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대우그룹 창업자 김우중 (9) - 장사꾼의 우직함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자유경제원 / 2015-03-30 / 조회: 2,505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첫번째 기업가는 대우그룹 창업자 김우중이다. 자유경제원 최승노 부원장이 정리하였다.


장사꾼의 우직함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 
  

   
▲ 대우그룹 창업자 김우중

장사꾼 김우중에게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그런 우직함이 있었기에 큰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대우가 해외 건설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의 일이다.
 
날씨가 몹시 무더운 여름 한낮 회사 건물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대부분 여자인 그들 중에는 어린아이를 업고 있는 이도 있었다. 그늘도 없는 뙤약볕에서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당장 그게 무슨 줄인지를 알아보았다. 그들은 우리 회사에서 파견한 해외 근로자의 가족들이었다.
 
그들은 그늘 한 점 없는 불볕더위 속에 땀을 흘리며, 칭얼거리는 아이까지 들쳐 업고 서 있는데, 그들을 상대하는 직원들이 앉아 있는 사무실 안은 냉방이 잘 되어 있어서 서늘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김우중은 그 때 뙤약볕에 서서 고생하고 있는 가족들이 측은해지면서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사무실에 앉아 시원하게 사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에게 좀 화가 났다. 김우중은 그 사무실의 책임자를 호되게 야단쳤다. 

“자네가 저 뙤약볕에 나가서 서 있어 보게. 어디 5분만 나가 있어 봐......”

그 책임자는 공간이 모자라서 어쩔 수 없노라고 변명했지만, 김우중은 그와 같은 변명을 용납하지 않았다. 변명이나 늘어놓으라고 주어진 직책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자기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리고 뙤약볕에 서서 땀을 훔치고 있는 이들이 자기 회사의 가족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무슨 수를 쓰든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그렇게 지독한 불볕더위의 한복판에 보기 흉하게 세워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진정한 장사꾼은 사람을 본다. 위대한 사업가 이병철도 그랬지만, 이병철을 가장 존경한다는 김우중도 사람에 대한 애정, 국가에 대한 헌신을 사업의 바탕으로 삼았다. 이런 생각은 산업화의 창업1세대들의 공통점인지도 모른다. 

김우중은 도사론(道士論)을 주창했다. 우리 사회에 각 분야를 이끌 인물들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탓이다.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은 없다고 말한다. 무언가 탁월하게 잘 할 수 있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갖추기 위해 연구하고 도전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그런 경지에 오르고 도통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말한다.

김우중은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다. 장사꾼들의 롤 모델이기도 했다. 해방 후 한글로 교육 받았고 대학교육까지 받은 첫 세대의 선두 주자이기도 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1967년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그의 나이 31세, 자본금 500만원, 5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30년 동안 이어진 그의 신화적인 성공스토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칭기즈칸과 김우중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지만, 그들이 활동하는 영역인 정치와 경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치와 경제는 원리가 다르고 전략도 다르다. 칭기즈칸은 정치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한 영웅이었다. 반면 김우중은 경제적 거래를 통해 경제적 부를 늘리며 글로벌화를 앞당긴 기업인이었다. 전쟁은 한 쪽에 그 비용과 책임을 몰아주고 승리자는 전리품을 챙긴다. 문제는 진 쪽이 큰 피해를 보거나 문명이 완전히 파괴되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제전쟁은 다르다. 문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더 나은 생활을 제공한다.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김우중은 이 나라 저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세계경영을 펼쳤다. 정치 지도자와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친화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적대시하는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갖는다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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