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 용주현 칼럼 > 무상 급식과 보편적 복지

자유경제원 / 2015-04-24 / 조회: 3,572       업코리아

2011년, 군대에서 한여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중대원들 중 서울특별시에 거주지를 둔 인원을 대상으로 투표 용지가 날아왔다. 투표 용지의 구성은 단순했다. 무상 급식 찬성과 반대 진영의 간략한 입장과 함께, 당신은 무상 급식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구성되어 있었다. 동기 몇몇은 이를 읽고서, ‘애들 먹는것에 차별이 있어서야 되겠느냐.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는게 맞는 것이다.’라며 찬성의 의견을 내비쳤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투표 용지에 포함된 무상 급식 찬성 진영의 글을 읽어보란다. 아이들 먹는 것인데 옹졸하게 굴지 말고, 공짜로 제공하자는 주장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 내용에는 무상 급식을 통한 재정 부담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투표 용지를 받았던 동기와 후임들 중 약 80%가 무상 급식에 찬성하는 듯이 보였다. 

무상 급식 찬반 투표 결과 서울 시민 중 무상 급식에 대한 찬성이 다수를 이뤄, 무상 급식이 시행되었다. 무상 급식의 취지는 좋다. 저소득 계층의 학생들에게만 급식비 지원을 하던 기존의 제도는, 저소득 계층 학생들의 ‘가난해서 급식비 지원을 받는다’는 수치, 부끄러움 등의 도덕적 문제가 있었다. 무상 급식을 통해, 모든 학생이 급식비 지원을 받게 되면서 모두가 공평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상 급식의 시행도 무조건 좋은 것 아닌가?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의 칼럼 ‘무상급식 중단선언할 용기가 필요하다’를 일부 인용하겠다. ‘2014년에는 6백여만명 중 60% 넘는 4백만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현재 급식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약 5조원에서 6조원으로 늘었고 이중 무상급식지원재정은 5천여억원 남짓하던 것이 2.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50조원 남짓의 초중고교육재정 중 1%되던 급식비부담액이 이젠 5%까지 이르렀다.’ 무상 급식에 들어가는 부담액이 늘어남에 따라, 다른 교육 부문에 배정되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경우, 각 고등학교의 원어민 교사에 대한 예산 배정액이 줄어들어, 학교의 원어민 교사의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교육 기관이므로 교육의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데, 정작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문제되는 영.유아 보육예산 논쟁도 무상 급식 비용과 따로 떼어 말할 수 없다. 

그럼 학생들이 먹는 급식의 질은 좋아졌을까?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정해져 있으며, 식자재값의 변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동되기 힘들다. 급식 업체는 정해진 예산 내에서 비싸진 식자재값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경우 제공되는 음식의 질은 떨어질 확률이 크다. 실제로, 무상 급식에 관한 최근의 신문 기사들을 살펴보면 무상 급식 시행으로 인해 잔반이 크게 늘어나고, 학부모들은 식단 및 음식의 질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무상 급식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무상 급식이 실패한 제도다,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평가하기엔 섣부르다. 하지만, 무상 급식이 진정으로 학생들과 아이들을 위한 제도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흔히들 ‘이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고 말한다. 경제학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 있다면, ‘리카도의 대등 정리’를 떠올려보자. 혹은 신문이나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는 ‘세대 전가’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무상 급식에는 분명히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그런데 과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된다. 세금으로 충당이 안되는 경우에 정부는 빚을 진다. 빚을 져서 무상 급식 비용을 충당한다. 그 빚은 누구의 빚인가? 미래의 세대, 즉 현재 젊은 세대 및 학생, 아이들이 갚아야할 빚이다. 즉,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상 급식은 진정으로 학생들과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닐수도 있는 것이다.

무상 급식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에는 ‘복지’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복지’, ‘무상’ 등이 남발되고, 이는 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으로 이용되며 복지 포퓰리즘으로 이어졌다. ‘무상 버스’, ‘결혼하면 집 한 채 지원’ 등 아직까지 ‘무상’, ‘공짜’의 바람은 식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복지에 필요한 비용 문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용 문제가 다뤄지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그 심각성이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가 필요하지 않은것은 아니다. 능력이나 형편이 부족해 살아가기 힘든 이들에게 복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이지 않은 복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정상 온도였다가 점점 높아지는 온도에서 개구리는 아무것도 지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끓는 온도가 되면 개구리는 죽게 된다. 한국의 복지 유행이 이대로 계속 지속되며 국민들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한, 물은 계속 뜨거워질 것이고, 어느 순간 한국 경제는 무너질지 모른다. 국민이 일 안하고도 먹고 살수 있었던 ‘그리스’가 그런 예이다.

현 세대가 자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미래 세대와 후손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공짜’, ‘무상’으로부터 초래되는 심각성을 깨닫고 ‘공짜’에 대한 욕심은 어느정도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용주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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