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남기용 칼럼 > 무엇이 기여인가?

자유경제원 / 2015-04-13 / 조회: 2,917       업코리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요소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즉 기업의 경제적 역할을 넘어서 보다 폭넓은 일련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경제학의 관점에 따르면 기업이 사회에 져야하는 유일한 책임은 이윤극대화이기 때문에 CSR의 개념과 다소 모순이 생긴다. 즉 기업은 가치창출이라는, 이미 그 자체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책임을 더 져야 하냐는 문제제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차라리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물론 CSR을 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키워주는 사회적 책임 활동에 한해서만 전략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컨대 CSR과 재무적 성과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있을 때에만 긍정할 수 있다.

헷갈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회에 대한 기여란 말인가? CSR인가? 아니면 가치창출인가? 여기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먼저, 미국의 엔론. 엔론은 파산 전까지 미국 재계 7위의 규모였으며, 약 2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었다. 또한 6년 연속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여러 차례 환경과 관련하여 상을 받았다. 특히 사회적 목표와 환경적 목표까지 보고서로 만들어 발표했고,자선단체에 기부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기업으로 존경을 받았던 엘론은 실제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건실한 기업으로 위장했고 결국에 파산했다.

다음으로, 한국의 현대. 故정주영 회장은 수출을 위한 대형 선박을 만들어야했지만, 한국에는 돈도 없고, 기술도 없었으며, 배를 짓는 조선소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술을 배우러 일본의 미쓰시바 중공업을 갔지만 거절당하였고, 돈을 빌리러 영국의 Barclays Bank를 갔지만 ‘배를 사겠다는 계약서를 써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차관해주겠다’며 거절당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그리스의 리바노스를 설득하여 매우 불리한 조건에 배를 인도하겠다는 계약을 한 뒤에야 차관을 빌릴 수 있었다. 당시 조선소를 짓는 데만 3년이 걸리지만, 이 기업가는 조선소는 조선소대로, 배는 배대로 만드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공법을 통해 2년 3개월 만에 배를 만들었다. 하지만 리바노스는 정당한 이유 없이 배를 사지 않겠다고 통보하였고, 기업가는 해운회사를 만들어 본인이 사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조선과 해운이라는 부가가치가 탄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무엇이 기여인가? 사회에 기여를 한 것은 다양한 CSR로 당시 최고의 존경을 받던 엘론인가? 아니면 CSR을 전혀 모르던 시대의 정주영인가?

당연히 후자다. 현대는 사회에 고품질이고 저렴한 선박을 공급하는 기여를 했고, 좋고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여를 했으며, 경쟁자를 위해서 길을 닦는 기여를 했다. 즉, 기여는 자선이 아니라, 가치창출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치창출은 기업가 정신에서 시작된다. 바로 그의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이 조선의 황무지였던 이 땅을 조선업 세계 1위 국가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소비자의 잘못된 생각이 부수적인 부담이 되어 기업들에게 큰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잘못되었다. 기업은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에 져야하는 유일한 책임은 이윤극대화이기 때문이다. 


남기용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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