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이진영 칼럼 > 자유(自由)는 자기 존재(自)의 이유(由)다.

자유경제원 / 2015-04-16 / 조회: 3,072       업코리아
   
 

‘○○구 조례에 따라 휴점합니다.’ 대형마트 안내문은 커다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시위하듯 흰 바탕에 붉은 색 글자였다. 사람들은 근처 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도 그곳에서 고등어와 나물을 조금 샀다. 가격은 대형마트와 비슷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산지를 알 수 없었고, 현금으로만 계산이 가능했다. 

재래시장 곳곳은 ‘중단’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의욕을 보였던 상인들이었다. 이따금씩 시위가 열리기도 했지만, 품목은 다양해졌다. 통으로 튀긴 치킨이나 족발을 얹은 피자 같은 음식들이 가판에 등장했다. 모두 대형 마트에는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조례 이후, 시장은 변화를 멈췄다. 다윗의 성공담도 함께 사라졌다. 약간의 보조금과 조례가 만들어낸 헛걸음만 시장의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때때로 선의(善意)는 사람들을 지옥문 앞으로 데려간다. ‘동반’ 이나 ‘상생’ 같은 단어는 아름답다. 하지만 결과는 결코 그렇지 못하다. 치열한 성장은 사라지고 저열한 생존만 남긴다. 생존이라도 가능하면 다행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보조금과 자유를 딛고 선 규제는 생존의 자율성마저 앗아간다. 의탁을 통해 얻어진 생존을‘삶’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선의로 포장된 위험한 길은 우리 사회 곳곳에 나 있다. 작게는 교실 안부터, 크게는 국가 경제에 이르기까지 실핏줄처럼 촘촘하게 뻗어 있다. 「선행학습금지법」은 먼 훗날 희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프를 쪼개보려는 중학생의 호기심은 이제 미분이라는 이름의 가두리 안에서만 양식(養殖)될 수 있게 됐다. 평등을 위한 선의가 학생의 창의만 억누르게 된 것이다. 한편,「비정규직보호법」은 비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2년 후 전환’은 ‘2년 후 해고’가 된지 오래다. 보호를 위한 선의가 마지막 남은 외투조차 벗겨낸 것이다. 경직성의 문제를 뻣뻣하게 해결하려다 생긴 살풍경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에는 ‘자유’가 있다. 자유의 흐름에 역진(逆進)하면 문제가 발생하고, 자유의 흐름에 순진(順進)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자유(自由)는 자기 존재(自)의 이유(由)다. 곧 자유는 인간이고, 인간은 자유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람들은 자유의 한 부분을 쪼개 책임을 해결하려 한다. 부자의 세금으로 빈자의 복지를 책임 지우는 식이다. 그러나 자유는 쪼개질 수 없다. 부자의 자유와 빈자의 자유가 같은 고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부자의 ‘선택(소비)할 자유’를 빼앗으면 빈자의 ‘부자 될 자유’ 역시 빼앗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부자의 이념도, 빈자의 이념도 아니다. 역설적으로 자유주의는 평등의 이념이다. 자유는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동등하게 열어 놓는다. 자유를 통해 기회의 평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자유에 비친 평등의 정의는 ‘다른 것은 다른 만큼 다르게’ 다. 남들과 다르게 노력하면,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엔 활력이 생긴다. 또, 전례 없는 성과가 나타난다. 개천 출신의 용(龍)들 중 유독 자유주의자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들을 용으로 키운 자양분이 바로 자유였고, 그러한 자유가 내린 평등의 정의(定義)였다. 

이러한 자유의 이념을 현실로 구현하는 종합 예술이 바로 시장 경제다. 따라서 시장에선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다. 간혹 독과점이나 외부경제 같은 예외적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시장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기보다 시장 방해자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다. 즉, 주범은 시장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과 그 개입이 초래한 신호의 혼선이다. 개입이 진전될수록 악화되기만 한 주택 가격과 휴대폰 가격은 이젠 너무 식상한 얘기다. 

인류의 오늘을 있게 한 그 무엇의 이념적 표현은 ‘자유’고 그것의 현실적 표현은 ‘시장’이다. 이 둘을 통해 우리는 문명과 기회, 생명과 평등을 얻었다. 더 많은 자유와 더 넓은 시장만이 인류의 깊은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진영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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