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약자 괴롭히는 탁상행정

자유경제원 / 2015-01-13 / 조회: 2,660       미디어펜
 > 칼럼
중소기업 적합업종, 약자 괴롭히는 탁상행정경쟁력 있는 대기업 규제 결국은 외국계 기업에 시장만 내준 꼴
이건희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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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2  13: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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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은 12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경제진화연구회와 공동주최로 <청년 자유주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의 주제는 <청년, 자유주의를 말하다>로 1)법 언론 역사, 2)정치 안보 통일, 3)경제 등 여러 세션 별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생각하는 바로세우기를 함께 나누었다. 발제자, 토론자들이 각기 분야별로 생각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와 제언이 이어졌다. 아래 글은 경제 세션에서 발표한 이건희 자유경제원 인턴의 발제문 전문이다.

경쟁을 허(許)하라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장경제,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도태되는 이를 위해서 시장에 개입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은 대부분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게 규제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흔히 대기업을 강자, 중소기업을 약자로 본다. 그러한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소기업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막거나 대기업의 산업진입을 막아야 된다는 정책이 생기게 되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제도가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대통령직속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조업 분야에서 어떤 제품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게되면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되거나 제한된다. 2011년 9월부터 시행되었으며 2013년 12월에는 100여개 품목이 지정되어있다.(그 전에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있었다가 2006년에 폐지되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제도의 내용만 본다면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서 보호하고 이익을 챙겨줘서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원했던 것은 국내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중소기업의 활발한 기업활동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외국기업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활보하고 있는 중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국내 대기업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외국기업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이 있다. 2011년 MRO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삼성그룹은 2011년 MRO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인터파크에 매각했으며, SK그룹은 ‘행복나래’라는 MRO계열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비슷한 시기 한화그룹도 MRO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나머지 대기업들도 MRO관련 사업들을 철수하거나 국내시장 관련 사업은 대폭 축소하고 해외시장에만 주력했다.

  
▲ 사진은 '행복한콩 고소한두부 비타민D' /사진=CJ제일제당 제공 

MRO 사업 규제로 인한 대기업의 공백을 외국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작년 매출이 12조원에 달하는 독일 최대 MRO 기업인 독일 뷔르트는 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기업 한국화스너를 인수하여 국내 MRO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또한, 일본 미스미그룹도 올해 1월 한국법인 한국미스미를 만들어 공구 기자재 등 MRO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엔 세계 최대 MRO 기업인 미국 그레인저의 일본 자회사 모노타로가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모노타로는 작년 4월 ‘나비엠알오’라는 한국 법인을 만들었고, 세운 지 1년6개월 만에 무려 3만여개 국내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인하여 국내 대기업들도 경쟁하기 힘든 해외 대기업들과 국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더욱 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MRO 사업이 외국 대기업들이 활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두부 사업에서는 국내 농가만 피해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부제조업은 2011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었다. 지정이 되고 난 뒤, 두부제조업을 하고 있던 CJ나 풀무원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시켰다. 그 결과로 2013년 국산콩 수매량이 2만t에서 1만t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주로 외국 콩보다 비싼 국산 콩을 이용하여 두부를 제조한 기업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가뜩이나 2013년 콩 생산량은 전년대비 20%나 늘어서 가격이 떨어지는데 대기업들마저 수매를 안하게 되자, 국산 콩을 재배하는 농민들을 이래저래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보다 못한 농림축산식품부가 두부를 중기업종에서 빼달라고 최근 동반위에 정식 공문까지 보냈었다. 정부가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면서 만든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또 다른 약자로 알려진 농민들을 죽이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Bright Promises, Dismal Performence)'

예로 들은 MRO와 두부시장 말고도 LED 사업에도 외국계 대기업 필립스가 이득을 보고 있고, 막걸리 사업은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된 지 1년 만에 시장이 15%나 위축 되어버리는 등 많은 사업에서 이러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빈자리를 메꾸고 각 사업에서 성장을 이끌어 낼 줄 알았지만 오히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사업들의 성장률은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4년 12월 동반성장 위원회는 논의하고 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26개 중 14개를 해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시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는 제품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 사진은 느린마을막걸리 750ml. 막걸리가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된 1년 후, 막걸리 시장 총 매출액은 15% 축소되었다. /사진=배상면주가 제공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작년 2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9.1%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예와 같이 오히려 대기업의 퇴장으로 시장이 축소하고 외국 대기업들만 배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이 축소하면서 기존에 있던 일자리도 사라지면서 질 좋은 일자리인 대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부가 약자를 경쟁에서 보호한다는 선의를 앞세워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약자를 더욱 더 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학파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말했듯이 정부는 ‘화려한 약속’을 했지만 결과는 ‘우울한 성과’를 거뒀다.

자유로운 경쟁은 혁신을 만들고 좋은 기업을 만든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과연 좋은 기업을 만들까? 자유로운 경쟁은 오로지 중소기업을 도태시키기만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 노력한다.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그만큼 만족시켜야 하고 소비자에게 봉사해야한다. 그러한 경쟁과정에서 기업들은 혁신을 이뤄내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선택받고 그 기업은 시장에서 좋은 기업으로 살아남게 된다.

도루코(DORCO)라는 면도기 회사가 있다. 도루코는 면도기 공급업체들 중에서 독보적이었고 정부의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보호막까지 쳐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보호막이 마찬가지로 외국기업까지 막아줄 수는 없었다. 1989년 면도기 시장이 개방화되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면도기 브랜드인 질레트, 쉬크 등이 국내 면도기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되었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하던 도루코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봉사하고 만족을 주어 선택받은 질레트와 쉬크 면도날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제품이 안좋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해인 1990년 도루코의 매출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도루코는 점점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었고 결국 여관이나 군대 등 무료로 제공하는 저가품 시장에서만 겨우 살아남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오자 도루코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예전의 아성을 되찾기 위해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루코의 면도날 기술은 2중날 밖에 못 만들었기 때문에 그 당시 3중 면도날을 앞세운 질레트와 쉬크의 면도날을 이길 수가 없었다. 기술혁신이 필요했기 때문에 도루코는 연구소를 세우고 독하게 기술개발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3중, 4중을 넘어 6중날 까지 만들기로 작심했다. 그 결과 세계최초로 6중 면도날까지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6중날 만들기에 성공한 도루코는 예전과 같이 허무하게 질레트와 쉬크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점점 도루코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좋았던 분위기도 잠시, IMF외환위기로 내수에만 의존하던 도루코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 것이다. 매출이 또 다시 반토막 난 것이다. 또 한번의 위기를 맞은 도루코는 해외진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질레트와 쉬크가 우리나라 면도날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그들도 해외 면도기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도루코 제품을 팔려고 해외 바이어들에게 접촉하기 시작했고, 노력한 결과 미국 K마트, 프랑스 RK르푸, 영국 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 'Pace'로 팔리기 시작했다. 이 결과 도루코는 120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이 되었고 매출액은 70퍼센트가 국외에서 나오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 도루코의 SNS 프로모션 행사 소개. /사진=도루코 페이스북 페이지 

도루코는 국내 면도기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경쟁에서는 보호받았고 그 속에서 안주하여 혁신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해외시장으로 지출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하지만 개방화가 되고 외국 기업들이 밀려오자 도루코는 도산위기를 맞았다. 그렇지만 도루코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6중날이라는 혁신을 이루어 냈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는 피나는 노력으로 현재 세계적이 기업이 된 것이다. 도루코 뿐만 아니라 현재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서 혁신을 이루고 소비자에게 선택받아 성장한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기업을 막아 중소기업에게 경쟁을 피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을 죽이는 일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애초에 면도기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아니었으면 도루코를 비롯한 여러 세계적 기업이 나왔을 것이다. 2004년 국내 면도기 시장 규모는 연간 600억원 안팎(숙박업소 공급량 제외). 이 가운데 다국적 기업인 질레트와 쉬크가 현재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30%밖에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폐해가 남아 있는 것이다. 정부의 국내 중소기업을 지켜주기 위한 경쟁제한이 국내 중소기업을 그저 온실 속의 화초로 만들어 버렸고 그 결과 외국 대기업에게 퇴출되고 마는 것이다.

경쟁에서의 보호가 아닌 자유로운 경쟁으로

국책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이 3.5%라고 예측했다. 세계경제성장률 3.8%보다도 낮은 예측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7%로 발표했으며 다른 기관들도 세계경제성장률 보다 낮거나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국내 65개 대기업 CEO 및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2015년 경제성장률 및 환율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0.6%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2% 수준으로 예상했다. 3.8%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은 4.7%, 3.5%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은 23.4%였고 나머지는 3.2% 낮을 것이라는 응답이었다. 실제로 기업활동을 하는 CEO들이 느끼기에는 연구소들의 전망치보다 훨씬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앞으로 계속 성장해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관적인 전망들이 나온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청년실업은 갈수록 늘어가고 질 좋은 일자리는 잘 생기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바로 경제성장일 것이다.

고성장을 이뤄야 실업도 해소될 것이고 국민경제도 튼튼해질 것이며 나라도 부유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경쟁을 막는 정책으로는 절대 경제성장을 이룰 수도, 질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며 기업은 자유로운 경쟁과 기업활동을 하면서 성장을 하며 이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봉사하며 소비자인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시장에서의 경쟁 과정으로 인해 좋은 기업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다. 더 이상 경쟁을 막는 정책이 아닌 경쟁을 허(許)하는 정책을 펴야 좋은 국내 기업들이 많이 생길 것이며, 좋은 일자리도 많아 질 것이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의 경제도 성장할 것이며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에 발을 걸칠 수 있을 것이다. /이건희 자유경제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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