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7) - 삼성전자는 진화 한다

자유경제원 / 2015-04-21 / 조회: 2,712       업코리아
자유경제원은 한국의 기업가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정리하였다.

  

삼성전자는 진화 한다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 소프트웨어 인력 1만명을 모아라." 지금 이야기가 아니다. 1993년 신경영을 선언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 말이다. 항상 앞날을 내다보며 준비경영을 강조했던 그는 미래경쟁력이 소프트웨어 (SW)에 달려 있다는 것을 예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지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삼성전자가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다. 그 결과 현재 삼성의 소프트 경쟁력은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고 봐야 한다.   

성공기업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 스스로 진로를 모색한다. 성공기업의 관건은 '진화’(evolution)이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장에선 고급 제품은 미국 애플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고  중·저가폰은 중국 업체에 추격당하고 있다.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사이아노젠의 커트 맥마스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이 5년 안에 노키아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이 소프트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종속된 여러 '하청업체’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기적으로 '구글에의 종속’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 내부 기술만으로는 이들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고 보고 과감히 '외부 수혈’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태계(플랫폼), 기업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3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 중심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일반 소비자 거래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B2B 시장을 공략하고, 하드웨어에 편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소프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범용품’이다. 디자인 못지않게 플랫폼(비즈니스 생태계의 중심)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판매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엣지 포함)를 공개하기 직전, 갤럭시S6 개발 과정에 관여한 삼성의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어 그는 “갤럭시S6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는 플랫폼”이라고 단언했다. 갤럭시S6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멋진 제품이 아니라 갤럭시S6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가 수많은 스마트폰 중에서 삼성 폰을 고를 이유가 없다. 플랫폼을 장악해야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의미다.

갤럭시S6는 디자인과 부품 성능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사용자환경(UX)이 확 달라졌다. 핸드폰 자체가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삼성페이’가 그 중의 하나이다. 이 같은 혁신은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2015.2)에서 비롯됐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보안전송 기술을 가진 미국의 신생기업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유통매장에 설치된 '기존의’ 결제 단말기를 활용해 손쉽게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다. '애플페이’는 기존 유통매장의 결제 단말기를 바꿔야만 쓸 수 있지만 삼성페이는 그럴 필요가 없다. 훨씬 편리한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삼성은 카드사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기로 했다. 애플페이의 결제 수수료가 0.15%(결제액 기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카드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여 삼성 주도의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키우기 위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비해 삼성TV에 타이젠 OS를 깔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전문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2014.8)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자사 제품뿐 아니라 경쟁사 제품까지 집안의 모든 가전기기와 조명을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이 'B2B’(기업-기업 간 거래)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일단 거래를 트면 큰 부침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프린터의 경우 가정용 소비자 시장은 축소되고 있지만 기업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기존 거래 관계를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지만 한번 뚫기만 하면 큰 경쟁 없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IBM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서 B2B 기업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업용 디스플레이(디지털 사이니지) 전문기업인 '예스코일렉트로닉스’를 인수(2015.3) 했다. 예스코는 1988년 설립된 회사로 세계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영국 런던의 피커딜리 광장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 주요 호텔의 옥외 LED(발광다이오드) 광고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디지털 사이니지 분야에서 기존의 소형 LCD 광고판뿐 아니라 옥외 LED 광고판까지 B2B 영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4년 하반기 미국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를 비롯해 프린팅 솔루션 업체인 캐나다 '프린터온’과 브라질 '심프레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모두 현지 유통망을 장악하거나 서비스 노하우를 흡수해 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목적이다.

소프트 경쟁력 강화도 핵심 화두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미국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 업체인 '셀비’(2014.5)와 빅데이터 관련 기업인 '프록시멀데이터’(2014.11)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 중 '프록시멀데이터’는 기업용 서버 성능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기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으로 데이터 양이 폭증하면서 부각되고 있는 기업용 서버 시장 공략의 첨병이다. 

삼성전자의 진화 방향은 소프트파워를 강화이다. 그러면 삼성전자는 애플을 닮아가는 가. 하지만 삼성전자는 애플 그 이상의 기업이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없다. 삼성은 제조업으로서의 하드파워(hard power)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1997)』의 저자 크리스텐슨(Christensen)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 인사이드’가 돼야 한다. 부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처음 산업이 시작될 때 가장 좋은 전략은 전쟁에 나가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이 개방형 시스템으로 바뀐 후에는 다르다. 전쟁에 참여하기보다 총알을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중국에서 완제품을 조립하는 회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메모리반도체와 회로기판을 사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업은 판로가 안정되어야 한다. 소프트와 하드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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