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정년연장·통상임금 확대…청년 백수들의 비명

자유경제원 / 2015-03-30 / 조회: 2,449       미디어펜

   
▲ 이동응 경총 전무

최근 기업들의 신규채용 시장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정년 60세 의무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노동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상당수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대 그룹의 2015년 신규채용 예상 규모도 전년대비 6.3% 감소할 것으로 조사되었다(전경련, 30대 그룹 2015년 투자․고용계획 조사, 2015.3). 이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 2015년 신규채용 계획 인원은 121,801명으로 2014년 채용인원 129,989명 대비 6.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30대 그룹 2014년 실제 채용인원 129,989명이라는 숫자도 2013년 실제 채용인원 144,501명 대비 10%나 감소한 수치라는 것이다.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년 신규채용 예상 규모는 전년대비 2.3% 감소할 것으로 조사되었다(대한상의, 2015년 500대 기업 일자리 기상도, 2015.1). 2015년 채용여부를 확정한 기업(180개사)의 신규채용 예상인원은 22,844명으로 2014년 채용인원(23,385명) 대비 2.3% 감소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올해 한사람도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기업도 10%에 달한다.

그나마 올해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정년이 60세로 의무화 되면서 정년이 8년이나 갑작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왜 8년이 늘어나는 것일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규정된 평균의 정년은 57세였다. 그러나 실제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52세다. 여기에 정년 60세가 의무화 되면서 3년이 아닌 8년의 정년연장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퇴직 해당 근로자의 임금이 신규입사자 임금의 세배에 달하는 현실 하에서 1명이 퇴사하고 3명의 신규입사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 상황은 그렇게 되지 못한다. 점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지난 20일 '청년, 복지와 증세 문제를 말하다'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9개의 청년단체 대표자들이 취업과 일자리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자유경제원


지금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대수롭게 보지 않는다. 옆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에게 단 몇 분의 골든타임만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이 바꿀 골든타임이다.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는 3월말 합의를 목표로 노동시장구조개선 특별위원회가 밤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정은 작년 연말에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그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이중구조는 기존 근로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아직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특위에서 진행 중인 취약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선의가, 진정한 사회적 약자와 특히 우리 청년들을 위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자들의 기득권을 강화할수록, 이들이 전가하는 부담을 받아내야 하는 계층이 존재한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아 헤매는 우리 청년들을 무시한 채, 이미 취업한 어른들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특위에서의 논의가 노동조합이 있는 10%의 보호를 위해 90%의 진정한 약자, 특히 우리 미래세대의 주축인 청년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12월 23일의 노사정 기본합의는 현재의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질서가 세계환경의 변화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회사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사정이 있어도 고임금 정규직을 정년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노동법의 바리케이트를 바꾸어야 한다.

청년, 여성 같은 취업취약계층도 노동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청년실업률이 IMF 이후 최고치인 11.1%를 기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체감실업률은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MF 세대’라는 말이 있다. IMF 여파가 컸던 1998년에서 200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찾을 수 없었던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을 스스로를 저주받은 학번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당장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 2016년부터 약 5년간 대졸자들은 이보다 더 불행한 세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겪을 취업대란은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노사 간 이해관계 대립의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 나아가 미래세대의 일자리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출발점은 고용경직성을 완화하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또한 업무에 적합하지 못한 근로자가 있다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시장의 활력을 제고하고 기업의 인력활용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취지가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노사정 합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선에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형식적 합의에 그칠 것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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