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K리그에서도 ‘티키타카’를 볼 수 있을까

자유경제원 / 2015-01-27 / 조회: 2,099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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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도 ‘티키타카’를 볼 수 있을까
정용승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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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23  1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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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을 기억해 본다. 2014년 7월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 후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사퇴가 이어졌다. 월드컵이 끝난 후 이렇게 불만이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차범근 감독이 중도 경질됐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쳤고,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엿을 던지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로 축구 팬들의 '분노’를 엿볼 수 있었다. 당연한 결말이었지만, 홍명보 당시 감독은 1년이라는 초라한 임기 기간만 채우고 불명예 퇴진하기 이르렀다.

최악의 월드컵이었다는 평가까지 들으며 귀국한 홍 감독은 또 한 번의 실수를 하게 된다. “왜 K리그 선수들을 선발하지 않았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홍 감독은 “K리그 선수들은 B급 선수”라는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집고 가자면 이렇다. 우선 홍 감독의 해외파 선수 사랑은 '의리 축구’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실력이 출중한 K리그 선수가 있다면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보다 먼저 선발하는 게 맞는다. 그 기자는 이런 의도였다. 그리고 홍 감독은 'K리그는 해외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고 당연히 수준이 떨어진 만큼 선수 수준도 높지 않다’는 의도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홍 감독의 의중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의도야 어쨌든, K리그 팬들에게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리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홍 감독은 이미 선수시절 '전설’로서의 커리어는 지워지고 K리그를 무시한 최악의 감독이 돼 있었다.

  
▲ 홍명보 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K리그의 존재 이유

월드컵의 후유증이 끝나갈 2014년 말 무렵, 또 한 번의 폭풍이 몰아쳤다. 포항스틸러스 구단의 유스 고등학교인 포철고 출신 황희찬 선수가 포항스틸러스를 거부하고 오스트리아 리그 장츠부르크로 입단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정을 들어보면 작은 문제도 아닌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일단 황희찬 선수는 포항으로부터 중1때부터 고3때 까지 6년 간 포항의 지원을 받았다. 당연히 포항의 우선 지명 대상자였고 포항 역시 황희찬 선수를 한국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키우기 위해 우선 지명권을 행사했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포철고의 4관왕을 이끌며 주목을 받은 황희찬 선수를 보고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육성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찬 선수는 포항과 계약 협상을 하던 중 돌연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잘츠부르크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포항의 입장에서, K리그 축구 팬의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황 선수는 왜 6년이나 지원을 해준 포항의 뒤통수를 때렸을까. 황 선수 주변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황 선수는 그동안 해외리그를 동경해왔다고 한다. 동 나이 대 선수인 백승호나 바로 아래 나이 대 선수인 이승우를 부러워했다고도 한다. 즉, 그의 그런 해외리그에 대한 동경이 '뒤통수’로 이어진 것이다.

이 쯤 되면 감이 잡힌다. 아시아를 호령하며 AFC에서도 인정한 아시아 1위 리그인 K리그는 겉만 1위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속을 까보면 실력이 조금만 있다 싶으면 바로 해외로 이적을 하는 잠시 몸값을 올리기 위해 몸을 담는, 거쳐 가는 리그에 불과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유럽리그가 아닌 중동, 중국, 일본 심지어 동남아 리그로 이적을 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명단에서 K리그 선수가 23명 중 단지 5명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몸값을 더 받기 위해 이적을 하는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선택이고 자신들이 원해서 이적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왜 K리그는 경쟁력을 잃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질문을 자문해야 한다.

  
▲ 2014년 7월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올스타전' K리그 올스타팀과 박지성 올스타팀의 경기에서 박지성팀의 강수일이 첫 번째 골을 성공 시키자 김병지가 김치곤에게 꽃다발을 던져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폐쇄가 리그의 질 하락 가져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K리그가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현재 K리그는 외국인 골키퍼 영입을 금지하고 있다. 굳이 콕 집어서 말이다. 왜 그럴까. 지금은 신의손(現 부산아이파크 골키퍼 코치)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샤리체프 골키퍼가 발단이었다. 천안일화에서 선수생활을 한 샤리체프는 당시 천안일화 전력의 전부였다고 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니폼니시 전 부천SK감독은 그를 두고 “천안을 못 이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대충 그의 위상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외국인 골키퍼의 활약을 본 다른 구단의 감독들은 당연히 한국 골키퍼보다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 골키퍼를 선호하게 됐고, K리그에서 한국인 골키퍼라고는 김병지 선수밖에 남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런 상황이 되자 축구연맹에서 '자국인선수보호’라는 명목으로 외국인 골키퍼 영입을 금지하게 이르렀다. 그리고 이 조항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자국인선수 보호라는 명분은 이해가 간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나. 물론 한국 골키퍼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간 것은 맞는다. 그러나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조민국 전 울산현대 감독의 “우수한 외국인 골키퍼가 오면 K리그 수준이 올라간다. 실력 있는 골키퍼를 뚫기 위해 공격수들의 슈팅 질부터 좋아진다. 또한, 함께 훈련하면서 국내 골키퍼들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지금 한국 축구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미 수 없이 많은 국제경기 후에 나오는 '골 결정력 부재’라는 신문 타이틀은 아침에 세수를 하듯 당연한 말이 돼버렸다. 결국 자국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폐쇄’를 택했고 '경쟁’을 포기했다. 폐쇄의 당연한 결말은 '혁신의 종말’이듯 혁신적인 골키퍼와 스트라이커는 나오지 않고 있다.

  
▲ 2014년 11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4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카이오가 후반 극적인 결승골을 넣고 서포터즈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전북 현대는 1-0으로 승리했다. /사진=뉴시스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자. 현재 K리그의 외국인 용병제한은 비아시아리그 3명과 아시아리그 1명이다. 총 4명까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반면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손꼽히는 EPL(English Premier League)에는 외국인 선수 제한이 없다. 여기서 질문 하나. 어느 리그가 더 재미있을까? 너무 쉬운 질문에 코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소위 빅경기라고 불리는 EPL경기들은 인터넷으로 경기는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국내에서만 20만 명을 넘길 정도라고 말한다면 EPL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까.(참고로 광주FC와 경남FC의 플레이오프 경기 관중 수는 2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현지에서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에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선수들의 경기력이 보여주는 힘이다.
개방이 더 좋은 리그 만들 수 있다

결론은 '개방’이다. 물론 단순히 개방을 한다고 해서 EPL급의 경기력이 당장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리그의 질은 높아진다. 우수한 선수들이 K리그로 들어와 그저 그런 한국선수들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질을 높이는 길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구단 수입은 늘어나고 다시 선수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긴다. 또한 개방이 된 후 K리그에서 살아남는 한국 선수들은 자연스레 자부심과 동시에 실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리그에 대한 자부심까지 동시에 올라가는 것이다. 선순환의 끝에는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축구를 볼 수 있는 K리그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일각에서는 한국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들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리그(1부리그)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은 챌린지리그(2부리그)로 내려가면 된다. 그 마저도 안 되면 3부리그로 가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타국 리그를 노리면 된다. 입지가 줄어든다는 말은 '국내’에서만, 그것도 1부리그에서만 한정된 말이다. 오히려 지금 1부리그에서 볼 수 있는 경기력을 2부리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스포츠도 산업이다. 산업은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시장경제논리가 있을 때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 K리그는 어떤가. 지자체가 운영하고 정치논리가 개입되는 구단이 대다수다. 그래서 K리그는 성장하고 있는가. 오히려 이대로 가다가는 리그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시점이다. 이대로 멈추느냐 반등하느냐는 결국 '개방’에 달려있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해결될 것이다. 가난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구단은 자연스레 없어지고 돈이 있고 수준도 높은 구단은 점점 위로 올라갈 것이다. 억지로 한국선수를 우대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장벽이 지금 K리그를 망치고 있다. 결국 '개방’이 답이다. /정용승 미래한국 기자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www.cfe.org),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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