난 현상에 대한 부정적 해석이다. 주로 경제현상에 집중되어 있고,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사회이슈로 야기된 것들이다.
 

이 글은 그런 격차에 대한 설명이다.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야기된 격차라는 현상들은 그렇게 부정시할 것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기업격차처럼 경제 분야의 격차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만약 이를 억지로 줄이려고 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오히려 문명의 퇴보를 가져와 진보로 나아가는 길을 막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격차는 자연스러운 질서 최승노,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프리이코노미스쿨, 2014, 162쪽.


자본주의가 부의 불평등을 야기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평등은 자유 경쟁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회, 즉 법치보다는 인치 하에 가문이나 혈통, 혹은 특정 단체에 소속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번영과, 평등, 안전을 약속하며 모든 자원을 소유하고 분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야말로 빈곤과 불평등이 훨씬 극심하게 나타난 것이다. 1991년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이 붕괴하고, 그 뒤를 이어 동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자본주의체제를 받아들이게 된 것도 사회주의의 구조적 병폐를 해소한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자유경제원에서 '격차'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 모습.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법적인 특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경쟁을 통해 부자가 되거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도전할 수 있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해 실력을 인정받게 되면 ‘부富’라는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나 인기연예인들이 최고의 위치에 올라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도 그들이 속한 분야에서 남다른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의 격차나 상대적 빈곤이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자 일하는 분야에 따라 사회적 기여도나 전문성, 위험 부담, 수익 규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이 다를 수 있고, 또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도 저마다 다른 재능, 다른 노력, 다른 경력을 가졌기에 좀 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더 많은 보수를 얻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더 많은 재능을 가지고 더 많은 노력으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소득)를 받아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평등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양극화 논리는 틀렸다 최승노, 사회주의는 왜 실패하는가, 프리이코노미스쿨, 2014, 16쪽.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빈부의 격차 문제는 반자본주의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과거부터 반자본주의자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섞어가며 소득 재분배와 복지정책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논리는 틀렸다. 자본주의 사회는 결코 돈 있는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노력 여하에 따른 계층 간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근대 이전의 사회가 신분제의 제약에 묶여 타고난 계급이 죽을 때까지 유지되었던 것과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만인의 평등이 기본으로 전제될 뿐만 아니라 개인이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 변화가 자유롭다.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자기 삶을 결정하고 경영할 수 있는 권리가 철저히 보장되는 사회는 오로지 자본주의 사회뿐이다.
 

게다가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시켜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부를 늘려 모두가 잘사는 사회로 이끌고 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자본주의가 경제성장을 통한 사회적 부의 증가를 견인하지, 개개인의 소득에 관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만큼 개별적 혁신의 성과 역시 존중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 소득의 격차는 개인의 혁신적 노력의 성과이지, 결코 부작용이나 해악이 아니다.
 

더구나 자본주의는 가장 효과적인 빈곤퇴치법이다. 1980년대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힘입어 빈곤 해소 정책이 소득 재분배에서 경제성장으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경제성장이 촉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빈곤층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이 이전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통해 사회 전체의 부가 증대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까지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197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저소득층의 소득 정체 및 경제성장 정체가 매우 효과적으로 해소되었다.
 

1970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 빈곤층의 비중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자본주의가 우리 삶의 질적 향상과 빈곤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연명하던 빈곤층 비율이 현저하게 하락한 현상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이다. 1970년까지만 해도 세계 인구의 26.8%에 달하던 세계 최빈곤층이 2006년에 무려 5.4%로 감소했다. 4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약80%의 인구가 최빈곤층을 탈출한 셈이다.

격차를 이해하라

인류는 권력을 통해 부와 재화를 나누던 만민의 투쟁 상태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을 통해 부와 재화를 늘리는 시장경제로 나아갔다. 시장경제가 그 바탕을 이루는 질서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발전한 체제가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는 서로를 믿고 거래하고 약속을 지키는 협력 사회로 나아간 가장 수준 높은 문명 형태로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이 커지면서 협업이 늘어났다. 서로 돕고 남의 일을 도와주는 비즈니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협동, 단결이라는 현상이 시장을 통해 자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현대적 도시를 통해 익명성 속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협동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 몰라도 속이기 어려운 사회,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장경제 시스템이 워낙 고도로 발전한 체계라서 이성적이고 높은 지식을 가지고서야 이해할 수 있는 문명체라는 점은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낙오한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와 감성적 질시를 불렀다. 그런 감정이 집단화하고 정치화하게 되면 인기영합 정책이 나오게 된다. 자본주의가 성공해서 생겨난 현상이 자본주의 반대세력의 존립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경쟁을 발전의 핵심원리로 삼는 시장경제 사회에서 '부익부'라는 말도 틀렸고, '빈익빈'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다. 기존의 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위치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더 큰 부가 시장의 발달과정에서 새롭게 나온다. 기존의 부는 새로운 부에 자리를 내준다. 세계 부자들은 그렇게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이전의 시대에 권력의 세습 문제는 심각했다. 왕, 귀족, 특권층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새로운 진입이나 경쟁을 막았다. 그렇게 자신의 지위를 유자하다보니 사회의 활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세습의 문제는 대부분 해소되었다. 시장경제에서는 늘 새로운 진입자, 잠재적 경쟁자가 있기에 사회 활력은 유지되고 새로운 성공신화가 생겨난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하고 자수성가했다. 우리 사회에도 자수성가한 많은 기업인, 스포츠 스타, 연예인이 즐비하다. 빌게이츠는 지금 세계 1등 부자이다. 그만큼 인류의 삶을 진전시키는 데 공을 세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등을 통해 사무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여놨고 인류의 소득 증가에 엄청나게 공헌했다.

부의 서열은 사람들을 도운 순위이다. 사람들을 잘 도와주는 것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거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 물론 그가 이룬 혁신보다 더 큰 혁신을 이루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가 빌게이츠를 제치고 새롭게 1등 부자가 될 것이다. 그가 경쟁을 통해 새롭게 부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경쟁은 아름답고 그런 경쟁을 통해 인류의 삶을 개선해나가는 자본주의는 정의로운 체제인 것이다.
 

사람들이 더 나은 경제행위를 하기 위해 만든 문명의 이기(利器)가 바로 기업이다. 사람들이 연합해서 경제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이 기업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더 잘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상상 속에 존재하던 것도 만들어 낸다. 한 마디로 경쟁을 더 잘 할 수 있다. 기업이 경쟁에 워낙 뛰어난 방식이다 보니 시장경쟁의 보편적 경제단위가 되었다.

기업의 형태도 점차 고도화하고 발전했다. 협동조합보다는 주식회사가 시장을 주도했고, 가내수공업이나 자영업은 점차 도태되고 대기업이 경쟁의 주체가 되었다. 경제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기업들이 살아남았다. 그 성공 요소는 효율성, 유연성, 적응성이었다. 세계 1등 부자들이 바뀌는 것처럼 기업 세계도 늘 바뀐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거기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선두로 나선다. 기존의 기업은 뒤처지고 순위 변동이 생긴다.
 

지금 현존하는 기업들은 진화의 결과이다. 많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기업은 대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고, 소수의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기업은 규모가 클 수 없다. 이를 두고 너무 크다 작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이치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소비자라고 불리는 개인들이 선택한 결과는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인류가 선택한 결과를 두고 이를 격차라는 말로 폄하하면서 억지로 고치고자 한다면 이는 순리를 거스르는 잘못된 일이다.

재벌이라 부르지 마라

산업혁명 당시만 해도 기업은 크지 않았다.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애덤스미스가 분업의 원리로 예를 든 것은 핀 공장이었다. 솜씨 좋은 장인도 혼자서 하루 열 개의 핀을 겨우 만들 수 있지만, 철사를 늘이고 자르고 갈고 핀 대가리를 붙이고 두드리는 공정 18개를 나누어 일을 했더니 숙련되지 않은 10명의 노동자가 하루에 4800개의 핀을 만든다는 것이다. 혼자 핀을 만들던 사람들에게 핀 공장은 큰 위협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공장형 수공업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으로 건너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큰 기업이 나왔다. 포드는 자동차 생산을 표준화하여 라인작업을 통해 대량생산하는 방식(포디즘)을 만들었다. 대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거대기업이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며 싼 가격의 제품을 대규모로 시장에 공급했고,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누렸다. 당시 미국의 기업가들은 그런 대기업을 통해 나온 부자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작은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세계시장을 상대로 기업을 일군 대기업이 나왔다. 이처럼 현대자본주의는 대기업이 혁신의 주체인 시대이다.
 

우리사회는 대기업들을 재벌이라고 부르며 폄하하고 있다. 재벌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저 대기업이거나 글로벌 기업일 뿐이다. 기업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시하는 것은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이다. 성공한 기업들은 명성을 얻고 브랜드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우리 기업들은 삼성, 현대, LG, SK 등 그 이름만으로도 인정받는 기업들이 많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가 세계 전자 기업 가운데 매출액 면에서 미국의 애플과 일본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100개 업체 가운데 8위를 차지한 상태로 지난 10년간 무려 270%에 가까운 증가율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는 매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를 대상으로 가치를 평가 발표하는 보고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로 유명하다.

애플이 브랜드 가치 1위, 구글 2위, 코카콜라 3위, IBM 4위 등의 순서를 짚어볼 때 삼성이 아시아 국가 브랜드 가운데서 일본, 중국 기업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매출액 규모면에서의 전자 분야 세계 1위라는 결과는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은 국내 투자와 고용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그룹은 2008년 말부터 2012년 말까지 25개 계열사에서 4만50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 30대 그룹 중가장 많은 고용 실적을 기록했고 2013년에도 5039명을 추가로 채용해 높은 고용증가율을 보였다.
 

삼성은 사회 공헌에서도 뛰어 나다. 삼성 임직원은 사내 기부금 제도를 통해 매월 급여의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임직원의 기부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사업을 펼친다. 또한 삼성은 매년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2013년 무려 500억 원을 이웃사랑성금으로 내놓으면서 기부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문화·교육·의료·보건 분야에서도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85개국에서 지역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회공헌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충북 음성, 경북 경산, 전북 김제 등에 사회적 기업 ‘글로벌투게더 음성·경산·김제’를 각각 설립해 다문화가족을 위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 수준을 높이는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을 재벌이라고 부르며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 기업은 가장 투명성이 높고 뛰어난 지배구조를 갖고 있으며, 경영성과 또한 높다. 이들 대기업이 우리 기업문화 전반의 수준을 높이고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모델이다. 국내적으로 재벌이라며 비판받는 기업문화, 지배구조, 경영시스템을 오히려 많은 나라들이 따라하고 있다. 세계가 닮고 싶어 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 자유경제원에서 '격차'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기업 격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해외서도 인정받는 대기업 브랜드 가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 축구의 신성 ‘네이마르’가 대표 팀 숙소를 나와 버스에 오른다. 그가 타는 버스 옆면에는 ‘KIA MOTORS’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브라질의 유력 스포츠 채널들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열띤 취재 경쟁을 펼치며 대표 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로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기아자동차 로고가 브라질 전역에 노출됐다.

축구라면 죽고 못 사는 브라질 국민 2억 명의 머릿속에 기아차가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상파울루의 관문 과를료스 공항에서 코린치앙스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현지에서 '삼숭기(Samsung)'로 통하는 삼성의 ‘갤럭시 S5'를 홍보하는 입간판을 만날 수 있었다. 이어 LG전자의 스마트폰 'G2'와 삼성전자의 TV와 세탁기, 현대자동차의 현지 고유모델을 알리는 광고판이 이어졌다.

이제 국내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며 해외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2명 중 1명은 삼성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LG전자는 가전시장에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으며, 기아자동차 역시 품질과 인지도 면에서 모두 호평을 받으며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지식기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기업의 생산성,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증대로 이어져 지식기반산업 활성화를 돕는다. 글로벌 대기업은 단순히 기업 자체의 이미지 향상과 성장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성공은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며, 이로 인한 기업의 활성화는 곧 국가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잘 모르던 외국인들도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접함으로써 한국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높은 관심과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고 덕분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대기업 브랜드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가 경제의 눈부신 성장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대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하며,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생산과 경쟁의 주체일 뿐

격차라는 용어가 붙은 단어들은 대부분 정부개입을 불러 지출과 소비의 인위적 배분으로 연결되는 속성이 있다. 기업격차는 생산과 관련된 분야이다. 기업은 생산의 주체로 경쟁을 위한 수단이다. 당연히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마다 생산성이 다르고 원가 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도 기업마다 다르다. 어떤 기업은 원가가 시장가격보다 높아 적자가 날 수 있지만, 어떤 기업은 원가가 낮아 흑자를 낼 수 있다. 기업마다 물건을 팔고자 하는 가격이 다르고, 품질도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만약 시장의 경쟁에서 밀리는 기업을 불쌍하다며 도와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나은 기업이 곤경에 처하고 비효율적인 기업이 살아남아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기업의 격차를 문제시해서 차별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방식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기업의 경쟁도 처음부터 스포츠 경기처럼 체급을 나누면 좋겠다는 감성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권투, 레슬링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생산자 입장만을 생각한 잘못된 발상이다. 그런 경기는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 경기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일 뿐이다. 공급자 사정만을 고려한 정치적 배분은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다.

실제로 시장에서 돈을 내고 물건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를 열등한 기업에게 강제 할당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 불이익을 소비자에게 강제하는 정부 개입이 장기화된다면 그 분야는 퇴보하게 되고 사회는 침체하게 된다.
 

기업격차를 문제시해 규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경쟁의 결과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우수한 기업을 벌주는 일이다. 반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벌을 받아야 할 기업에게 상을 주는 일이다. 기업을 선악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된다. 기업은 경쟁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유인체계가 만들어져야 기업세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실패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부여받는다면 그런 세계는 쇠락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호받아야 할 것은 기업이 아니라 경쟁 그 자체이다.

격차를 줄이려 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

기업의 격차를 핑계로 기업을 인위적으로 키우거나 줄이려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환경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과 법률은 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기업은 알아서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너무 매출을 많이 올린다고 규제하거나 자산규모가 크다고 규제하고, 심지어 종업원이 너무 많다고 규제하기도 한다. 황당하기도 하고 바보스러운 규제라고 할 수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로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했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다. 바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서 죽이고,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크기만큼 사지를 늘려서 죽였다고 한다. 그런 인위적인 판단을 기업 세계에 적용하는 것은 지적 오만이며 법으로 포장된 강탈이다.
 

어떤 기업이 생산할 지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제3자가 이를 대신 결정하는 것은 독점적 행위이다.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경제원리를 무시하는 정치적 선택으로 잘못된 일이다. 정치에서 독재자가 범하는 인치의 폐해와 다를 바 없다.
 

어떤 기업이 수익이 많이 나면, 다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그 기업을 따라하고 수익을 빼앗아 간다. 시장의 자율적 경쟁이 기업의 수익격차를 줄인다. 예를 들어,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 만들어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삼성이 이를 빠르게 뒤쫓아 수익을 나누었다. 그 뒤를 중국 업체들이 다시 빠르게 쫓아 이제 애플과 삼성의 수익성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기업의 격차가 너무 크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체하거나 통제하려드는 개입행위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 또 기업 규모가 너무 작다며 정부가 돕고 나선다면 이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기업의 경쟁압력을 줄여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키운다. 새로운 진입과 경쟁을 허락해야 최승노, 경제발전의 훼방꾼들, 백년동안, 2014.


우리나라 대기업은 세계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크지 않다. 세계화 시대인 지금 외국의 대기업들과의 경쟁은 회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대기업들의 규모는 여전히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다. 세계적 기업 수준으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은 삼성, 현대, LG, SK 정도이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대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이다. 삼성그룹이 전자산업에 뛰어든 것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하고 역사적인 일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환영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려 하였을 때 상당한 반대 여론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한국전자공업협회였다. 당시 59개의 전자회사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던 전자공업협회는 전체 회원사들 명의로 삼성그룹의 전자산업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성명의 요지는 “전자산업진출 조건으로 삼성이 내건 3대 조건이 이미 실현 불가능하니 삼성의 전자산업진출은 허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삼성은 TV수상기·라디오·스피커 등처럼 아직 국내 중소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제품들을 일본의 산요전기와 합작해 생산해 이 가운데 85%는 수출하고 15% 이내의 제품만을 국내시장에 반입한다는 조건으로 전자업계에 진출하려 했다.

그런데 전자공업협회에서는 TV수상기·라디오·스피커 등 모두 국내 중소기업에서 국산화에 성공하고 있고, 삼성의 85% 수출은 불가능하며, 나머지 15%만으로도 국내총생산량을 이미 초과해 삼성의 전자산업계 진출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자산업에는 금성사와 중소기업 규모의 여러 기업이 활동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LG로 성장하는 금성사를 제외하면 전자업계가 몹시 열악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가 지금과 같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삼성의 전자업계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 틀림없다. 당시 전자산업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고 심지어 금성사도 사업축소의 정치적 압박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박정희 정부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보호정책보다 세계시장에 나가 경쟁하면서 수출을 늘리라는 경쟁정책을 실행하고 있었기에 삼성은 전자업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만일 중소기업보호라는 진입장벽이 당시에도 작동하고 있었다면 삼성전자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며 오늘날 세계 1위 기업 삼성전자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도 삼성은 잘 나가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전자공업협회로부터 소위 ‘재벌’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정도였다. 삼성은 당시에도 삼성물산·제일제당·제일모직공업·동방백화점·동방생명·한국비료·중앙일보 등 10여 개가 넘는 계열사를 가진 그룹이었다. 그런 삼성이 전자산업에 뛰어든다고 하니 이 업계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반대의 성명을 내는 것은 기득권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공업협회의 성명이 정치적 명분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삼성전자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그런 정치적 주장이 그다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 쉽게 드러난다. 전자공업협회가 3불가론을 들어 삼성의 전자업계 진출을 반대하였지만, 삼성전자는 태동 이후 자신들의 약속을 지켜 나갔다. 산요전기와의 합작을 통해 생산품의 80% 이상을 수출했고 전자산업의 규모를 현저히 증대시켰던 것이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중심

대기업 고용창출의 우수사례로 꼽히는 맥도날드는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다양한 계층을 포함하는 고용창출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맥도날드는 장애인, 고령자, 주부 등 다양하게 직원을 채용하였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노인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크루(Senior Crew)’들을 채용해왔으며 전국 71개 매장에서 시니어 인턴을 고용하는 등 노인 인력의 장기고용증진에 기여하였다. 또한 맥도날드에는 200여명의 장애인 직원이 근무 중이며, ‘주부채용의 날’ 행사를 열어 현장에서 주부 333명을 채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일자리창출 사례를 선보였다.
 

대기업은 일자리를 늘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 내용을 보면, 해외근로자를 포함하지 않은 30대그룹의 종업원 수는 2000년 69만 명에서 2012년 123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하였고, 4대그룹의 종업원 수는 2000년 32만 명에서 2012년 65만 명으로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비정규직 포함을 감안하더라도 30대그룹의 종업원 증가율은 4.8%로 전체고용증가율인 2.4%의 두 배가 된다.

이는 대기업이 고용창출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잘못된 주장임을 입증한 셈이다. 대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을 이뤄 자리를 잡고 나면 자체적으로 분할하여 중소기업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룹계열사 안에 자회사들 중 상당수가 사실상 중소기업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대기업은 고용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과보호가 부른 중소기업의 타락

‘피터팬 증후군’이란 육체적으로 이미 성숙해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심리를 뜻한다. 피터팬처럼 어린이로서 대우받고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마마보이 혹은 정부의 보호만을 바라는 기업을 일컫는데 쓰이기도 한다. 
 

‘중소기업 피터팬 증후군’은 중소기업이 각종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를 회피하고 멈추려는 행태를 가리킨다. 정부의 지원과 보호를 계속해서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소기업 규모를 유지하려 애쓴다. 일부 중소기업은 고용이 필요한데도 사람을 뽑지 않으며 성장을 외면한 채 수치를 조작하는 사례마저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을 노리고 이러한 편법을 동원하는 기업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침체를 부르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졸업을 앞두거나 갓 졸업한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인 29.5%는 졸업을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 잔류를 위한 인위적 방법으로 '분사·계열사 신설'(38.8%), '임시근로자 확대로 상시 근로자 수 조정'(29.0%), '사업부문 매각·매출 조정 등 외형 확대 포기'(16.1%), '생산기지 해외 이전'(12.9%) 등을 활용했다.
 

이처럼 일부 중소기업들은 졸업을 회피하기 위해 분사, 상시근로자 조정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매출이 4조 원을 넘었던 A컴퓨터기업이 자진해서 중소기업이 된 것이나 사무용 가구 1위 업체인 B기업이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정부 발주시장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 회사를 쪼갠 것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빠른 성장으로 중소기업 졸업을 앞둔 한 회사는 상시 근로자 수에 해외법인 종업원이 합산되지 않는 점을 이용하여 중소기업으로 남으려고 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어야

많은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을 역대 가장 성공적인 규제개혁 사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중앙정부, 광역단체, 기초단체 모두가 탈규제에 앞장선 결과, 휴전선 인근 작은 군사도시에 불과했던 파주는 이 LCD 공장으로 인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새롭게 거듭났다.
 

2004년 3월 경기도는 LG디스플레이의 LCD 공장 건설을 위한 '파주 LCD 일반 산업 단지' 조성을 승인했다. LG디스플레이와 경기도가 투자의향서(MOU)를 체결한 지 13개월 만의 결과였다. 이곳엔 LG디스플레이(168만㎡) 외에 LG 화학, LG 이노텍 등 LG 계열사 단지, 외국인투자기업 전용 당동지구, 국내기업 전용 선유지구 등 2개의 협력사 단지가 들어섰고 세계 최대(446만㎡)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 독일 쇼트, 일본전기초자(NEG) 등 세계적 소재기업들 역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파주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지역내총생산(GRDP)이 17% 증가해 경기도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가 됐고, 인구도 2006년 29만 명에서 10만 명 이상이 늘어 40만 명을 넘어섰다. 규제개혁의 성공스토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은 규제개혁의 성공 신화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이곳을 주목하고 있으며 눈부시게 빠른 성장 속도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한동안 저성장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 있던 국가경제 전망까지도 밝게 만들었다. 수도권에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개혁을 통하여 지역경제 급성장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 기간 정치권은 기업격차를 줄이겠다며 반시장적 규제와 대기업 견제 정책을 양산했고 그 결과 대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러한 시점에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바른 규제개혁을 통하여 대기업이 고용창출과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잘사는 나라에는 대기업이 많다. <포천>지가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의 수를 보면 이런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 2009년 500대 기업 가운데 미국은 140개로 대기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였다. 그 다음으로 일본 68개, 프랑스 40개, 독일 39개, 중국 37개, 영국 27개, 스위스 15개, 우리나라 14개 순이었다. 2013년에는 미국 128개, 중국 95개, 일본 57개, 그리고 한국 17개이다.
 

나라의 경제적 부침에 따라 대기업의 수도 함께 변동한다. 즉 한 나라의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흥하고 발전하면 대기업의 수도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대기업의 수는 마치 올림픽의 금메달 수처럼 경제성적표에 해당한다. 중국은 1997년 3개에서 2008년 29개, 2009년 37개로 늘었고 2013년 95개로 크게 늘었다. 반면 일본은 오랫동안 제로 성장에 머물다 보니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대기업 수가 1997년 126개에서 2009년 68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13년 57개로 줄었다.
 

한국은 1997년 13개에서 2009년 14개로 큰 변화가 없었고, 2013년 17개에 그쳤다.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평등주의 정서가 퍼지면서 반(反)대기업 정서, 반자본주의 정서가 퍼진다. 그러다 보면, 대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과 제도가 자리를 잡게 되고 사회는 정체(停滯)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나라가 지금 그런 상태다. 작은 기업이 존경과 칭찬의 대상이 되고, 대기업은 질시와 견제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사회적 자본과 정책이 작은 기업에 집중되고, 대기업에는 차별적 규제가 집중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지 못한다.
 

세계적인 기업이 태어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반기업 정서가 높은 나라에서 뛰어난 기업이 나올 수는 없다. 경제성장에 우호적인 나라, 기업가를 아끼는 나라에서 대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과거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기업천하지대본(企業天下之大本)’인 시대이다. 시장 규모가 국경을 넘어 커지고 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치열한 경제전쟁을 이겨 내야 하는 주체가 바로 기업이다. 평등주의 기준으로 보면, 기업은 악(惡)한 존재이다. 마치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정의롭지 못한 존재로 비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은 선(善)한 존재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게 우리 사회를 번창하게 만든다.
 

대기업을 더 만들어 내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풍요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격차를 받아들여야 발전할 수 있어

기업격차는 경쟁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형상이다.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시장에서 기업의 크기가 결정되고 누가 생산할 지를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개혁하려고 노력해야지 기업의 규모가 작다면서 보조금을 바라거나 큰 기업을 규제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태도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주체가 바로 기업이다. 그런 경쟁의 주체가 불평에 빠진다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일 뿐이다. 경쟁을 통해 혁신에 성공한 기업에 의해 소비자는 더 큰 혜택을 누리게 되고 그런 성공한 기업들로 인해 세계는 더 평평해 진다.
 

양극화는 많은 나라들이 고민하는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평등주의 정서가 강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심한 편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심각한 수준의 반시장적 규제가 규모가 큰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특별히 규제를 받아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큰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부당한 사고가 상식처럼 굳어졌고, 상당수 규제와 법이 반대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규모의 격차를 이유로 기업을 차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남발하게 되면, 기업은 기업의 규모를 왜곡하게 되고 심지어 작은 규모로 유지하려 애쓰기도 한다. 경제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기업의 규모를 나누고, 공장의 규모를 나누는 일은 경제적인 비효율을 가져온다. 더구나 기업가 입장에서 기업을 키우고 성장시키려 하지 않고, 기업의 규모를 적당 선에서 멈추도록 유인한다. 기업을 차별하는 반시장적 규제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규제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범주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기업이 커질 경우 새롭게 감수해야 하는 규제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각종 세금이나 부담금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기업이 커지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중견기업에서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커지는 경우에는 더 많은 규제를 받게 된다. 특히 이 규제는 자산의 규모에 따라 차별규제를 하는데, 자산규모를 규제의 이유로 삼는 정치적·이념적 속성을 가지고 있어 그 폐해가 크다. 이러한 법률이 만들어진 이후 우리나라에 새로운 대규모의 글로벌기업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은 이 규제가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국가와 국민에게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기업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규제가 계속 존속될 이유는 없다.
 

기업의 규모에 따른 차별규제가 합리적이지 않다면 철폐하는 것이 규제개혁의 주요 과제가 된다. 또한 무수히 많은 법률에서 그러한 차별규제를 해소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긴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기업환경을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려면 경쟁지향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쟁을 제한하거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참고문헌

김시정, 주요 법률에 나타난 규모별 기업규제 현황과 과제, CFE Report 자유기업원, 2009.
김영용, 기업, 프리이코노미스쿨, 2014.
송병락, 기업을 위한 변명, 김영사, 1999
신중섭 편저, 경쟁은 아름답다, 북앤피플, 2014.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 규모에 따른 주요 규제와 문제점, 규제개혁 시리즈 14-01, 전국경제인연합회, 2014.
최승노, 경제발전의 훼방꾼들, 백년동안, 2014.
최승노, 사회주의는 왜 실패하는가, 프리이코노미스쿨, 2014.
최승노,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프리이코노미스쿨, 2014.
최승노, 2001년 한국의 대규모기업집단, 자유기업원, 2001.
포브스 외,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 아라크네, 2011.
 

(이 글은 자유경제원에서 '격차'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기업 격차'를 주제로 발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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