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다시 떠오른 증세논란, 한국 어디로 가나④`증세(增稅)`는 안된다

자유경제원 / 2015-02-13 / 조회: 1,911       조세일보

[긴급진단]다시 떠오른 증세논란, 한국 어디로 가나

④'증세(增稅)'는 안된다

  • 보도 : 2015.02.10 08:20
  • 수정 : 2015.02.10 08:20

◆…"증세, 그게 할 소리냐?" =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복지와 증세논란과 관련해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가 되면 세수가 자연히 더 많이 걷히게 되는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모두가 최선을 다했느냐,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고 하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자신의 손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손'이라고 착각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어도 돈이 생겨나는 '마법'을 보여주겠노라고 약속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대통령의 '마법'은 바로 '증세없는 복지'였다.

돌을 금으로 만들겠다는 연금술과도 같았던, 그 마법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금덩어리로 변하지 않은 돌덩이들을 주변인들이 집어 들어 마법사(박근혜 정부)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증세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문제삼으며 '증세'를 공론의 장으로 다시 끄집어 냈다.

오히려 여당이 더 적극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급기야 "세수가 부족하니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말을 정치권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인가"라며 증세론에 불을 지핀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정치권이 부추긴 증세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는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증세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힌 채 복지공약 수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박근혜 정부의 행보가 가뜩이나 위험의 징조가 보이는 국가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도 정치권도 '최후의 수단'인 증세라는 금단의 열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시들어가는 한국경제, "현실을 직시하라" = 없는 곳간에서 인심날 수는 없는 법. 저출산 고령화와 더불어 본격 저성장시대로 돌입한 이때 증세는 가뜩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통계를 통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을 살펴보자.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1970년 4.53명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3년에는 1.19명으로 낮아졌다. 평균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출산율이 줄어든다면 사회 구성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일할 사람이 줄어들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과 반비례해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의 수, 즉 노년부양비는 지난 1970년 5.7명에서 2013년에는 16.7명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통계청은 이 수치가 2020년에는 22.1명으로, 2040년에는 57.2명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60년에는 80.6명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대략 1명씩의 노인을 먹여살려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지고 노년부양비가 올라가는 동안 경제성장률은 추락을 거듭했다.  

대한민국의 실질GDP 성장률은 지난 1970년에는 10%에서 1983년에는 13.2%로 정점을 찍었고, 그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1년에는 4.5%, 2011년에는 3.7%, 2012년에는 2.3%, 2013년에는 3%, 2014년에는 3.3%를 기록했다.

떨어진 성장률만큼 일자리도 날아갔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1990년 5.5%에서 2000년에는 7.6%로 늘어났고, 2013년에는 8%로 증가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새로 터져나오는 일자리와 부가가치는 점점 줄어들어가는 지금의 한국경제는 과거의 역동성을 잃어버린 채 점점 그 걸음이 느려져가고 있다.

□ 경제활성화 없는 증세는 '공멸' =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의 공급주의 경제학파 아더 래퍼(Arthur B. Laffer)는 '래퍼 곡선'이라고 불리는 그래프를 만들었냈다.

이 곡선의 함의는 간단하다.

세율이 낮을수록 노동의욕, 투자의욕, 저축의욕이 높아진다는 전제 하에 어느 정도까지 세율을 높이는 것은 세수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 세율을 높이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율이 0%일때는 세수도 0이지만, 세율이 100%일때는 아무도 일이나 투자를 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세수가 0이 된다는 것이다. 세율 0%와 100% 사이에 세수가 극대화되는 소위 '최적의 세율'이 있다는 것이 이 그래프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이것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세논쟁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는 세율이 같다면 세수는 자연스럽게 늘기 마련이다.

어떤 해에 100만큼을 생산하는 어떤 국가가 있다고 하자. 이 국가의 국민들은 100중의 10을 세금으로 내는 10%의 세율을 갖고 있다. 이 국가는 그 다음해에 120만큼을 생산했다. 그렇다면 이 국가는 12만큼을 세금으로 걷게 된다.

하지만 세율을 20%로 올릴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국가의 생산이 120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세금이 120의 20%인 24만큼 걷힐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래퍼의 주장이다.

더 걷는 세금만큼 민간의 투자여력와 의욕이 줄어들어 그만큼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율을 올리는만큼 기계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세수를 올리려면 단기적으로는 세율을 올리는 것이 답일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활성화가 적절한 방법이라고 유추될 수 있다.  

무조건 세율을, 특히 부유층의 세율을 올려 그들의 주머니를 턴다고 해서 모두가 원하는 복지국가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지난 2006년 작고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둘 다 놓치고 말지만 평등보다 자유를 우선시하는 사회는 두 가지 모두를 상당 부분 누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의 예로는 야당이 항상 복지국가의 예로 들고 있는 스웨덴을 들 수 있다.

스웨덴은 1950년대 이후로 계속해서 복지지출을 늘려왔지만, 1991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후 스웨덴은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성장과 함께가는 복지정책을 펴 경제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반면 복지를 늘리려다 경제마저 주저앉은 국가들도 있다.

그리스다.

그리스는 지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 민낯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스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온 경제호황기에 '돈으로 표를 사기 위해' 늘린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외채를 끌어다 쓰는 등 방만한 재정운영을 했다. 하지만 이후 닥친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가채무가 급증해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그리스는 2011년 당시 국민 4명 중 1명이 공무원이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연금 및 수당혜택이 GDP의 53%에 달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현재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보건, 의료분야 및 연금개혁을 시행해야 하지만 한번 복지에 맛을 들인 '복지 기득권층'의 반발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지금은 증세 타이밍 아니다" = 한편 전문가들이 증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박완규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 시점에서 증세는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약 증세를 해야한다면 특정 계층에 세부담을 늘리는 것보다는 부가세 등 전반적인 세부담을 늘리는게 좋다"며 "대통령이나 기재부 장관 등 책임있는 사람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선거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현 실상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극복하는게 중요한 듯 하다"고 전했다.

경제활성화와 복지지출에 대해서는 "경제활성화와 증세는 타이밍적으로 맞지 않다"며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서 증세를 안하겠다고 한다면 복지지출을 현재보다는 좀 줄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경제 자체에는 증세가 당연히 부담이 된다"며 "증세 대신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활력과 복지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증세 여력도 없다"며 "그나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것은 부가세나 소비세 쪽이지만 이것도 정치적으로 수용가능성이 작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돈을 걷어서 특정 목적을 위해 쓰는 것이면 경제활성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규제개혁 등 돈은 들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만 재원이 필요한 경제활성화 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는 증세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담뱃세 인상, 주민세 인상 등 이미 서민 증세를 하고 있고, 법인세 또한 기업소득환류세제, 최저한세율 인상 등으로 이미 증세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소비를 안하고 투자를 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경제가 살아나면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증세는 오히려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상근 조세일보 논설고문은 "세출구조도 근본적으로 점검해 절약할 것은 최대한 절약하고 경우에 따라 수익자부담원칙으로 각종 공공요금이나 가격을 현실화할 필요도 있다. 그러고 나서도 모자라는 경우 최후수단으로 증세가 논의되어야한다"며 "증세논의는 다음 단계다. 아무런 선거가 없는 올해는 경제 살리기 뿐 만 아니고 복지구조조정에도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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