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회적 경제? 가부장적 국가 함정에 빠지다

자유경제원 / 2015-03-31 / 조회: 2,690       미디어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경제’ ‘사회적경제기본법’과 같은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이라는 용어에는 마력이 있어서, 다른 용어들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구호들이 더욱 많아질 경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이 흐트러지고, 경쟁과 자조를 통한 국가와 개인의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정의하고 이를 정부가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30일 오후 2시 <‘사회적경제’의 습격, 시장경제가 위험하다>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사회적경제기본법법안’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진단하고, 역행하는 국회의 행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치권이 정부의 행정, 금융, 재정 지원을 법으로 강제하여 ‘사회적경제’를 관제적으로 만들 때 개인은 더욱 원자화"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국가의 가부장적 역할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래는 권혁철 소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유승민 의원 등 67인이 2014년 4월 30일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기본법안의 제안이유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 심각한 양극화로 인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내부로부터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와 자유시장경제가 만들어내는 성장은 더욱 발전시켜야 하지만, 국가와 시장만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공통적인 경험이다.”

그래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가치들에 주목하여, 빈곤을 해소하는 복지, 따뜻한 일자리, 사람과 노동의 가치, 협력과 연대의 가치, 지역공동체의 복원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선한 정신과 의지 등은 소중한 사회적 가치들”로 인식하여 이런 “사회적 가치들을 추구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하는 ‘사회적경제’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아래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제정하여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는 한편, 사회적경제조직의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체계적인 사회적경제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려는 것”이 동법안의 제안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주요내용>

이 법안은 ‘사회적경제’로 지칭되는 조직들의 형성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 금융적 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기금을 만들고 출연하는 등 얼마나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지는 발제자의 발표문에 있는 법안의 주요내용을 일별해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여기에서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원자화와 공동체 붕괴는 가부장적 복지국가가 원인

가장 흔한 자유주의 혹은 자유시장에 대한 비판이 공동체적 유대의 말살이다. 흔히 자유 (시장)주의가 개인을 원자화시키고, 공동체적 가치를 파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자유시장은 자발적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다. 자유시장과 양립할 수 없는 과거의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들을 발전시킨다. 이런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바로 가부장적 복지국가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김이석, <번영은 자유주의로부터> 참고)

자유시장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 존재하던’ 농촌공동체들의 유대가 약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보더라도 시장의 분업화가 진전되면서 이농향도 현상이 벌어졌고 농촌공동체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자유시장 체제 아래에서도 가족을 비롯한 기초적 공동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공동체, 취미가 같은 공동체,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말하자면 자유시장 아래에서도 형성되고 발전되는 공동체들로 ‘현재의’ 공동체들로 이름붙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복지국가처럼 국가가 개인의 삶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개인 사이의 유대는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로 대체되어 개인의 원자화가 진행된다. 그 결과가 바로 ‘현재의’ 공동체적 유대의 약화이다. 사회보장 등을 떠맡는 복지국가를 따라야 할 모델로 삼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는 점차 가부장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국가와 개인 사이에 원래 존재하던 시민사회가 사라지게 되었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조차도 이제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부모가 아니라 국가가 먹여주고 입혀주며 또 노후를 책임질 때, 가족의 유대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상호부조 조직들도 급격하게 쇠퇴하게 되었다.

사실, 과거에도 상호부조 조직이 자발적으로 생성되어 발달하고 있었지만, 복지국가의 이념이 들어오면서, 국가가 개인의 재난에 대한 보험기능을 대신 맡아주는 사회보험을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 이런 자생적 상호부조 조직은 대거 사라졌다.

복지국가 이념 속 관제적(官制的) ‘시민사회’의 회복?

유승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입법안이 ‘사회적 경제’란 이름으로 복구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과거 복지국가 이념이 일반화되면서 사라져갔던 자발적 시민사회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복구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는 국회 심사보고서에서 별첨에 나와 있는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민사회가 사라지게 된 근본원인을 찾아 근원적 처방을 하지 않고 그 뿌리인 국가의 가부장적 역할은 그대로 둔 채 자발적 상호부조의 성격을 지닌 시민사회를 정부의 지원을 통해 관제적(官制的)으로 만들어내려고 하는 데 있다.

   
▲ 유승민 의원 등 67인이 2014월 4월 30일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사실, 자발적 상호부조성격의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이것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런 복지국가와 가부장적 국가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생략된 채 관제적으로 만들어진 각종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국가의 지원이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관제적 조직들이 만들어내는 부작용들은 얼마 전 있었던 농업협동조합의 조합장 선거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발적 조직이 아니기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이런 관제적 사회적경제 조직들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사회적경제’의 아이디어는 이런 우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고, 또 어떻게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더구나 이런 ‘사회적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나면 농협과 같은 조직에서 보듯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일종의 관변조직 내지는 정치조직으로 변질되어 시장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자생적 시민사회의 형성을 억제할 가능성

진정한 자발적 상호부조의 민간 조직들이 성장하도록 하려면, 국가가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조직들이 억제되어야 하지만, 과연 ‘사회적 경제’를 표방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국가가 교육에 보조금을 주기 시작하면 민간의 사립학교는 진정한 의미의 사립학교가 될 수 없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과목이나 과정 등에 국가가 많은 규제를 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는 명목뿐이며 실제로는 공립학교와 다르지 않게 된다.

사립학교를 발전시키겠다고 사립학교에 재정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그렇게 되면, 진정한 의미의 사립학교는 재정적으로 보조금을 받는 사립학교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사립학교 보조금을 철폐하면서 보조금의 지급과 함께 등장하는 각종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발적인 사립학교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그런 발전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게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예를 들면, 경쟁을 통한 발견절차인데, 그런 발견절차가 보조금을 받는 사립학교 체제에서는 전혀 작동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세금에 바탕을 둔 보조금을 학교가 받는 순간, 다양한 방식의 교육은 제약되지 않을 수 없다. 기도가 학생들의 심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더라도 종교를 믿지 않는 납세자들의 돈이 들어가는 이상 학교에서의 기도시간은 허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경제를 표방한 민간조직들도 정부가 나서서 키우려고 든다면, 동일한 현상에 직면하고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하기 어렵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지대추구의 장이 될 가능성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정치권이 정부의 행정, 금융, 재정 지원을 법으로 강제하여 ‘사회적경제’를 관제적으로 만들 때 개인은 더욱 원자화된다. 그래서 ‘현재의’ 공동체가 지닌 유대마저도 약화되게 만들어 자발적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을 저해한다.

현재 정부지원을 받는 각종 협동조합이 진정한 자발적 조직과는 거리가 먼 상태이며 각종 정부 보조금들이 이권화하여 조합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에 버금갈 정도로 치열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빚고 있다.

관제(官制) ‘사회적 경제’ 조직을 만들고 정부의 지원으로 이를 키워나간다면, 국가와 개인 사이의 시민사회나 공동체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엉뚱하게도 또 하나의 ‘지대추구’의 장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빚지 않으면서 “현재의 공동체”라도 잘 형성되고 발전되게 만들려면, 국가의 가부장적 역할부터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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