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이상희 칼럼 > 사회적 경제 기본 법안의 과한 포퓰리즘성을 경계한다

자유경제원 / 2015-04-23 / 조회: 2,920       업코리아
   
▲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근래 우리나라는 이른바 사회적경제 기구 내지 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어 이들 법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2014.4월 여당의 유승민의원 대표발의의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야당의 2014.6월 문제인의원 대표발의의 사회적가치기본법안 및 2014.10월 신계륜의원 대표발의의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등이 그러하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이들 법안의 주요 골자는 경제제도 내지 경제체제에 사회성을 재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들 법안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의 한계에 대한 반성적 의미도 내포된 것으로 보여 자칫 우리 사회에서 시장경제의 활력을 위축케 할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가령 유승민의원 대표발의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의 주요 골자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 법안의 목적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설립, 경영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것이라 한다(동법안 제1조). 이를 위해, 대통령 소속 사회적 경제위원회와 지역단위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정부내 사회적 경제위원회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을 설치하며, 출연기관으로서 사회적 경제원을 설립하고, 사회적 경제 재원 지원 위한 발전기금을 설치하자는 것이다(동법안 제6조~제20조). 또한 정부가 사회적 경제조직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공공기관 우선 구매와 조세감면 및 재정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동법안 제21조~제24조)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우리 사회에 굉장히 필요한 입법일 수 있는 것처럼 비추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이들 법안들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시장경제 체제를 사회적 경제 체제로 강제 전환하는 것이라는 비판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들 법안의 허와 실에 대한 근원적인 조망과 평가는 필요하다.

먼저 이들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등장은 글로벌 보편적 경향과 법제정의 필요성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법의 필요성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같은 입법을 보유한 국가가 일반적이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령, 스페인, 에콰도로, 멕시코, 포르투칼, 프랑스 등 일부에서 2011년 이후 제정된 예가 있을 정도로 밖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체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운영과정에서 관할부처 간의 다양성에 따른 칸막이 문제 해소 등을 제외하고 제도적 정비와 지원 등을 위한 포괄적 입법 마련의 절실성은 거의 없다고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처간 칸막이 문제와 조직체의 진흥 부진 등의 해소는 효율적 운용을 통해 극복할 문제이지 제도의 부재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또 이들 조직의 설립 운용 등의 지원으로 일정부분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이들의 우후죽순격 난립과 지원이 오히려 보다 근원적이고 다이나믹한 시장의 일자리 창출 기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은 시기적으로나 법제정의 보편성으로나 설익은 포퓰리즘적 법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현행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사회적경제 기본법안이 상정하는 경제조직이 과연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경제사회발전의 대안으로 될 수 있는가이다. 확실히 현존하는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취약계층 보호, 복지안전망 확충 및 지역공동체 복원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 조직이 자유시장경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발전적이고 대안적 기능을 가진다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목적은 사회적 경제조직의 설립, 운영 지원 등을 통한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성화에 있는데, 그 중 “양극화 해소” “건강한 공동체 조성”을 법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 법의 기능을 과하게 보도록 하는 포퓰리즘적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양극화 해소를 이 법의 목적으로 본다는 것은 기왕의 경제체제가 문제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방식의 경제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이 법안은 자칫 우리나라에서 자유시장경제원리가 완전하게 기능하는 체제의 숙성과 이로 인한 불가피한 부작용의 보완 등을 경험하기도 전에 대안적 경제원리를 급속도로 확산시켜 건강한 경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 

한편,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중소기업에 이은 제2의 기업이익단체를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 양산 가능성은 없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도급거래 내지 협력적 거래를 둘러싸고 대중소상생협력 정책에 이은 동반성장 정책에 이르기까지 기업 간 거래를 둘러싼 형평성 내지 불공정성 문제가 유독 심하게 전개되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정책의 대부분이 무조건적 지원과 대기업에 의한 거래상 지원 정책 등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중소기업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에 속한다. 이런 현상을 감안하면 이른바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에 따른 사회적경제 조직의 많은 생성은 결국 제2의 중소기업 아류인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의 양보적 거래가 필요한 절대적 보호대상으로 되는 기업이익단체로 변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 더욱이 기존의 경제단체와 달리 정부관장의 사회적경제 조직의 운영 및 지원관련 기구와 재정적 지원 기반에 힘입어 기업 본래의 기능인 수익과 거리가 먼 공익적 사회적경제 단체로 되어 그 자생적 기능이 사라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도 없다고 하겠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정책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생력과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로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도 기업이므로 비록 얼마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생태계는 수익성이 전제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IMF기의 공공근로형과 같은 지원금 뿌리기식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아니라 수익성 강한 민간주도의 조직으로 쇄신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육성하는 법모델이 필요하다. 현존하는 국내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부처간 칸막이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무부처의 지원이 없이는 자생력이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지원관련 조직 재정비보다는 이들 사회적경제 조직들에 대한 기업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업적 진단을 통해 적어도 경제적 조직으로서 가져야 할 수익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다른 조직으로 전환하고, 수익적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민간주도의 사회적경제 조직 활성화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 방안은 공공근로방식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조직과 민간기업의 거래가 가능토록 하는 거래 활성화 내지 거래 안정화 기능에 주력하면 자생력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자연히 수익과 친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사회적경제 조직의 필요성은 인정하는데, 이들을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환경과 여건 조성 지원에 힘써야지 현금성 지원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사회적경제 조직체에 대한 지원이 공짜복지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끝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실태에서 전개되고 있는 소득편차 문제와 일자리 창출 문제 해법에는 사회적경제 정책과 같은 우회방식이나 대안적 방식이 아니라 기업성장책과 같은 돌직구 방식으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양극화 문제나 일자리 창출 현안은 기업의 성장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황금의 공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저성장 기조와 경기침체, 그리고 일자리 문제 등 복잡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면 돌파가 아닌 사회적경제 기본법과 같은 편법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의 해법으로 전력할 경우에는 추후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게 되어 이를 수습하기 위한 더 큰 숙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경제정책은 냉철한 두뇌와 뜨거운 가슴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정치적 선언과 언어적 자비만이 담긴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자칫 자생적 경제 조직마저도 소멸시키거나 제2의 중소기업과 같은 지대추구의 장으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경제 조직 관련 정책도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하는 기업정책적 관점의 정책 노력이 가미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진단이 필요하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수익성 제고에 민간이 적극적인 플렛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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