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애덤 스미스·하이에크, 소유권제도 형성에 종교 지대한 역할

자유경제원 / 2014-11-12 / 조회: 1,666       미디어펜
애덤 스미스·하이에크, 소유권제도 형성에 종교 지대한 역할사익 추구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근대적 산물…문화적 진화로 규제 시작
민경국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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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11  13: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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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의 제기

  
▲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기적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는 빈곤 실업 소외 혼란 등, 이른바 ‘홉스 문제(Hobbesian Problem)’가 야기된다는 이유에서 사익추구를 우려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가 나서서 사익추구를 규제해야 한다고 한다.

그에 반하여 이기심을 예찬하면서 ‘사익추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시장이라는 식으로 시장경제를 해석한다. 설득력이 있는 설명도 없이 이기심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어떤 규제도 불필요하다는 논리를 도출한다. 이기심의 낙관론이다.

그 두 가지 주장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경제는 국가의 규제가 없이도 시장 스스로가 이기심을 규제하는 자율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인간의 사익추구의 원천이 본능이 아니라(제2장) 문화적 진화의 선물 즉 근대적 산물이라는 것(제3장)을 보여줄 것이다. 자유시장이 어떻게 홉스 문제를 해결하는가는 제4장에서 다룰 것이다. 마지막 제5장에서는 전체내용을 요약할 것이다.

2. 생물학적 진화: 이타심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타적이냐 이기적이냐는 오랜 논쟁의 대상이다. 이 문제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서 다루고 있다. 사회생물학은 유전자가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 행동 동기는 이기적이라는 것이고 진화심리학은 인간본능은 이타적이라고 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

사회생물학은 진화는 오로지 개체의 자손을 퍼트리는데 목적을 둔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추진된다고 믿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그러나 오늘날 출산율의 감소는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극대화한다는 사회생물학의 가설과 정면충돌한다. 사유재산 계약준수 등은 본능을 통한 설명이 불가하다. 그들은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타적이라는 진화심리학의 인식이 옳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리의 정신적 성향은 생물학적 진화사에 뿌리를 두고 있고 정신이란 호모사피엔스의 심리적 본능적 구조가 형성되던 환경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환경은 부족이나 혈연관계를 가진 소규모 집단(150~30명)을 이루어 수령과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수렵과 채취를 하면서 살았다. 사유재산 시장교환과는 거리가 먼 사회였다. 서로 돕고 나누어 먹으면서 애정 연대로 뭉쳤다. 공동으로 달성할 목적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연대감, 유대감, 사랑, 나누어 먹기 모럴, 집단주의 사고, 감성적인 사고 등, 이런 정신구조는 수렵채취자들이 직면했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심리적 요소였다. 그래서 이를 하이에크는 ‘부족사회의 정신태도(tribal mentality)’라고, 코스미데스는 ‘석기시대의 정신(stone age mind)’이라고 말한다.

3. 문화적 진화: 이기심

석기시대의 애착심과 애정, 집단주의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삶을 극복하는 힘이 작동했다. 그러나 이게 문화적 진화이다. 이 진화의 결과 형성된 게 정직성, 계약의 준수 사유재산 낯선 사람들과의 거래 등 점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동방식이었다. 
후천적으로 학습된 그런 규칙들은 점차 성장하여 본능을 교체해갔다. 이제 생물학적 진화 대신에 문화적 진화가 들어선 것이다. 그런 규칙들은 이기심을 허용하면서 이타적인 본능을 침해한다. 이 맥락에서 김정호와 공병호는 ‘갈등하는 본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기심은 근대적 산물이다. 사회학자 퇴니스가 공동체사회와 이익사회를 구분하는 것도 이기심의 근대적 산물임을 말해준다.

- 인간이성의 한계와 이기심

그런 제도들로 개인들의 활동영역이 대폭 늘어났다. 인구도 급진적으로 늘어났다. 낯모르는 사람들과 협력하고 거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본능에 정착된 이타심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이에크는 『자유의 헌법』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절친한 사람들의 운명에 대하여 진정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에서 수천, 수백만 명의 불쌍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들 각자의 개별적인 사정은 알지 못하는 경우 이런 불쌍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없다.”

즉, 인간은 지적 능력에 한계가 있고 그래서 도덕적 역량도 제한되어 있다는 게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들은 이타심을 가족이나 또는 친구관계와 같은 소규모 그룹에만 행사될 수 있을 뿐이다. 열린 거대한 시장사회애서 이기심이 이타심을 대체했다.

- 애덤 스미스의 두 얼굴

많은 사상가들은 도덕 감정론에서는 인간의 이타심에, 국부론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존해서 썼기 때문에 도덕 감정론은 ‘애덤’이 썼고 국부론은 ‘스미스’가 썼다는 식으로 풍자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에게 모순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이타적 행동은 인간관계의 친숙성에 좌우된다는 게 스미스 논리다. 그런 행위를 빈번히 목격할 수 있는 사회는 친숙도가 높은 가족 이웃 등 소규모 그룹이다.

상업사회는 비교적 낮은 상이한 친숙도의 사람들이 분업하는 거대사회이기에 그 속에서 이기심이 지배한다는 게 스미스의 인식이다. 스미스의 동감의 원리 즉 역지사지도 그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실험경제학으로 유명한 노벨경제학 수상자 버논 스미스(V. Smith)도 인간의 이중성을 분명히 보고 있다. 가족 교우회 등 소규모 사회에는 이타심이 지배하고 거대사회인 시장의 교환에서는 이기심이 지배한다.

4. 열린사회와 홉스 문제의 해결: 자생적 질서

오늘날과 같이 거대한 사회에서 이기심이 지배한다. 사적영역의 확대로 사익추구의 여지가 대폭 넓어졌다. 인간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질서가 어떻게 가능한가?

문화적 진화는 인간들이 자의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익추구를 규제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자생적으로 형성되었다.

(1) 행동조정을 통한 사익추구의 자율규제: 사적 영역에서 개인들은 각자 목적순위를 정하고 각자 가진 지식을 동원하여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그들의 계획이 거래 파트너들의 계획과 서로 양립하야 한다. 거래파트너들은 계획수정,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자신들의 계획들을 상호간 적응시켜간다. 이게 조정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개인들은 사익추구를 절제한다.

(2) 경쟁과정을 통한 사익추구의 자율규제 시장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놓고 경쟁한다. 그런 경쟁은 자의적인 사익추구를 통제한다. 품질이 나쁨에도 비싸게 팔아서 사익을 추구는 행위는 시장이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사익추구를 위해 멋대로 해고하는 기업은 노동자들의 ‘등 돌리기(exit)’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그런 기업을 시장메커니즘이 처벌한다. 경쟁은 위계조직을 상호이익의 범위내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3) 행동규칙을 통한 사익추구의 자율규제 인간들은 이기심을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은 또 있다.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행동규칙이다. 개인의 자유 인격 재산의 침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 행동규칙들은 시장의 발전과 함께 공진화한 것이다. 인간들은 그런 공동의 행동규칙들을 지킴으로써 무임승차, 사회적 딜레마 등 홉스의 문제가 해결되어 인간들 사이의 협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문제는 왜 인간들이 그런 행동규칙을 지키는가의 문제이다. 문화적 진화는 행동규칙의 위반을 처벌하는 메커니즘을 탄생시켰다.

처벌메커니즘 1: 보복이라는 메커니즘을 탄생시켰다. 내가 약속이나 재산의 보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지키지 않고 그 위반을 보복한다. 보복이 두려워 행동규칙을 지킨다. 그런 보복은 행동규칙의 자생적 형성과 그 준수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비난과 추방 메커니즘을 탄생시킨 것도 진화다. 행동규칙을 위반할 경우 불특정 다수의 비난을 받고, 극단적인 경우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한다. 배척 추방과 같은 요인에 의해 규칙도 스스로 지킨다.

처벌메커니즘 2: 행동규칙의 준수여부가 그런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지킬 성향이 몸속에 체화되어 있는 경우이다. 지켜야 할 행동규칙이 우리의 정신 속에 내재되어있다. 이를 위반하면 양심의 가책, 수치심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인간내면의 소리에 의해 규칙위반이 처벌된다. 그것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행동규칙이다.

어떤 초월적 존재나 또는 어떤 신성한 상징과 연결시켜 행동규칙들의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이로써 그 행동 규칙의 준수를 강화한다. 이 상징으로서 또는 초월적 존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종교이다.

애덤 스미스, 하이에크가 자본주의의 소유권제도 형성에서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던 것, 자본주의 발전에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의 역할을 강조한 막스 베버의 종교경제학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이다. 
 

5. 맺는 말

이기심을 뜻하는 사익추구는 생물학적 본능적인 것이 아니다. 본능은 이타적이다. 사익추구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근대적 산물이다. 문화적 진화의 선물이라는 뜻이다. 문화적 진화는 한편으로는 사익추구를 허용했지만 다른 한편 그 사익추구가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길들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게 조정과정 경쟁과정 그리고 처벌과정 등 사익추구에 대한 시장의 자율규제 메커니즘이다.

좌파와 간섭주의는 왜 사익추구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강력한 국가의 개입을 주장하는가? 인간행동에 대한 자율규제 메커니즘을 알지 못했다. 전통적 균형경제학은 균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같은 자율규제 메커니즘을 알지 못한 채, ‘사익을 최대한 충족시키는 게’ 시장이라는 뜻으로 시장을 왜곡한다.

자유주의 경제학은 이기심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이기심을 행사하는 조정하고 통제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을 본다. 그 메커니즘이 조정 ·경쟁 ·행동규칙 메커니즘이다.

물론 그런 메커니즘의 기능을 위해 국가도 필요하다. 그때 공익개념이 등장하는데 그게 목적이 지배하는 공익개념이 아니라 법이 지배하는 공익개념이다. 이 개념은 공리주의처럼 이기심에서 도출하는 것도 아니다. 시장의 자생적 질서라는 개념에서 도출한다. 목적이 지배하는 공익개념은 ‘사법의 공법화’를 초래하는 무서운 개념이다.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의 시장경제에 대한 그릇된 통념깨기 연속토론회 '공익이 아니라 사익으로 인해 세상은 발전한다'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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