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언제까지 증세인듯 증세아닌 증세? 썸타지 말자

자유경제원 / 2015-01-27 / 조회: 1,721       데일리안

언제까지 증세인듯 증세아닌 증세? 썸타지 말자
'증세 없다' 원칙 내세워 세율 확대 않는 간접 증세만
전문가 "세수 늘어나는게 목표라면 그 자체로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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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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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jyk@dailian.co.kr)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로 촉발된 증세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조세 원칙 재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제 축소, 부가세 부과 항목 확대, 비과세·감면 축소 등 실질적 증세를 추진하면서 ‘세율을 인상하고, 세목을 추가하지 않는 건 증세가 아니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아래 증세를 공식화하거나 세출 통제로 국민의 세 부담을 완화해 ‘증세는 없다’는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부의 조세 정책이 증세라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1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사실상 증세냐 아니냐를 떠나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도 “기존의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부담이 커졌으므로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는데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갇혀 있다 보니 세 부담이 늘었는데도 증세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이번 연말정산과 같은 편법증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증세는 없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 앞서 장관들과 티타임을 갖고 세제 개편에 대해 “이해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도 22일 브리핑에서 “증세의 정확한 개념은 세율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며 “학계에서의 개념도 증세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정부가 목적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세제 개편을 해서 즉, 세율 인상을 통해서 하는 행위를 증세라고 한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이어 “실제로는 감세를 했는데 세 부담은 더 늘거나 세수가 더 늘었다라고 하면 우리가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그것도 증세라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면서 “2013년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이와 같은 세제 개편은 증세 목적, 혹은 감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1월 17일 흡연자 권리찾기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개최한 ‘담뱃값 인상 저지와 서민증세 반대 규탄 집회’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담배소비세 인상과 개별소비세 신설 등 세금으로 흡연자를 쥐어짜는 내용의 풍자극을 연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3년 소득세법 개정 이어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 담뱃세 인상까지 '실질적 증세'

새 정부 들어 특정 계층의 세 부담이 느는 실질적 증세는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먼저 새누리당과 정부는 2013년 일부 특별공제 항목의 공제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율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당시 법안에는 공제방식 변경뿐 아니라 근로소득공제 축소, 일부 공제 항목 통폐합,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확대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했던 사항으로 사실상 부자 증세이지만, 정부가 증세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세율 인상과 세목 확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문제는 당시 소득세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일반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을 종전 16%에서 17%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따라 17개 기업이 법인세를 추가 부담하게 됐다. 이는 정부 기준으로도 명시적 세율 인상인 증세에 해당한다.

당시 청와대 측은 “이번 세법 개정은 전적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을 설득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해야 하니 야당의 요구를 무조건 묵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개정안 처리를 청와대의 원칙 파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음 증세는 2014년 1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이었다. 법률의 하위 개념인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야간 입법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역시 정부의 기준에서는 증세가 아니었다. 당시 시행령 개정에서는 쌍꺼풀수술, 코성형수술, 유방확대·축소술, 지방흡인술, 주름살제거술, 안면윤곽술, 치아성형 등 성형수술과 여드름 치료술, 제모술, 탈모치료술, 모공축소술 등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진료용역이 부가가치세 부과 항목에 포함됐다.

최근 증세로는 서민 증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지난해 담뱃세 인상이 있다.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담뱃세에 개별소비세가 신설되는 등 담뱃값에 2000원의 세금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당시 “정부의 담뱃값 인상, 지방세 개편이 세수 확보를 위한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담뱃값 인상은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지방정부 요청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증세를 안 할 거라면 정말 하지 말고, 할 거라면 명확히 밝혀야"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준과 상관없이 납세자 입장에서는 꾸준히 세 부담이 늘었으므로, 현재까지 이뤄진 세법 개정은 사실상 증세라고 지적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22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은 증세가 맞다. 정부가 처음 내놨던 지하경제 양성화도 관행적으로 세금을 안 내왔던 계층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므로 증세로 봐야 한다”며 “세금을 더 물리는 것도, 지금처럼 혜택을 줄이는 것도 다 증세다”라고 말했다.

그는 “증세가 없다는 말에 충실하려면 세금을 올리면 안 되는데, 복지비용 지출이 느는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지 않으면 일본처럼 부채만 늘어나게 된다”며 “그런데 보편적 복지에 법인세 등 보편적이지 않은 세금을 올리고, 복지비용을 줄이지 않으면서 증세가 없다고 말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원장은 이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특히 복지비용은 일회성 사업과 달리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상황에서 증세를 안 하겠다는 건 돈 빌려서 생활비를 쓰겠다는 것”이라며 “원칙대로 증세를 안 하겠다면 정말 안 하고 복지를 줄이든가, 그게 아니라면 보편적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정부가 세수 확보 액수가 늘어나는 걸 기본 목표로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자체는 증세로 국민이 충분히 느낄 만하다고 본다”며 “그러니까 앞으로 증세를 해서 지출을 늘린 건지, 증세를 안 하고 현재 수준으로 가져갈지에 대해 일종의 합의는 필요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성 교수는 “명확하게 ‘재정 지출이 현재 상태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든지, 아니면 엄격히 지출을 통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현 상태로는 정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증세를 안 한다고 해도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데일리안 =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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