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함석진 칼럼 > 시장을 무시한 실패한 우유정책

자유경제원 / 2015-04-13 / 조회: 2,779       업코리아
   
 

우유는 칼슘을 비롯하여 단백질과 비타민B 등 114가지의 영양소를 함유한 ‘완전식품’, ‘하얀 보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과는 다르게 최근 의학계에서에서는 우유의 유해성문제 때문에 갑론을박하며 논쟁이 오가고 있다. 우유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비단 의학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바로 우유의 재고량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러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밥상에서 조차 물대신 우유를 마실만큼 우유를 입에 달고 살기 때문에 내심 우유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였지만 그렇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우유가 시장경제의 적용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유가공업체들은 낙농업자에게서 원유를 구매하여 살균 및 가공하여 상품화 한다. 일반적으로 원유는 유통기한이 매우 짧기 때문에 상품화하고 남은 원유를 물기를 제거하여 분유화하여 보관한다. 보관된 분유는 영아를 위한 조제분유나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처럼 분유는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불규칙한 원유의 특성상 이러한 분유의 재고량은 적정수준 이상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올해 보관된 분유 재고량은 2002년 이후로 최대치를 달성하여 적정수준의 3배에 이르렀다고 한다. 

분유 재고량이 급등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원유 공급이 증가하였다. 젖소의 원유 생산량은 기온과 관련이 높은데, 올해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짐에 따라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많아졌다. 둘째로 우유 소비가 감소하였다. 두유나 쌀음료 등 대체품의 발달, 중국으로의 수출량 감소 때문에 전체적인 수요가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우유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우유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역설적으로 가격은 더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주도하에 유가공업체들은 낙농가로부터 정해진 생산량을 구매해야 한다는 ‘ 우유 쿼터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 쿼터제에 의하면 유가공업체들은 자신들의 제품(우유 및 유가공품)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도, 반드시 원유를 사전에 정해진 쿼터대로 사야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의 가격 또한 시장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농림축산 식품부의 주도하에 ‘ 원유가격 연동제’를 따라서 당해 원유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가격연동제는 생산비용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있을 뿐, 수요량과 공급량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개입 때문에 시장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원유는 젖소라는 생명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산기반인 젖소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장 운영에는 고액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고, 송아지가 우유생산이 가능한 젖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2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이 발생하지 않고 비용만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 및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원유가격을 조정한다면, 생산기반 붕괴가 우려되고, 만일 생산기반이 무너졌을 때 이를 재구축하기에는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시장의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낙농업자와 유가공업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보장책에 안주하여,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2008년 중국의 유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유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어왔다. 그러던 중 중국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수입등록제'라는 새로운 수입식품 규제를 실시했는데, 70℃에서 저온 살균처리를 하여 유통기한이 최소 15일인 우유만 수입하겠다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우유는 130℃에서 고온 살균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10일에 불과하여 이 새로운 기준에 맞추려면 우리 기업들은 설비를 다 바꿔야 한다. 새롭게 등장한 수입규제에 대응하지 못한 채 우리나라 유가공업체 12개 기업은 전부 탈락하였다. 기업입장에서는 사업성 평가를 통해 새로운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겠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고품질로 여겨지는 저온살균 우유를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경쟁의 부재로 그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70년대 기초체력 증진을 위하여 생산량 위주의 낙농업 정책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만 같다.

치즈같은 유가공품도 경쟁력이 없다. 최근 피자를 대표로 하는 서양 음식과 치즈를 얹은 퓨전요리등이 인기를 끌면서, 치즈에 대한 수요는 2002년 이후 연평균 6%의 성장을 해온 반면, 국내 생산량은이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럽산이 고품질로 인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도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치즈 브랜드인 임실치즈는 신선함을 무기로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였다. 단순히 치즈생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임실치즈피자 등 관련 산업으로 다각화 하였다. 또한 임실치즈마을 조성으로 관광 및 목장체험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우유생산 중심의 농가경영에서 벗어나 천연 낙농제품 및 관광산업 등으로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와 낙농업자, 유가공업자들의 주장처럼 우유 산업 보호의 당위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낙농업자와 유가공업자의 안일한 경영 때문에 초과 생산된 우유는 버려지고 있고 또한 국민의 혈세 역시 새고 있다. 우유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초과 생산한 우유의 매입용으로 편성해놨던 예산 120억에 더해 올해 9월 149억 원을 더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봉책으로는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장기적으로 농가는 생산량을 조절 할 필요가 있고, 제품 다각화를 품질향상을 통하여 해외수출 경쟁력 확보와 내수 수요 진작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지나친 개입을 줄여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여 국민 전체에게 효용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함석진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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