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유주의 경제학…빅 브러더…역사, 나를 깨어나게 한 33권의 책 이야기

자유경제원 / 2014-11-11 / 조회: 2,536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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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경제학…빅 브러더…역사, 나를 깨어나게 한 33권의 책 이야기

입력 2014-11-07 18:09:09 | 수정 2014-11-07 18:09:09 | 지면정보 2014-11-10 S10면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1) '나를 깨우는 33한 책'
‘나를 깨우는 33한 책’은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복거일 소설가 겸 사회평론가가 손잡고 엮은 책이다.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327쪽 안에는 ‘나를 깨워주는’ 33권의 책이 소개돼 있다. 33명이 각각 한 권씩을 풀어냈고 두 원로가 ‘추천서’를 붙였다. 33권의 책 목록은 표와 같다.

책은 인류와 대한민국을 번영케 한 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자유주의 사상이다. 왜곡되고 덧칠된 자유주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기획서라고 할 만하다.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선 자유주의 사상가와 그들의 명저(名著)를 소개한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가 권한 ‘법’(클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은 고교생들도 단번에 읽어내려 갈 수 있다. 전체 길이가 짧고, 내용이 쉽다. 1장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경제에 대한 시각 교정을 일깨운다. 멀쩡한 유리창을 깨면 유리창 공장의 생산과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보이는 것이고, 유리창을 안 깼더라면 그 돈이 옷 사는 데 쓰였을 것이고 이로 인해 옷 공장의 생산과 고용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본다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것이다. 전자는 유리창만, 후자는 유리창과 옷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 보이는 효과만 추구하면 안된다는 설명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송복 교수는 ‘노예의 길’(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을 추천했다. 250쪽 분량인 책 속에는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의 핵심원리가 담겨 있다. 하이에크는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 경제가 망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1980년대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붕괴하자 ‘거봐라 내가 뭐라 했나’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 자유가 없으면 정치적, 시민적 자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주의 명령 경제는 작동 불가능이라는 것이다. 시장과 개인의 자유, 경쟁을 규제하는 개입이 많은 나라일수록 실패한다고 했다. 대학에 가서라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복거일 선생님이 필독서로 소개한 ‘소유와 자유’(리처드 파이프스)는 고교생들이 읽기에 조금 벅찰 수 있다.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였던 리처드 파이프스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의 소련 전략을 수립한 실무 책임자였다. 그는 외교관도 군사지휘관이 아니었지만 소련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소련을 ‘악의 축’으로 본 레이건 대통령의 이념과 더해져 소련을 멸망시켰다. 그는 재산의 역사를 서술하고, 인권도 재산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20세기는 사유재산에 가장 적대적인 시기였으며 결과의 평등을 추구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파이프스는 썼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이영훈) 일독을 권했다. 역사 교육이 의무화되는 시점에 읽어두면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대한민국 역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평가한다. 아시아 대륙 전체가 공산화되고 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나라만 자유시장경제를 한 결과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국이 된 과정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을 깊게 공부한 뒤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이영훈 선생이 직접 썼다는 점에서 명저라고 김 교수는 의미를 부여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1984’(조지 오웰)를 읽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고 썼다. ‘1984’는 전체주의 국가가 어떻게 타락해가고,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유린하는지를 보여준다. 일거수 일투족이 빅브러더의 감시와 통제 속에 있을 때 인간과 국가는 파멸한다는 점을 이 소설은 일깨운다. 겨울방학 동안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이 있다면 이 소설이어도 무방하다.

이 밖에 언론인 출신이 쓴 ‘경제학 1교시’(헨리 해즐릿)도 필독서다. 경제 이야기이지만 고교 교양으로 읽어도 보약이 된다.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도메 다쿠오)는 애덤 스미스의 두 고전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제대로 정리해준 책이다. 부의 원천은 분업과 시장이라는 점(국부론)과 스미스가 인간의 이기심과 방종을 용인했다는 속설이 도덕감정론의 원래 뜻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복거일 선생님은 “이 책과의 우연한 만남이 운명적이어서 그 뒤의 만남들은 모두 필연이었다고 술회하는 자유주의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한국에선 매년 4만여종의 책이 출판된다. 이 많은 책 중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까. 어려운 선택이다. 제목으로 손길과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책이 매우 많다. 필자가 존경하는 노(老) 교수 중 한 분은 잘못된 책을 만나 인생의 길을 한참 돌아온 경험을 들려줬다. 청소년과 청년기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평생의 좌표가 달라진다는 설명이었다. 개인과 자유의 가치, 국가 번영을 일러주는 사상을 담은 책을 읽었다면, 그 많은 세월과 정열을 사회주의에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 교수는 후회했다.

필자가 이 책 읽기를 권하는 것은 이 시대를 질투와 투쟁의 역사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를 냉철한 이성과 지성으로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소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사회주의를 미화하려는 어떠한 기름칠도 거부한다. 세상의 작동 원리와 인류를 번영케 하는 사상(자유주의)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여기에 소개돼 있는 33권 중 한 권이라도 만나 읽는다면, 커다란 몽둥이로 뒷목을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또 그동안 정의라고 믿어왔던 이론과 관념들이 한갓 쓰레기였음을 깨닫게 되리라 확신한다. 필자 역시 그런 느낌에서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늘 이런 생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 학교에선 왜 이런 책을 읽게 하지 않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런 책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탓이 아닐까라는 데 모아진다. “보다 일찍 만났어야 할 책이다.” 놀라운 경험을 미리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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