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일자리·복지 확충 ‘사회적경제’… 보수진영 “사회주의 경제” 딴죽

자유경제원 / 2015-05-18 / 조회: 3,455       경향신문

지난 6일 경기 오산시 오산대학교 후문 인근의 한 상가에서 카페 ‘행가로’ 개소식이 열렸다. 행가로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오산대 평생교육원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하고 설립한 커피협동조합에서 첫 번째로 연 사회적경제 카페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오산시의 고유 브랜드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오앤오커피협동조합’은 오산시와 오산대의 협력업체다.

행가로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은 2500원. 한 잔에 4000원 안팎을 받는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하다. 오앤오커피협동조합은 다른 지역에도 카페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곽상욱 오산시장은 “카페 행가로는 오산에서 커피를 주제로 만들어진 최초의 사회적기업”이라며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있듯, 다양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통한 창업으로 시민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경기 오산시 궐동에서 열린 오앤오커피협동조합 카페 ‘행가로’ 개소식 모습.


■ 18세기 말 유럽에서 태동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 공동체 회사처럼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사회적경제라고 부른다. 18세기 말 자본주의 체제가 본격 가동되던 무렵 유럽에서 자발적으로 결성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대표적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착취를 덜 받기 위해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고, 비싼 생활용품을 공동구매로 값싸게 구입하기 위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꾸렸다. 또 담보물이 없고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주는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적경제가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 증진, 지역공동체 형성 등에 도움이 되는 대안경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선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데 이어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영리기업이 주주나 소유자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현재 활동 중인 사회적기업은 1299개, 협동조합은 7113개에 달한다.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건전한 보수당의 책무입니다. (중략) 사회적경제는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법은 지난해 4월 유 원내대표가 제일 먼저 발의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낸 법안도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 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겠다며, 지난달 신 의원과 만나 조정안까지 만들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경제위원회 설립, 5년마다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수립, 사회적경제 기금 및 사회적경제원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편견에 표류하는 법제화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적극 추진하고 야당과의 조정안까지 도출한 이 법안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우리는 헌법을 통해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헌법소원을 당할 수 있다”며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조직원리와 흡사한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경제원·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선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 같은 보수진영의 반대에는 사회적경제가 진보진영의 의제이며,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정치세력화할 경우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정부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회적경제의 주무부처가 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세제, 국가전략 등 가뜩이나 업무량이 많은 기재부에서 주류 업무가 아닌 사회적경제에까지 힘을 쏟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재정이 부족한데 새로운 기금을 만드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의 반대는 과잉 반응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사회적경제가 시장경제에 대립하는 것이 아닌 보완 개념이고, 복지재정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복지 재원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 쪽에선 협력과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 사회적경제가 ‘자유와 창의’를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지만, 헌법 119조 2항은 ‘국가가 균형있는 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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