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민경국 칼럼 > 민주주의가 타락한 이유

자유경제원 / 2015-03-04 / 조회: 2,171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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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국 칼럼 > 민주주의가 타락한 이유
구창환 기자  |  koocc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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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3  19: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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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미국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 서구의 정부형태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일본은 물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들의 경제정책을 보면 흥미롭게도 노동·금융시장 등에 대한 규제, 방만한 정부지출, 복지확대 등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후쿠야마가 1989년 동유럽사회주의가 붕괴되자 이념전쟁은 끝났다는 의미에서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다. 자유민주의 정부형태가 확립되고 시장경제는 체제진화의 종착지가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체제전환 이후 체코 헝가리 폴란든 등 동유럽 국가들이 펼쳤던 정책을 보면 시장을 통제하는 성격의 것들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 나라들은 가격·노동규제나 정부지출이 많기 때문에 경제자유가 세계 순위 50위 안팎으로 경제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민주의 정부형태가 왜 경제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왔나? 그 이유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에는 들어있는 두 가지 가치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다수결의 '집단적 의사결정 절차’를 뜻하는 민주주의가 무제한으로 확대된 나머지 사적 영역을 침범하여 경제적 자유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자유를 침범하는 민주권력 

의미를 따져보면 민주는 자유와 서로 충돌하는 관계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민주이념은 공권력이 누구에게 속하는가의 문제를 다룬다. 그건 국가권력의 원천을 묻는다. 그 대답은 '국민’이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한 게 '국민주권’이다. 

흥미로운 건 권력이 다수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그런 권력은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쟁점을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여긴다. 따라서 다수의 권력이라는 민주권력은 제한이 없다. 다수의 결정이라면 자유를 침해해도 그런 결정은 정당하다. 다수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허용한 것, 민주주의가 타락한 계기이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누가 국가권력을 행사하든 그 권력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권이 다수에게 있다고 해도 그게 절대적일 수 없고, 다수라고 해도 침범할 수 없는 자유의 영역이 있다는 원칙이 자유주의다. 

법 개념에서도 민주와 자유이념은 전적으로 다르다. 민주이념은 법의 원천을 중시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의 다수가 정한 것이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법으로 인정한다. 그런 법 인식은 법의 내용을 묻지 않고 법을 입법자의 의지로 여기는 법실증주의와도 상통한다. 

자유이념은 의회에서 적법절차를 통해서 제정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무엇이든 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법이 법다워야 한다. 법다울 조건을 말해주는 게 자유주의의 유서 깊은 정치적 이상인 법치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그 조건은 첫째로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예외 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목적이나 동기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 그래서 탈 목적적이어야 한다. 정부의 집단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은 그런 성격을 침해한다. 셋째로 특정의 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런 성격을 가진 것만이 법이다.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법이 아니다. 정의의 법을 통해서 보호받는 게 자유와 재산이다. 그래서 그런 법이 금지하는 행동은 자유 재산을 침해하는 강제와 폭력뿐 아니라 사기와 기만 등이다. 

민주사상은 특혜 차별을 내용으로 하는 것도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면 그게 법이다. 특정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입법도 법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법치라고 말할 수 없다.

자유주의는 공법과 사법을 엄격히 구분한다. 이런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다수의 의지라고 해도 침범할 수 없는 사적 영역에 대한 신성함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사상은 법실증주의와 마찬가지로 그런 구분이 없다. 

민주사상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만이 법으로 인정한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계획을 세워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단지 '발견’될 수 있는 행동규칙, 즉 자생적으로 형성된 행동규칙의 존재를 부정한다. 자유이념이 존중하는 건 자생적 질서라는 걸 주지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타락: 제한 없는 권력  

삼권분립, 법치, 사법과 공법의 구분 등, 세 가지 위대한 자유주의 원칙이 발전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흥미롭게도 괴상한 미신이 생겨났다. '왕의 정치’를 '민의 정치’로 바꾸기만 하면 자유와 번영이 저절로 보장된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그런 믿음에서 입법권에 대한 모든 견제장치를 제거해 버리는 우(愚)를 범했다. 

둘째로 의회는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국회의원은 선량이기 때문에 양심에 따라 자유와 번영에 기여하는 보편적 입법을 수행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서 입법부의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못했다. 이와 같이 민주사상은 경제자유를 침해하는 '거대한 국가의 문제(leviathan problem)’를 등한시했다. 그 결과가 타락한 민주를 뜻하는 '무제한적 민주주의’, 뢰프케의 '대중민주주의’가 등장했다. 

권력을 적절히 제한하지 못하면 '주인-대리인 문제’가 없다고 해도 거대한 국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직접 민주주의를 한다고 해도 만장일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무제한적 민주주의가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거처 19세기 보편적 선거 그리고 20세기에는 히틀러와 뉴딜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것은 복지국가, 평등사회를 위한 혁명의 도구로 만들었다.

그 같은 믿음이 지배하자 법이 타락되기 시작했다. 이제 법은 정의의 규칙의 의미를 상실하고, 특정한 국가목적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 되었다. 입법자가 정한 것이면 무엇이든 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공법과 사법의 엄격한 구분이 흐려지다가 점차 공법의 우위성을 강조한다. 공법적 사유에 의해 경제를 조직하는 '처분적 법률’이 지배하게 되었다. 

18~19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전통의 법률가들이 생각했던 법 개념과 법의 역할이 변화되었다. 그들이 이해한 법에서 법의 역할은 국가에 대해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법은 국가의 자의적인 권력으로부터 개인들을 보호하고 시민들의 관계를 안내하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행동규칙을 의미했다. 이런 법 규칙은 특정한 행동을 당연 금지하여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확립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같은 법인식이 변동되어 법은 법에 예속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시나 명령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지시나 명령의 성격을 가진 법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법은 자생적 질서를 조직으로 전환하는 다시 말하면 사법사회를 공법사회로 만든다.

  

칼럼은 자유경제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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