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김영란법, 찬성표 던지고도 `잘못된 법` 속사정은?

자유경제원 / 2015-04-02 / 조회: 2,649       미디어펜
   
▲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법률 하나를 놓고 사회가 온통 들끓고 있다. 잘못된 입법이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잘못된 법이라고 했는가? 어처구니없게도 법을 만든 의원들 스스로가 고백하였다.

그런 고백 후에도 개정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법률의 필요성을 제안했던 김영란 전국민권익위원장은 “왜 내 이름을 거기에 붙여가지고...”라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이해상충조항도 넣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사회가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여 사회기강을 확립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법목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여 어떤 내용도 다 정당할 수는 없다. 또한 입법은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 법에 대하여는 이미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새로운 입법의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점이다. 형법이나 특가법의 뇌물죄, 금품수수죄, 상법의 이익공여금지죄 등 돈이 오가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각 특별법, 그리고 벌칙 등의 적용에 있어서 민간인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수많은 법률들을 개정 등의 방법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놔두고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입법내용의 타당성이다. 사립학교구성원 등 포괄적 적용범위, 부정청탁ㆍ금품수수ㆍ이해상충 등 조합되기 힘든 개념들을 동일법률 내에 묶는 시도, 모호한 구성요건해당성 등 죄형법정주의 위반문제, 자기책임원칙의 부인과 전과자 양상, 기대가능성을 무시한 고지면책, 국민의 청원권과 표현의 자유의 침해가능성, 국회의원은 봉사자이기 때문에 민원성 청탁은 면책이라는 강변에 대한 국민 분노, 통상 1년 정도인 주지기간을 넘어선 시행일 등 법률 내용에 대하여도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절차적 정당성이다. 법안을 통과시킨 정당과 회의장을 빠져 나온 의원들은 표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법개정의 필요성을 설파하였다. 아연실색할 일이다. 잘못된 법률이라는 것을 알면서 찬성표는 왜 던졌는가? 비록 법률안 제정을 위한 성원 요건 등 형식적 절차는 흠 없이 밟았을지라도 개정해야 할 것을 전제로 법률 만들었다면 그 절차는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부셔 버리려고 날림으로 집을 졌다는 것보다 더 어이없다.

넷째,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의 위험성이다.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부패하고 타락하였다는 점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정부패의 원인은 한 두가지에 있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우리사회 전체의 도덕 수준에서 가늠된다.

아울러 교육실패, 자질 없는 공직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선발제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수사미흡, 돈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 임금체계 등 실로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가세하고 있다. 이는 이 문제의 해결 역시 다양한 처방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함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법만능주의 발상이다.

법은 문제해결 방법으로 가장 확실한 것 같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실패 확률이 높거나 기대 이하의 효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잘 만들어야 한다. 법안의 필요성이 제안되던 당시 사회적 사건으로 보아 공무원직무의 공정을 목표로 출발했던 이 법률은 산발적인 논의과정에서 그 적용범위를 겨울철 산불처럼 넓혀 나갔다. 법적용대상은 공직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민간영역이 포함된 기준은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직업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직업이 어디 있는가? 당장 대법원에서 영리행위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은 특정 직업은 왜 포함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자의적인 기준으로 민간인 일부만 포함함으로써 포함되지 않은 민간영역과의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면 법충성을 강제하기 어렵게 되고 법의 집행도 어려워져 입법의 효율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법질서가 공권력 위주였던 경국대전처럼 사적자치의 영역조차 두려운 일상이 되고 마는 과도한 공법의 세계에 살게 되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의 상당수는 이 법률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고 하니 철저한 법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조차 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이 법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백인백색의 제안이 행하여지고 있다. 변협은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는 아직 시행 전이어서 기본권침해가 드러나지 않은 법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즉각 나왔다.

   
▲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하고, 굉장히 충격적인 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찬성여론이 60%를 상회(2015.1.9. JTBC 여론조사결과는 70.6%)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대는 무망하다. 그냥 실시해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고치자는 입법실험을 주장하는 이도 있고, 즉시 고치자는 입장도 있어 입법과오는 점입가경이다.

국회책임과 여론조사의 함정

이 논란을 보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국회의 태도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필자는 이 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의원은 있지만 “잘되었다”고 말하는 의원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법의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이가 많다.

지도부들은 “사실은 위헌”이라거나 국민이 욕할까봐 졸속입법을 했다는 자기고백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고작 이런 식의 일을 하기 위하여 입법권을 국회가 독점하는가? 1988년 헌법재판소 출범이래 위헌 결정된 것이 1천여 건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버젓이 위헌소지 법률을 제정하는가?

이 번 입법은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입법권을 여론 앞에 왜곡시킨 수치스러운 입법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론은 때로는 바른 입법을 추진하는 '힘의 원천’이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입법권의 오용을 '방조하는 셈’이 되었다.

국회의원이 여론의 지탄을 받고 다음 선거에서 낙선할지라도 소신껏 입법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현실에선 철없는 소리에 든다. 한편으로 이 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 중에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입법의 필요성과 내용의 정당성에 의문이 있어 반대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 것인가? 국민은 부정척결과 부패일소를 원하지만 이런 식의 법을 만들어 내길 바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국회는 명분만 그럴듯한 법을 만들어놓고 여론의 질타를 피하려한 것이다. 국민은 이런 법이 만들어졌으니 우리사회가 투명해질 것이며 국제기관이 발표하는 부패지수도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는 정도를 벗어난 정치인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다.

오히려 입법의 방패 뒤로 숨은 국회를 직시하여야 한다. 결국 국회의 수준은 국민이 결정한다. 국회의 행태가 이런 데에는 유권자의 자기반성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자기반성이 다음 선거에 반영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기능에 대한 의문과 제도개혁의 필요성

법안을 의원발의입법안과 정부제출법률안 등 4개 법률안이 통합되어 대체안으로 정무위, 법사위를 거치는 동안 제대로 심사되었는지 의문이다. 모 위원원장은 충분히 심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15. 3. 3. 국회본회의 회의록16쪽 이하를 보면 의원 스스로가 국회본회의장에서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포괄적 입법”이라고 밝힌 법률안이다. 위헌의 소지를 전혀 없앨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하였음에도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이어서 제정했다는 말에 납득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주례를 서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한국에만 있지만 이것이 정치발전에 기여했다고 예를 들고 있으나 이 법의 사회적 충격은 선거구민 주례 안서는 것에 비견할 수 없다.

국회 본회의 상정에 임박하여 법률안의 완결성을 주장하며 최소 2500만명에서 3000만명까지 해당할 것으로 추계되는 이해상충규제까지 하자는 제안보고(제331회 법제사법위원회 1차(2015.2.5.)회의록 26쪽 이하)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제외한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12.8. 입법예고되어 2년 6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화급히 초래할 이유를 차후의 보궐선거 일정 등에서 찾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국회 본회의에서도 제안되었듯이 차라리 주지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6개월간 시간을 벌어 집중 심의했어야 한다. 입법자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반드시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은 피하여야 한다(헌재 1996.04.25, 92헌바47. 심우민, “입법학 연구와 입법평가-법학과 사회과학 접목의 한계지점-”, 「법학연구」제22권 제2호, 2012, 21-23쪽).

이 법의 제정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헌법 제40조가 규정한 국회입법권이 무제한의 권리로 방치되어서 안 된다는 점이다. 입법권의 남용 내지 오용에 대한 입법재량의 기속성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더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법령심사에서도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최소침해성, 법익의 균형성(협의의 비례원칙)이 법령의 실체적 내용에 관한 원칙으로 작동하여야 한다(법제처, 「법령입안 심사기준」, 2006, 12~13쪽).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회심의는 전문위원 검토보고, 대체토론, 축조심사,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제58조). 그러나 과연 충실한 심의가 이루어지는지는 국회회의록을 열람하면 판단할 수 있다.

전문위원검토의견도 사실상 입법발의자의 의견에 기울어져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위원회심의의 문제는 전체 법률안 처리건수 가운데 원안가결, 수정가결 및 대안반영폐기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반영률로도 나타나게 된다. 쟁점은 대개 대안으로 마련되는데 이는 본회의 상정을 앞도고 급박하게 삽입되어 충분한 토론의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고 형식적인 찬반토론으로 대체되고 있다.

나아가 정당정치의 구조 속에 의원의 입법기능에 대한 재검토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며 국민의 대표이다. 그러나 오늘날 법령의 복잡화, 기술화, 고도전문화로 인하여 의원 개별입법의 발의는 쉽지 아니하다. 또한 정당의 정치적 결단 또는 정략적 결정에 따라 입법안이 발의되고 제정되는 경우 개개 의원으로서는 이에 반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도 문제이다.

수천만 명을 감시할 기관의 비대화와 유사조직의 존치로 인행 행정비효율, 이로 인해 필연적인 국민의 조세부담 등 법령이행비용은 추계나 해 보았는가?

아무튼 이번 법제정 파동은 국회입법권의 적정한 행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최악의 표본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의원들도 인정하듯 위헌의 소지가 있고 개정이 필요하다면 하루 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의원은 법률을 손보지 말고 시행령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한다.

법률에서 부정청탁유형 15가지와 예외조항 7가지를 두었는데 무엇을 더 시행령에 규정하는가? 구체적 내용에 대한 위임조항은 있기나 한 것인가? 이 법률을 살펴보면 위임사항들은 말 그대로 법을 보충하는 사항들이지 근본결함을 메꾸고 법의 잘못을 넘어 설 사항들이 아니다. 시행령은 시행령일 뿐이다. 법률이 규정할 사항을 시행령으로 때우는 것은 법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법체계의 하극상이다.

오죽하면 입법과오을 저지른 “정부와 국회는 김영란 법 '재논의’에서 빠져라”는 주장(오경식, 시사저널 No.1325, 26~27쪽)이 나오겠는가? 의원들 스스로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말하고, 굉장히 충격적인 법이라고 말했던만큼 국회의사록에 “더 이상 길게 말하지 맙시다.”는 식의 발언은 없었으면 한다. 수천만명의 문제인데 어떻게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는가? 단 한차례라도 참으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신을 갖고 토론하여야 한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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