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노동시장 대못 박는 노사정위원회의 `사망` 토론

자유경제원 / 2015-04-03 / 조회: 2,587       미디어펜
   
▲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 

노사정위원회의 사망토론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타협’은 디데이가 지나도록 견해를 좁히기는커녕 합의문 초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올해로 무려 '18년’째. 1998년 1월 15일 발족한 대한민국의 노사정위원회는 IMF 대타협 전후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낸 적이 없다.

디데이 앞뒤로 온갖 매체들이 기사를 띄어 보지만, '불발’ '실패’ '야합’ 등 부정적인 수식어만 스크린을 가득 채울 뿐이다. 아쉬운 점은 기사 제목 뽑기에 '디데이’라는 특정 기점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건 알지만, 이슈의 본질에 있는 노사정위원회와 노동시장 개혁의 정곡을 찌르는 기사 찾기가 영 어려운 것이 안타깝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정위원회.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 충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없어서?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타협에 대한 '절박성’이 부족해서?

   
▲ 대기업노조가 통상임금 해고요건완화 등 핵심이슈에 대해 전혀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에 연연하지 말고 노동시장유연성 개혁안을 제시해서 추진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기득권노조와의 협상보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 등의 고용안정과 일자리창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전화를 걸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들의 회의가 '사망(死亡)토론’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구체적 정책 논의가 아닌, '원청근로자 vs 하청근로자’, '양극화된 이중시장’으로만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이데올로기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조인 한국노동자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분열과 헤게모니 경쟁, 노사 대표의 리더십·대표성 부재, 타협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백번 양보해서 노사정위원회가 일정 수준의 '타협’결과를 도출한다고 가정해 보아도, 민주노총의 강력한 반발을 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절름발이 노조 대표와 사측 대표는 끝나지 않는 사망토론 중이고, 민주노총 위원장 및 산별노조 대표자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사정위원회 야합시도 규탄 및 총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치적 수단으로 참 의미를 잃어버린 노조의 춘투(春鬪)는 다시금 이 봄을 어지럽힌다. 어려운 노동자를 생각하는 노조는 이제 여기 없다.


자격 없는 노사정위원회 - 사적집단이 공공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이상한 대한민국

노사정위원회의 존재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그 조직과 활동 내용이 '조합주의’에 근거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을 개혁·개선하는데 지금 이 순간 서울정부청사에서 “사적(私的)집단에 의한 공공정책의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헌법기관인 국회가 국민적 합의가 아닌 '실체 없고 주체 불명의 사회적(?) 합의’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모습은 가관이다. 대의민주주의에 전면 위배되는 일을 목전에 두고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 표가 떨어져 나갈까 몹시도 두려운가 싶다.

   
▲ 박병원 경총회장은 청년 일자리창출이 노사정대타협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개혁등을 통해 임금을 깎고 동결하고, 요금을 억제하는 축소지항정책은 오히려 소득을 줄이고 일자리창출도 어렵게 한다고 했다. 확대지향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표성의 문제도 심각하다. 노조는 전체 임금 근로자 1,800만 명 중 한국노총 조합원이 약89만 명, 민주노총 조합원이 약69만 명으로 160만 명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또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대표를 뽑았다. 그렇다면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나머지 노동자의 이익과 의견은 누가 대변하는가? 특정한 사적조직의 일원이 노조의 대표가 되고, 또 그 중에서 노사정위원회의 노조대표가 탄생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이렇게 뽑힌 대표가 1800만 임금 근로자의 정당한 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뿐만 아니다. 그들이 임금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노동자인 자영업자도 대표하지 못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세상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노조는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한다. 당연히 노사정위원회 역시 노조를 대표하지도 사측을 대표하지도 못한다.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가짜 노조
민주노총, 한국노총...노조의 그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나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이 어째서 이런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부분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까? 그것이 의문이다. 민주주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였나. 대한민국이 천민민주주의에 흔들리고 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국민대표성도 없는 노사정위원회가 왜 국가 노동정책과 방향을 좌지우지하는가? 노사정위원회는 단순 협의체인가, 의사결정기구인가?


노동자 대변하지 않는 가짜 노조 - 대한민국 중산층이 무너진다

민주노총은 4.24총파업을 대대적으로 엄포 놓고 있고, '재벌에게 세금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붉은 띠를 두르고 광장에 나선 이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 것일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의 이익과 의견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특정 집단의 절대적 이익만을 이야기하는 노조. 이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노동자의 대표’라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

이제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받고 있는 이 땅의 자영업자 이야기를 살펴보자. 최근 대한민국 자영업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의 전락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15년 새 자영업자는 22.1%가 급감했고 2013년 이후 자영업계에 일대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40-50대, 특히 은퇴 이후 부채에 의존해 시작한 사업이 폐업을 맞게 되면 이들이 일순간 중산층에서 몰락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자영업자의 퇴출은 단순 그들의 퇴출로 끝나지 않는다.

   
▲ 노사정위는 폐지돼야 한다. 자율의 형식을 국가의 폭력성을 띄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저해하고 있다.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난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자영업자와 함께 가던 임금 근로자를 생각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도래 하면 사업장을 흔들림 없이 지켜낼 수 있는 자영업자가 몇이나 될까? 몸이 부서져도 못하는 일은 못한다. 결국은 또 다른 사장님이 문을 닫아야만 한다. 이들의 폐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잃게 될 임금 근로자들을 눈꼽 만큼이라도 생각하는 노조가 대한민국에 존재했다면 저런 수준의 의제 설정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노동 이슈를 정치 투쟁화시켜 자기 배나 불리는 귀족노조의 격렬한 구호에는 합리(合理)도 없고, 정신도 없고, 양심도 없다. 3무(無)를 몸소 실천하니 이제는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노동시장 개혁 - 사적영역을 침해하는 과잉입법부터 멈춰라

노조라는 사적 기관, 독점 기관을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를 대변하는 목소리인 것처럼 인정하고 잘못 대접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에서 해결하고 조율해야 할 문제를 국가가 나서 규율하고 법제화 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미 한차례 쫄딱 망한 케이스를 보여준 남미식 조합주의가 현대사회에서, 그것도 자유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부활한 것이 비극 중에 비극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명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선하지만 추상적인 이상이 얼마나 현실을 악하고 구체적으로 타락시키는지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노사정위원회는 이번 회의 기간 동안 이 법에 명시된 근로기간 2년을 4년으로 고치자는 제안을 가지고 토론했다고 하니 더 할 말도 없다.

'세상의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습니다.’ 따위의 구호는 비정규직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정규직을 지나치게 과보호하고 있다. 한번 고용하면 저성과자도 해고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보니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정규직 뽑는 일이 부담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도구로 가려낼 수나 있을까 싶지만, 기업들은 온갖 적성검사에 자체시험 개발까지 수십, 수백억을 투자해 인재 골라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대기업 공채’가 정말 웃기는 제도라는 뜻이다. 어찌 직무경험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 연봉 4천, 5천을 받으며 바로 평생 정규직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고자 할까. 대단한 욕심이다.

노사정위원회 있는 한 노동개혁은 없다
사적 집단에 의한 공공정책 결정은 대의민주주의에 전면 위배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은 한번 대기업 정규직으로 뽑히면 강도·살인·수십 수백억대 횡령과 같은 대역죄를 짓지 않고서야 쉽게 자를 수가 없으니, 대학생들은 죽어라 재수 3수까지 하며 기를 쓰고 대기업에 입사하고자 하고, 기업은 행여나 이상한 사람을 뽑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더욱 그물망을 촘촘하게, 보이지 않는 차별로 지원자를 걸러내고 또 걸러낸다. 이상하리만치 과열된 입사경쟁도 모두 노동시장 경직 때문이란 뜻이다. 이렇게 뽑아도 경제는 날로 어려워지니 당연히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가중, 신규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정규직 또는 파견직 근로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또 여기엔 비정규직법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기업입장에서는 적정임금, 일 잘하고 숙련된 비정규직 사원도 2년이 지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보내고, 또 다시 다른 비정규직 사원을 고용해야 한다. 비효율의 끝장판이고, 웃픈 블랙코미디다.

   
▲ 노사정위원회의 설립은 국회가 심각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면피용 위원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불행의 시작은 노동시장을 모르는 노동법,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과잉 입법에서 시작된다. 근로시간을 법적으로 줄이고, 통상임금 구성 내역도 노조 떼쓰기에 따라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한다. 국가가 개입해서 정해줄 일이 아니다. 저성과자 해고 규정,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문제, 근로시간, 통상임금 문제등 각 산업별, 사업장 별로 그 특성에 맞게 해당 기업 노사가 사적 계약으로 해결해야할 사안에 일일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를 사지로 끌어 내리는 일이다.

더욱이 노동자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사적 이익추구 단체인 노조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노동시장 개혁 정책 협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 노동시장 규제 지수는 놀랍게도 아프리카 저성장국가와 남미 독재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경제 발전은 없다. 버블경제 후폭풍, 20년 저성장의 그늘 속에 허덕이는 일본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사태는 더 심각하다. 이미 서민경제는 어려워 질대로 어려워져 여기저기 신음소리가 들린다.


노동유연화가 한국경제 도약의 마지막 열쇠

'노동유연화’ 친기업적이고 부정적으로 들리는가? 없는 말로 좋게 꾸미고 싶지도 않지만 노동유연화는 친기업적 개념도 친노동자적 개념도 그저 노동시장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정책의 방향일 뿐이다. 외국에는 Temporary, Contract, Permanent 이외에도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한다. 계약직으로 첫 직장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모두 직무 경험을 쌓아가며 고용형태를 자유롭게 바꾸고, 좀 더 좋은 회사로, 커리어를 수준을 높여나가기 위한 이직도 너무나 흔한 일이다. 대한민국도 좀 자유로워질 수 없을까?

한때는 대한민국과 더불어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가진 나라로 불리던 독일이 불과 10여 년 만에 '일자리기적’을 만들어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과거 독일이 '유럽의 병자’로 불리며 심각한 경제침체에 빠진 원인은 사민당이 중심이 되어 주도한 사회주의 정책 도입, 특히 산업별 노조가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는 등 과도한 고용보호에서 출발했다. 이런 독일이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침체를 유지·심화시키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시작한 것은 사민당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사회주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부터였는데, 슈뢰더는 노동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민간에서 인재를 발탁, 폭스바겐 인사담당 임원 출신의 페터 하르츠를 기용해 정규직 고용보호 장치를 완화하고 시간제·한시적 일자리를 대거 도입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든 정책을 펼쳤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앙겔라 메르켈이 바통을 이어 받아 노동시장개혁을 이끌어가자 다시금 독일은 유럽의 강자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어떠한가? 김대중 정부가 정규직을 과보호 하면서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경직의 시작을 알렸고,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과보호로 그 경향을 심화,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 연이은 실책으로 그 경직화 경향이 날로 심각해져 오늘에 이르렀다.

   
▲ 3월 11일 개최된 자유경제원 정책토론회 <노사정위원회 합의 가능한가?>에 참석한 패널들의 모습. 

대기업 공채부터 시작해 이상한 노동 관습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 노동시장. 이제는 한가지 길 밖에 없다. 경험과 실례가 입증한 노동시장 개혁은 노동유연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는 사적영역을 불필요하게 규제하려 들지 말아야 하고, 청년들 역시 취업난 해결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직업에 대한 개념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시작이 정규직이 아니면 안 돼, 계약직으로 시작하면 내 인생은 꼬일거야’ 라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경력이 없는 신입직원은 낮은 임금에서 시작해 경력과 숙련된 기술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몸값을 올리려 노력함이 당연하고, 더 도전적으로 큰 회사로 이직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갖춰야한다.

전 세계가 노동시장이다. 이 안에서 대한민국이 경쟁하고 청년들 각자가 경쟁하는 것이다. 경직되고 발전 없는 노동시장엔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이제 시작하자. 정규직 과보호, 비정규직을 궁지로 내모는 요상한 비정규직 법은 모두 철폐되어야 한다. 사회적 비효율과 염증만 야기하는 불법 파업은 '법과 원칙’으로 다스려함은 물론이다. 모두가 다시한번 대한민국 경제의 기적을 쓸 날을 스스로 만들어가자.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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