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정책금융 돌격선 통합 산업은행, 홍기택 순항할까

자유경제원 / 2015-04-03 / 조회: 2,845       비지니스포스트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산업은행 창립 제6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거대한 통합 산업은행의 키를 잡은 지 석달이 지났다.

홍 회장은 그동안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의 맏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정책금융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산업부문에 대출과 투자 등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홍 회장은 지난해 말 KDB산은금융지주, 정책금융공사을 합쳐 통합 산업은행을 출범시켰다. 홍 회장은 이제 통합 산업은행 순항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홍 회장은 1일 산업은행 창립 61주년 기념식에서 “통합 산업은행이라는 배가 선봉장이 돼 창조금융을 통한 신성장동력산업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며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통합 산업은행이 되면서 돈이 들어갈 곳은 더욱 많아졌다. 홍 회장의 뜻과 정부의 요구에 맞게 정책금융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당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예산 가운데 60%를 올해 상반기에 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정책금융으로 63조 원의 자금을 기업에 공급한다. 물론 산업은행은 이 막대한 규모의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자력으로 조달해야 한다.

홍 회장은 퍼주기식의 정책금융이 되지 않도록 정책금융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려고 한다. 이익을 내고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좀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회사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은 또 KDB대우증권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떠안은 기업들에 대한 매각을 순조롭게 끝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 정책금융 재원 마련에 부담 커져

홍기택 회장은 1일 산업은행의 61주년 기념식에서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준비된 돌격선인 거북선처럼 과감하게 위험부담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민간금융회사가 기피하는 투자위험을 무릅쓰고 정책금융기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위험부담자 역할을 기꺼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은 리스크 때문에 투자가 뜸한 산업이나 신성장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회기반시설(SOC) 등 미래성장에 꼭 필요한데 투자가 잘 되지 않는 쪽을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 위치에 걸맞은 정책의 예시로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들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2월부터 민간기업과 1대 1로 계약해 신성장사업이나 공익성이 있는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막대한 예산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에 3년 동안 총 3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 가운데 15조 원을 책임져야 한다.

홍 회장은 지난 1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 지분을 산업은행에 출자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이렇게 출자받은 주식을 팔아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에 쓰일 자금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출자채권 1조2천억 원과 한국전력공사 주식 8천억 원을 산업은행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홍 회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도 재정적자인 탓에 산업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이 손쉽지 않은 형편이다. 정부는 2014년부터 5년간 세금수입이 기존 예측보다 78조 원 덜 들어온다고 보고 있다.

홍 회장으로서는 산업은행의 손실보존부족분 전액을 정부가 무조건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점도 부담인 대목이다.

홍 회장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산업은행의 신용등급 하락과 조달금리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과감한 위험 감수를 하기 힘들게 된다”고 밝혔다.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시장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통일금융도 만만찮은 부담



홍 회장은 1일 기념식에서 산업은행이 지난 1년 동안 통일시대 준비를 포함한 5대 중점과제를 추진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산업은행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금융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통일금융은 남한과 북한이 통일한 뒤 북한에 도로나 은행 등 사회인프라를 설치하는 데에 필요한 재원을 정책금융기관들이 협동해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통일 이후 북한지역을 개발할 재원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산업은행 안에 미래통일사업본부를 신설하고 통일 후 북한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기반시설(SOC) 설비 투자와 개발금융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통일금융은 엄청난 부담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정책과제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통일 후 북한 경제를 재건하는 데 약 55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당시 전체 개발재원 가운데 50% 이상인 약 220조 원을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가는 고속도로 개발을 위한 인프라펀드를 조성하고 출자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며 “인프라펀드에 채권 발행과 투자자 모집 등을 통해 북한 사회를 개발하는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통일금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최근 순이익 가운데 일부를 내부유보금으로 쌓아 통일금융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산업은행 수익성 어떻게 확보하나

홍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홍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독일 정책금융기관인 재건은행(KfW)을 방문했을 때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재정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꾸준히 정책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수익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통합을 앞두고 직원들의 직급과 연봉수준을 맞추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정대로 통합작업을 마쳤다.

홍 회장은 그동안 산업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산업자금을 늘려 정책금융기관의 정체성을 세웠다는 평가도 받는다. 산업은행은 2014년 산업자금 52조5천억 원을 공급했다. 2013년보다 8% 늘어났다.

하지만 홍 회장이 정책금융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을지를 놓고 우려의 시선도 여전히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산업은행이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으로 예산부담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의 주요 업무인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쌓여 약 1조 원의 손실을 냈다. 동부그룹도 선제적 구조조정을 시행했지만 상당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실채권비율이 2.28%까지 올랐다. 은행권 전체의 부실채권비율 1.53%과 비교할 때 훨씬 높은 수준이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경제원이 지난 1월 개최한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실패의 교훈’ 정책토론회에서 홍 회장이 지휘했던 산업은행의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금융기관과 차별화될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묶어 팔려던 것 등은 산업은행이 수익성만 추구하는 민간금융기관이었다 해도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라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과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 정책금융의 재원 어떻게 조달하나



홍 회장은 올해 산업은행 순이익 목표를 1천억 원으로 잡았다. 홍 회장은 산업은행이 투자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계속하려면 이 정도의 순이익을 내야 한다고 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2천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냈지만 정책금융공사와 합쳐 보면 1천억 원 정도의 순손실로 돌아선다.

홍 회장은 정책금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에서 투자기업을 최대한 검증해 수익을 이끌어내려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민간금융기관보다 위험성이 큰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맞지만 사업성도 중요하게 검토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산업은행의 수익성을 깎아먹은 주범인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엄격하게 추진하고 있다. 무조건적 지원 대신 기업의 회생가능성을 엄밀하게 따져 손실을 최소한도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통합 직전 기업구조조정실을 통합 이후 구조조정본부로 승격시키면서 위상을 강화했다. 대기업 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를 분석하는 '계열종합분석시스템’을 도입해 앞으로 대출 등 자금지원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홍 회장은 산업은행의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 회장은 1일 기념식에서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을 거점으로 세계시장 진출과 업무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호주를 방문해 현지 사무소 개설을 논의하는 등 해외진출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홍 회장이 가장 확실하게 정책금융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금융계열사와 출자회사의 매각이다.

산업은행은 KDB대우증권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매각시기와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씩 복병이 숨어있다.

가령 대우증권의 경우 KDB생명 등과 패키지로 매각할지 혹은 대우증권만 매각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방위산업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해외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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