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시장경제 부정하는 사회적 경제는 시대착오적

자유경제원 / 2015-04-01 / 조회: 2,796       미디어펜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정의하고 이를 정부가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경제원은 30일 오후 2시 <‘사회적경제’의 습격, 시장경제가 위험하다>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사회적경제기본법법안’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진단하고, 역행하는 국회의 행태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자로 참여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사회적 경제'를 '천수답'에 비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회적 경제는 원시 공동체를 이상으로 삼아 출발한 복고적 경제이고,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전혀 작동할 수 없다는 한계를 배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신중섭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 논문에서만 논의되던 ‘사회적 경제’가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 실제로 시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 도달하였다. 자유주의 경제를 근본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이 들어간 ‘경제’가 국회입법을 거쳐 정부가 시행할 경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이론이 현실 정책으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그것을 주장해온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국회에 제출된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 (유승민 의원 대표 발의, 발의자 국회의원 67명, 2014. 04. 30)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회적 경제 기본 법안’의 제안은 일부 국회의원의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 법안의 제안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고속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양극화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고 인식한다.

이들이 보기에 양극화는 공동체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기 때문에 지금 붕괴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이 시대의 사명이라고 주장한다.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고,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와 자유 시장경제가 만들어내는 성장은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함으로써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면서도 이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와 시장만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런 경험은 우리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한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적 가치란 빈곤을 해소하는 복지, 따뜻한 일자리, 사람과 노동의 가치, 협력과 연대의 가치, 지역 공동체의 복원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선한 정신과 의지 등이다. 사회적 경제는 바로 이러한 가치에서 출발한다.

법안에서 말하는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는 사회적 경제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 이들은 사회적 경제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여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조직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포함된다. 이미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출현하였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튼실하지 못하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의 통합생태계를 조성하고 통합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위해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체계적인 사회적 경제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 ‘사회적 경제 기본 법안’의 제안은 일부 국회의원의 역사적 소명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 법안의 제안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고속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양극화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고 인식한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내용: 법안의 목적

이 법은 사회적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통합생태계와 통합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하여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설립·경영의 지원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함으로써 양극화 해소, 건강한 공동체의 조성 및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1. “사회적 경제”란 구성원 상호간의 협력과 연대, 적극적인 자기 혁신과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 서비스 확충, 복지의 증진, 일자리 창출, 지역 공동체의 발전, 기타 공익에 대한 기여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2. “사회적 경제 활성화 사업”이란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가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설립‧운영을 지원하고 자생적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사업을 말한다.

3. “사회적 경제 조직”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직을 말한다.

가.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사회적 기업
나. 「협동조합 기본법」 제2조에 따른 협동조합, 협동조합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및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5조의 3에 따른 광역자활센터, 제16조에 따른 지역자활센터 및 제18조에 따른 자활 기업
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제9호에 따른 마을 기업
마.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19조의 3에 따라 재정 지원 등을 받는 법인‧조합‧회사‧농어업 법인‧단체
바.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및 중앙회
사.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및 중앙회
아. 「산림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 및 조합공동사업법인
자.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과 중앙회
차.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른 신용협동조합 및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카. 「새마을금고법」에 따른 금고 및 중앙회
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연합회 및 전국연합회
파.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중소기업협동조합
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조 제8호에 따른 장애인 표준사업장
거.「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너.「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법인
더. 그 밖에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거나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

- 기본 원칙

① 사회적 경제 조직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여야 한다.
②사회적 경제 조직은 자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③사회적 경제 조직은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그 의사 결정 구조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④사회적 경제 조직은 발생한 이윤을 구성원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
⑤ 사회적 경제 조직은 사회적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상호간 협력하여야 한다.

- 국가 등의 책무

① 국가는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그 추진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 등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사회적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 사회적 경제 발전 기본계획의 수립

기획재정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사회적 경제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

- 설립할 조직

사회적 경제 위원회 : 대통령 소속
기획재정부에 사무국
시·도 사회적 경제 위원회
전국‧지역단위, 업종‧분야단위 협의회
한국 사회적 경제원의 설립 등

-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의 조성

① 정부는 사회적 경제의 금융기반 조성과 사회적 경제 조직의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운영한다.

② 기금의 조성은 다음 각 호의 재원으로 한다.
1. 개인·법인 또는 단체가 출연하는 금전·물품 그 밖의 재산
2. 기존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기금 또는 금융
3. 정부의 출연금
4.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
5. 기금의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6.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입금

③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의 범위에서 기금에 출연할 수 있다.
④ 기금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운용·관리한다.

-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촉진 및 판로확대를 위하여 필요한 지원 및 시책을 종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② 공공기관의 장은 사회적 경제 조직 제품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여야 한다.

- 조세 감면 및 재정 지원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하여 국세 및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

② 국가는 사회적 경제 조직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공개 모집 및 심사를 통하여 사회적 경제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전사(前史) - 정부 주도의 사회적 경제

물론 사회적 경제에 정부가 관심을 가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2003년부터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적극적 고용창출을 도모하려는 정부는 사회 서비스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였다.

사회 서비스 일자리 사업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문화재청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참여하고 있으며 해마다 예산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이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정부는 유럽형 사회적 기업 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그 결과 2007년 1월 3일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하였고 2007년 7월 1일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2007년 10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사회적 기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2003년 이후 예산과 일자리 수는 다음과 같다.

   
 

‘선진 경제’와 ‘사회적 경제’

2014년 2월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행한 교섭 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진 경제’와 ‘사회적 경제’를 동시에 언급하였다.

그는 “우리 헌법은 자유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여 양극화를 막고자, 경제 민주화를 보완함으로써, 활성화된 자유 시장경제와 정의로운 경제 민주화를 두 축으로 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원리를 헌법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그 출발은 민생을 살리는, 선진 경제의 기반을 탄탄히 갖추는 일입니다. 우선 시장경제를 활성화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어서 그는 “사회적 기업으로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사회적 경제는 정부가 적은 복지비용으로 취약계층에게 보다 나은 생활을 보장하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활센터,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회적 경제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부실 방지에 주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적 기업은 정부 의존도가 높고 자립률이 낮았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과 자활센터가 시장에서 자생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라고 하였다.

황 대표의 연설문에서 ‘선진 경제’가 자유 시장경제만을 함축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경제’를 포함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선진경제가 자유 시장경제와 정의로운 경제 민주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면, 선진경제는 두 개념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개념이다.

만일 ‘사회적 경제’를 ‘정의로운 경제 민주화’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면 ‘선진 경제’는 ‘사회적 경제’와 같은 차원의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사회적 경제와 선진 경제는 동일 범주에 속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는 뒤에서 밝히고 있듯이 ‘선진 경제’가 아니라 원시적 경제로 복귀하려는 경제이다.

사회적 경제란 무엇인가?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다음은 대표적인 정의이다.

- 유럽경제공동체 (1988)
“사회적 경제는 공동의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들로 구성된 이해 당사자 경제(stakeholder economy)의 일부로서 중요한 경제 행위자인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 재단을 포함한다.”

- Defourny (1990)
“사회적 경제란 ‘이윤창출보다 구성원이나 공동에 대한 공헌을 목적으로 경영의 자율성, 민주적 의사결정(1주 1표제 배제), 수익배분에 있어서 자본보다는 사람과 노동을 중시하는 4가지 원칙을 따르는 이해 당사자 경제의 일부를 말하는 것이다.”

- 왈룬 사회적 경제 위원회 (2009)
“사회적 경제는 구성원 또는 공익을 위한다는 목표, 경영의 자율성, 민주적 의사 결정, 이익 배분에 있어서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의 중시라는 4가지 원칙을 따르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에 의해 수행되는 경제활동으로 구성된다.”

- 신명호 (2007)
“사회적 경제란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화폐적, 비화폐적 자원을 생산, 교환, 분배하거나 소비하는 조직들로 구성된 하나의 부문 즉 사회적 목적과 민주적 운영 원리를 가진 호혜적 경제 활동 조직의 집합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 등 사회적 협동조합과 비영리 민간단체 등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을 포함한다.”

- 장원봉 (2007)
“사회적 경제란 자본과 권력을 핵심 자원으로 하는 시장과 국가에 대한 대안적 자원 배분을 목적으로 하며, 시민사회 혹은 지역 사회의 이해 당사자들이 그들의 다양한 생활세계의 필요들을 충족하기 위해서 실천하는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참여경제의 방식이다.”

- 세 박자 경제론
“폴라니의 시장, 재분배, 호혜라는 세 가지 사회 통합 양식은 세박자 경제론의 직접적인 이론 자원이 될 수 있다. 경제를 세 영역으로 나누어서 보는 관점은 EU나 캐나다의 사회 경제의 정의에서도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 조직(협동조합과 공제조합, 시민단체)과 비영리민간단체 및 자원봉사조직 가운데 “사회적 가치(목표)를 위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조직”을 총칭한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경제의 기업’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경제에 완전히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생겨난 사회적 기업은 수십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기존의 사회적 경제과 다른 형태를 가진 조직이 증가하고 있다. 민주적 의사 결정과 수익 배분과 같은 원칙은 존중되지만, 적용 방식을 완화한 조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사회적 경제에 내재하는 하나의 조직으로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우리 정부는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이 들어간 육성법을 만들었다.. 우리 정부는 OECD가 정의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의 곧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사업체로서, 기업의 잉여금이 주주와 소유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운용되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사업체 또는 지역 사회를 위해 재투자 되는 기업”으로 정의한 것에 따라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한국 사회적 기업진흥원’을 설립하였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2조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 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육성법 제3조는 “① 국가는 사회서비스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② 지방 자치 단체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회적 기업 지원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③ 사회적 기업은 영업 활동을 통하여 창출한 이익을 사회적 기업의 유지·확대에 재투자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 지방 자치 단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은 일반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구분된다. 사회적 목적이란,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성매매 피해자, 장기 실업자, 경력 단절 여성 등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지역 사회 발전 및 공익 증진,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지역 주민 등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에 따른 의사 결정, 수익 및 이윤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2/3 이상을 재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선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두 가지 혼합형, 지역 사회 공헌형 등으로 나누어진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려면 인증 요건을 갖추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장관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 경영 악화 등 사회적 기업의 유지가 어려워 인증을 반납하는 경우에는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노동고용부 장관에 의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 받으면 그 기업은 국가 또는 지방 자체단체로부터 경영 지원, 교육 시설비 지원, 공공 기관의 우선 구매, 조세감면 및 사회보험료 지원, 사회 서비스 제공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 국가는 제도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같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여 돈을 벌지만, 그 활동의 동기가 사주나 주주의 이익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에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구분된다.

사회적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 생산 활동의 지속성’, ‘높은 수준의 자율성’, ‘기업으로서의 경제적 리스크 감수’, ‘유급 노동자의 고용’이라는 4가지 기업적 요건과 ‘지역 사회의 이익에 대한 명확한 목적’, ‘시민 그룹의 주도성’, ‘자본 소유에 기반하지 않은 의사 결정’,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운영하는 것’, ‘제한적 이익 분배’라는 5가지 사회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곧 사회적 기업은 수익성과 공익성이라는 2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의 자립’이나 ‘사회 서비스 확대’와 같은 지역 사회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자선 단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자선 단체와 구분된다.

(1) 일반적으로 자선 단체는 수익 창출이나 비즈니스를 주요한 활동으로 여기지 않는다. 반면 사회적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상업적 활동을 주된 활동으로 여긴다.

(2) 자선 단체는 운영 재원을 주로 정부 보조금이나 기부금, 프로그램 계약 등을 통해 마련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기부금이나 공공 기금을 일부 지원받더라도 대부분의 비용은 업체 스스로 벌어서 충당한다.

(3) 자선 단체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고객의 지불 능력에 따라 무료, 저가, 일반 시장가 등으로 서비스 요금을 차등 적용한다.

(4) 무엇보다도 사회적 기업은 자선 단체와 달리, 엄연한 하나의 기업으로서 시장 지향적인 성격을 갖는다. 비록 ‘사회적 목적 실현’이라는 사명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경쟁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효율성, 고객 지향, 성과 관리,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 등 일반적인 영리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 원리를 실현해야 한다.

비영리 기관이 사업비 마련이나 서비스 확대 등을 목적으로 수익 창출 사업을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기업은 사업 전략과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활동이 상시적으로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비전에 따른 꾸준한 투자와 함께,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유급 직원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비즈니스 업체로 운영되어야 사회적 기업이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은 ‘사회 공헌’을 중시하는 일반 기업과도 구분된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경제 조직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이 공익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기, 책임성(accountability), 수익 사용 방식 등에서 양자는 다르다.

첫째로 일반 기업이 아무리 사회 공헌에 열심이라 해도 주된 설립 목적은 사주나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이윤의 극대화다. 사회 공헌은 이러한 목적을 잘 성취하기 위한 기업 활동의 일환일 뿐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정반대다. ‘사회적 목적 실현’이 기업 경영의 본질적인 이유이고, 이를 위해 상업적인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둘째로, 일반 기업은 주주(shareholder)나 사주에 대해 책임성을 갖는 반면, 사회적 기업은 종업원과 고객, 지역 사회 집단 및 사회적 투자자 등을 포함하는 이해 관계자(stakeholder)에 대해 책임성을 갖는다. 곧 사회적 기업은 참여적(participatory) 성격을 갖는다.

셋째, 일반 기업은 이윤을 사주나 주주에게 배당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이윤의 대부분을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하거나 환원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분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적극적 해석 : 사회적 기업을 넘어 사회적 경제로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특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국지적인 목적이 아니라 경제 전반이 당면하고 있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런 학자들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복지 사회의 완성에 필수적이며, 경제 발전의 쇠락, 급속한 기술 발전과 지식ㆍ기술ㆍ노동 능력의 양극화, 지역 경제의 쇠퇴, 복지 수요의 증대와 재정 압박이라는 현대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 공공 서비스 전달을 효율화하고 민간의 자조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소극적 목적을 넘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한 사회의 가용 자원을 최대한 끌어올려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내발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경제에 편입될 수 없는 계층, 소외되고 있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과 ‘정부’의 자원 동원에서 ‘배제’되어 있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역할을 사회적 기업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고령자, 장애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경제에 참여시키는 ‘전인경제’의 실현을 사회적 기업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가 승자독식의 사회 경제 구조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재벌기업에 의한 ‘양극화 성장’을 벗어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모색하는데 사회적 기업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극화 성장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 수단으로 사회적 기업의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정부와 시장 실패를 보정하고, 복지 전달 체계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우리 사회의 유휴자원간의 상호 결합성을 높여 ‘내발적 성장’을 도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이렇게 확대할 때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 보다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넓은 의미를 지닌 사회적 경제에 포함되는 조직을 OECD는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들로서 사회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가진 조직들”이라고 정의한다. 협동조합, 공제회 조직, 사회적 기업, NPO, 일반 재단 및 사단 법인 등을 포함한다. ‘시장에서의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 조직’과 ‘정부 조직’을 제외한 모든 조직을 ‘사회적 경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공생발전도 사회적 경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기업과 경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

현재년 6월 2일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총 1082개이다. 서울이 216개로 가장 많다. 앞으로 사회적 기업 설립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은 박원순 서울 시장의 대표적 정책이며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후보 시절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을 6,000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상정하고, 정부조직으로 사회적 경제 위원회, 사회적 경제원을 설치하겠다고 하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사회적 경제로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여야가 사회적 경제를 표방하고 있으니 정치권에서 반대 의견은 발을 붙일 곳이 없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경제는 자유 시장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의 필요를 입증하기 위해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자유 시장 경제에 대한 반동의 측면을 지닌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 시장경제가 냉혹하게 무자비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소규모 공동체 생활을 해온 인류의 의식에도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숨어있다. 이런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심과 이타심을 강조한다. 서로 따뜻하게 돕고 상생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시장 경제가 도래하면서 경제는 원시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분업을 기초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협동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일상으로 누리는 편익은 대부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노동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는 특정인의 의지에 따라 통제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각자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때 발생하는 질서가 시장 질서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 사회적 경제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대표적 정책이며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후보시절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을 6,000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질서는 그것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많은 부와 풍요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경제적 고통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시장은 인격을 가지고 있는 의식적인 존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시장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두려워하고 윤리적으로 폄하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 기업은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 이타주의라는 숭고한 정신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취약 계층을 노동시장으로 통합하여 보람되고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고,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윤리적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시장 경제가 작동하는 거대 사회의 경제 체제가 아니라 시장 경제 발달 이전의 원시 공동체의 경제 체제와 유사하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는 엄존하는 ‘거대 사회’를 거부하고 원시사회로 되돌아가겠다는 시도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란 어렵다.

물론 사회적 경제 자체가 자유 시장경제와 공존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자유주의 국가에서 개인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경제활동과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자유 시장경제와 다른 형태의 경제 행위도 가능하다.

사회적 기업의 창립은 그것이 근본적으로 자유 시장경제의 철학에 반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금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집단 농장을 만들어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든, 시장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족 경제를 추구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과 집단의 선택 문제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선택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1차적 덕목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립적으로 운영하여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도 엄연히 기업이기 때문에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사회적 기업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운영되고, 운영되지 않으면 파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경제를 장려하고, 법과 제도로 그것을 지원할 것을 해당 부처와 지방 자치 단체에 강제하는 것은 문제다. 더구나 세제 혜택, 창업 지원, 운영 자금 지원, 인건비 지원, 구매 지원을 하는 것은 문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국가의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며, 그것을 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사회 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기업을 장려하고 지원하자 정부의 지원금을 노려, 지원금만 챙긴 뒤 1-2년 만에 포기하는 기업도 있다. 일반회사들이 사회적 기업 지원금을 ‘중소기업 경영 보조금’ 정도로 생각하여 예비 사회적 기업에 지원되는 인건비, 사업 개발비를 노리고 공공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한 지방 자치 단체가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 지정한 사회예비기업 39곳 가운데 16곳이 1년 만에, 6곳은 2년 만에 지정이 종료되거나 자격을 반납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끊기자마자 존폐의 기로에 놓이는 기업도 있다. 전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여 운영되다, 보조금이 끊어지면 그냥 문을 닫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창업되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정적 결과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가 ‘거대 사회’와 자유 시장경제에 적합한 경제 형태는 아니지만, 자유주의 국가에서 그러한 시도를 막을 수는 없다.

탁월한 경영 방식에 의해 사회적 경제가 성공한다면 비록 그것이 자유시장경제의 정신과 어긋난다고 할지라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칭송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가 국가의 지원으로 유지된다면 마땅히 이런 경제는 폐기되어야 한다. 외부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적 기업을 ‘착한 기업’, 사회적 경제를 ‘착한 경제’라고 이름을 붙여 ‘고무 찬양’하면서, 자유 시장경제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은 편협한 시각에서 나온 단견이다. 자유 시장경제는 윤리를 표방하지 않고서도 윤리적 결과를 가져오는 탁월한 경제 제도이다.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협동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사회적 경제가 시장 경제보다 우월하다는 판단은 눈앞에 보이는 것 밖에 볼 줄 모르는 상상력의 빈곤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적 경제와 비교하여 시장경제는 도덕적으로 더 우월할 뿐 아니라 더 효율적인 경제이다. 우리는 ‘사회적’이라는 말이 가져오는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폴라니의 ‘호혜’ 경제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경제와 국가ㆍ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사회적 경제가 국가와 시장이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보완한다고 보는 입장이 있는가하면, 국가와 시장에 대한 대안적인 제도 또는 양자를 전면적으로 폐기하고 사회적 경제가 이것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적 의미의 국가의 재분배와 시장의 교환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회적 경제의 호혜가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입장이다. 이런 입장은 경제를 ‘인간적 좋음’이라는 윤리학의 원리 밑에 놓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나 칼 마르크스주의나 칼 폴라니의 경제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부 사회적 경제 지지자들이 추앙하고 있는 칼 폴라니의 ‘호혜’의 경제 사상을 살펴보자.

폴라니는 경제인류학을 발전시킨 말리노프스키와 투른발트의 연구에 힘입어 경제적 과정이 사회적 과정에 묻어 들어가 있는 형태를 호혜성(reciprocity), 재분배(redistribution), 교환(exchange)으로 분류한다.

그는 역사적ㆍ인류학적 연구에서 나온 발견에 따르면, 인간의 경제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사회관계 속에 깊숙이 잠겨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물질적 재화의 소유라는 개인적 이해를 지켜내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행동하여 지키려는 것은 그의 사회적 지위, 사회적 권리, 사회적 자산이다.

인간이 물질적 재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이러한 목적들에 도움이 되는 만큼으로 한정된다. 생산 과정도 분배과정도 재화의 소유와 관련된 특정한 경제적 이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와 사회와의 관계에서 경제를 이해한 폴라니가 원시경제의 특성으로 지적한 것이 바로 호혜성과 재분배이다. 그는 멜라네시아 트로브리앤드 제도의 사람들을 예로 들어 호혜성과 재분배를 설명한다. 그 제도 사람들에게 호혜성은 주로 사회의 성적 조직 즉 가족과 친족을 기준으로 작동하고, 재분배는 공동의 추장을 모시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주로 작동하며, 따라서 영토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가족-여자들과 아이들-을 부양하는 의무는 어머니 쪽 친족들이 담당하게 된다. 남자 쪽은 자신의 자매와 그 가족을 부양하는데, 그가 수확한 작물 가운데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골라 그들에게 넘겨준다.

이러한 훌륭한 행위의 결과 그는 주로 사회적 신용을 얻게 되지만 대가로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것은 거의 없다. 그가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 할 경우 무엇보다도 기존에 쌓아둔 그의 평판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호혜성과 원리가 작동하여 결국 그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데, 그가 공동체 일원으로서 미덕을 행한 것에 대해 이러한 방식으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낸 식량을 자신의 밭과 또 자신이 곡식을 보내어 부양받는 이들의 창고 앞에다 하나의 의식으로서 전시하게 되면, 이를 통해서 그의 농사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보장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농사와 집안 살림살이라는 경제 행위가 집안 살림을 잘하고 또 훌륭한 공동체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한다는 여러 사회 관계들의 일부를 이루고 있음을 분명히 볼 수 있다. 호혜성의 원리를 폭넓게 활용하여 생산과 가족 부양 모두가 보장되는 것이다.”

원시 부족사회에서는 개인에게 자기만의 경제적 이해가 그의 행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공동체 전체 차원에서 어떤 공동체 구성원도 굶는 일이 없도록 돌봐주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는 일이다.

폴라니의 설명에 따르면 그 이유는 첫째,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명예나 관대함의 규약을 무시할 경우 그 개인은 공동체에서 추방되어 부랑자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장기적으로 사회적 의무란 모두 호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지키면 개인적 수지타산이라는 차원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호혜성이 지배하는 원시사회에서는 공동으로 사냥을 하면 그것으로 만든 음식은 공동으로 분배된다. 뿐만 아니라 부족 차원에서 원정을 하여 거둔 성과가 있으면 그 성과도 공동으로 분배된다. 폴라니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

“남에게 크게 베풀 줄 안다는 덕목에 대해서는 사회적 명예라는 차원에서 측정했을 때 대단히 큰 보상이 따르도록 만듦으로써 성원들이 자기 이익을 완전히 망각하고 행동하는 쪽이 그렇게 하지 않는 쪽보다 더 수지맞게끔 한다. 개개인의 성품은 여기서 아무 상관이 없다.

인간은 서로에게 악할 수도 선할 수도 있고, 사교적일 수도 비사교적일 수도 있으며, 시기심이 강할 수도 있고, 관대하게 베풀 수도 있는 것이다.

   
▲ 장기적으로 사회적 의무란 모두 호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제대로 지키면 개인적 수지타산이라는 차원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사진=연합뉴스

의식(儀式)을 통해 분배가 벌어질 경우 공동체 내에서 아무도 다른 이에게 시기심을 가지는 일이 없도록 그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이 그 분배에서 일반적으로 합의되는 원칙이며, 또 혹시 근면하거나 기술이 좋아서 혹은 여타의 이유로 좋은 수확을 거둔 농사꾼이 있을 경우 모두가 마땅히 그를 칭송해 주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의 작동이다. (그 농사꾼이 지나치게 큰 성공을 거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엔 자신이 시기심을 품은 자의 흑마술 저주에 걸려들었다는 망상에 빠진 채 가세가 기울게 내버려두는 것이 마땅한 일일 수 있다.) 인간이 갖는 여러 열망은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오로지 비경제적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다.”

폴라니의 호혜성에 대한 관심은 그가 인식한 19세기 문명의 붕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는 19세기 문명을 떠받치던 네 개의 제도 곧 유럽 강대국들 사이에 장기간의 파괴적 전쟁의 발생을 방지한 세력 균형 체제, 국제 금본위제, 전대미문의 물질적 복지를 낳았던 자기조정 시장, 자유주의적 국가이다. 이 가운데 두 개는 경제제도이고, 두 개는 정치 제도인데, 두 제도가 모두 몰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의 핵심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이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한 마디로 완전히 유토피아다. 그런 제도는 아주 잠시도 존재할 수가 없으며, 만에 하나 실현될 경우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은 아예 씨를 말려버리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야말로 신체적으로 파괴당할 것이며 삶의 환경은 황무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보호 조치든 취하는 족족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을 망가뜨리고 산업의 일상적 작동을 혼란에 빠트렸기에 사회는 또 다른 방향에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바로 이러한 딜레마 때문에 시장 체제의 발전 과정은 미리 정해진 길을 따라가게 되었고, 결국에는 자신을 기초로 삼는 사회 조직마저 무너뜨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듯이 칼 폴라니의 경제 사상은 원시사회를 열망하는 복고적 경제학이다. 그의 경제학은 공동체의 연대성에 기초한 원시 도덕을 현대에 재현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는 더 이상 거대 사회인 오늘날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가 말하는 ‘호혜’의 경제학이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얼마면 적합할까. 인구통계학자들의 추정적인 분석에 의하면 1억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70억이 넘은 오늘날 ‘호혜’의 경제를 꿈꾸는 ‘사회적 경제’는 오늘날에는 생존 가능성을 전혀 갖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경제학이다.

결론: 정부 주도의 사회적 경제, 자율성과 관련 없어

“① 이윤보다는 구성원들 또는 집합적 이해를 위한 목적 ② 독립적 경영 ③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 ④ 이윤의 분배에 있어서 자본보다 사람들과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우선권”을 특성으로 삼은 ‘사회적 경제’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

곧 ‘사회적 경제’는 사회 구성원의 자율적 선택에 의해 운용될 수도 있는 경제의 한 양식이다. 그 경제의 성공 여부는 그 조직의 운영자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정부 주도로 사회적 경제가 촉발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의 자발성과 자율성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이 법안이 통과하여 실제로 운영된다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에 여러 기관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어느 정도로 국가 기관이 팽창하고 예산이 투입될 것인지는 이 법안의 내용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세제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에게 물품 구매의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사회적 경제’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적 경제’가 아니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 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시장과 구별되고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공공 부분과 구별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는 후자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라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의 방출에서 시작한 사회적 경제이기 때문에 성공 확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경우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것이다. 정부 지원금이 끊어지면 ‘사회적 경제’는 멈추어 설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원시 공동체를 이상으로 삼아 출발한 복고적 경제이고,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전혀 작동할 수 없는 천수답 경제가 될 것이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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